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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60화
PAYLUA ORIGINAL · 제60화

60화. 일곱 번째 수취인

빚을 먹는 금고 · 4,309자

오프라인 책장
미결에게서 온 음성 파일에는 재생 시간이 표시되지 않았다. 우빈은 그것을 소라와 박현정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확인하기로 했다. 다음 날 오전, 중앙기록관리원 별관의 작은 자료실에 네 사람이 모였다. 이명숙도 원한다면 진술할 수 있었지만 아들은 어머니에게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상자를 집에서 보관해 온 사실에 대한 간단한 서면을 남기고 돌아갔다. 자료실 책상 위에는 나무 상자와 망치의 사진, 1998년 구조기록, 2002년 보관 자료가 나란히 놓였다. 소라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대신하는 증거가 될 수 없도록 출처를 따로 표기했다. 박현정은 파일을 열기 전 원본 보존본을 복제해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이제 들어 봐요.” 우빈이 말했다. 스피커에서 잡음이 먼저 흘렀다. 비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뒤이어 바닥을 끄는 소리, 종이를 펼치는 소리, 그리고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 이름은 적지 마세요. 저는 목격한 것만 말하겠습니다.’ 우빈은 이정민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라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의 옛 녹음보다 한참 젊은 목소리 같았고, 발음도 달랐다. 그 차이는 목소리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웠다. 녹음 속에서 남자가 물었다. ‘그럼 수취인이 없다는 사실에 동의합니까?’ ‘없다고 동의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받았다는 증거를 못 찾았다는 겁니다.’ ‘도장을 찍지 않으면 반환할 수 없습니다.’ 여자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미수령으로 남기세요. 반환할 물건이 없다는 뜻이 아니잖아요.’ 소라가 메모했다. 그 문장은 지난 쉰아홉 화 동안 그들을 괴롭힌 질문과 정확히 반대였다. 누군가의 책임을 누가 받았는지 모르면 아무에게나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을 기록하라는 요구였다. 녹음이 잠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작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났다. ‘그 아이 이름은 쓰지 마세요.’ 남자가 대답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입니다.’ ‘그러니까요. 없는 사람에게 미래의 빚을 맡기면 안 되죠.’ 우빈은 스피커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대화가 2002년에 기록된 것이라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우빈 자신을 가리킬 수는 없었다. 자신은 그때 이미 어린아이였으니까. 처음부터 시간과 대상이 뒤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건 누구의 말이지?” 우빈이 물었다. 서강재가 화면을 확인했다. “음성 파일 등록 날짜는 2002년으로 되어 있지만, 최초 생성 시각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일부 구간이 복사됐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본원금고의 2002년 기록을 외부 원본하고 비교해야 해요.” 소라가 말했다. 박현정은 다른 자료를 가져왔다. 구륜우편집중국의 당시 외부 반출 장부 사본이었다. 이정민이 실종된 2002년 6월 12일, 같은 시간에 적갈색 상자 하나와 종이 인계표가 별도로 접수됐다는 기록이 있었다. 상자의 수취인은 ‘구조기록 실험동’으로 되어 있었으나 건물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어디에도 배송하지 못한 건가요?” 우빈이 물었다. “장부에는 수취 불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다음 날입니다.” 박현정이 그 옆 페이지를 펼쳤다. [배송 결과 정정: 수취 완료] [정정 근거: BJH-07 자동 확인] [실제 서명 또는 인수자 확인: 없음] 소라가 손가락으로 마지막 줄을 짚었다. “실제 수령자가 없는데 시스템이 받았다고 했네요. 그때부터 다른 장치들도 이 서류를 유효한 것으로 처리했을 거예요.” 서강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07이 사라진 장소가 아니라 승인 절차라는 설명과 맞습니다. 단, 누가 자동 확인을 켰는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바깥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어린 나래와 성인 나래였다. 박현정은 기록 확인에 필요한 범위만 설명한 뒤 두 사람에게 각자의 의견을 물었다. 어린 나래는 상자 사진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성인 나래는 스피커에서 나온 음성을 들려 달라고 했다. 녹음이 끝나자 성인 나래가 말했다. “저 여자는 나일 수도 없어요. 저는 2002년에 저런 말을 할 만큼 나이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어린 나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그런데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기억나요.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책임을 맡기면 된다고 했어요.” “그 남자 얼굴은?” 우빈이 물었다. “장갑만 기억나요. 검은 장갑이었어요.” 어린 나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기억을 억지로 끌어낼수록 그날의 무서운 장면이 더 선명해지는 듯했다. 우빈은 더 묻지 않았다. 그때 성인 나래가 우빈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건 이름이 아니에요. 그 사람이 말한 시간이에요.” “시간?” “사고는 1998년인데, 2002년에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이름을 쓰겠다고 했잖아요. 처음부터 특정 사람을 찾은 게 아니라, 언제든 미래의 사람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칸을 만든 거예요.” 우빈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자신이 최초 채권자라는 표시는 진실이 아니라 그 빈칸에 뒤늦게 끼워 넣어진 결과였다. 그는 그 사실을 듣고도 바로 안심할 수 없었다. 지금도 시스템은 자신을 후보자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때 본원금고에서 전송된 문서 하나가 도착했다. [07 / 최종 수취 사실 확인 실패] [사유: 실물 인수 증거 없음] [본원 및 외부 원본군: 재대조 필요] “좋은 소식인가?” 우빈이 물었다. 서강재가 대답했다. “우리가 원하던 기록입니다. 수령자가 없는데 수령 완료라고 적어 놓은 오류를 인정한 거니까요. 다만 이 한 건으로 다른 기록 전체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미결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렸다. “정정 요청을 다른 원본군에 송신하겠습니다. 그러나 외부 장치들은 저의 명령을 따르지 않습니다. 각자 보관한 자료와 대조해야 합니다.” 소라는 출력물에 표시된 여섯 개의 기관 코드를 읽었다. 어제까지는 전부 낯선 숫자였지만 이제 몇 곳에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한연주, 조성필, 오경옥, 임하영. 그들이 남긴 실제 기록과 선택이 이 거대한 오류를 멈추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우리가 전부 대신 증명할 필요는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각 기관이 틀린 기록을 직접 확인하도록 만들고, 필요한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범위에서 증언하도록 도우면 돼요.” 박현정은 보존된 자료 목록을 정리했다. 우빈은 아버지의 망치를 바라봤다. 나무 상자의 홈과 잘 맞는 구멍이 있다고 해서 끼우지 않길 잘했다. 도장은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쥐어야 했다. 누가 먼저 손을 뻗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잠시 뒤 우빈의 휴대전화에서 익숙한 알림음이 났다. 이번에는 본원금고가 아니라 동서 물류와 늘봄 의료 연계실에서 각각 온 안내였다. [03 / 07 원본 확인 오류 수신] [04 / 07 원본 확인 오류 수신] 그리고 곧이어 시민지원센터와 해온 주택보증 심사실에서도 같은 알림이 왔다. 우빈은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네 곳은 오류를 받았다. 하지만 화면 아래에는 아직 두 줄이 남아 있었다. [02 / 구륜 생활보호 기록소 / 응답 없음] [07 / 수취 확인 원본 / 자동 정정 거부] “이상하네요.” 서강재가 말했다. “07이 오류를 인정해 놓고 정정을 거부하고 있어요.” 소라가 문서를 확대했다. 거부 사유란에는 새로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초 승인자가 증언하지 않았음] [확인 권한: BJH-00] 그 아래에 이름 하나가 생겨났다. [최초 승인자: 백재헌] [증언 예정 시각: 내일 03:17] [증언 장소: 구륜 생활보호 기록소] 우빈은 그 이름을 바라봤다. 마지막 서명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스템은 내일 새벽 그를 증인석에 세우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진짜 백재헌이 나타난다는 뜻일까요?” 어린 나래가 물었다. “아직 몰라.” 우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니 이름이 아니라 사람을 확인해야겠지.” 복도의 불이 두 번 깜빡였다. 그들은 준비한 자료를 다시 분류했다. 구륜 생활보호 기록소의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고, 담당 기관에 자료 보존 요청을 접수했다. 새벽에는 누가 나타나든 서류 한 장으로 신원을 판단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 서강재의 휴대전화로 별도의 문자가 도착했다. 미상채권관리 내부 회수 담당자 계정에서 보낸 짧은 문장이었다. ‘BJH-00 증언 이전, 원본 02 폐기 예정.’ 우빈은 고개를 들었다. 금고의 장부에는 내일까지 하루가 남아 있었지만, 실제 증거를 파기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럼 지금 움직여야겠네요.” 그는 망치를 작업 가방 안쪽에 넣고 지퍼를 잠갔다. 이번에 필요한 것은 문을 부수는 일이 아니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사라질 수 있는 기록과, 그 기록 속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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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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