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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32화
PAYLUA ORIGINAL · 제32화

32화. 두 번째 걸쇠

빚을 먹는 금고 · 3,002자

오프라인 책장
아버지의 증언이 끝났지만 우빈은 움직이지 못했다. 문 안에 사람이 있는 줄 알고도 잠갔다는 말이 자꾸 귓속에 남았다. 그런데 마지막 녹음은 그보다 이상했다. 누군가 책임자를 하나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두 번째 걸쇠를 걸었다는 것이다. "목소리 확인할 수 있습니까?" 소라가 물었다. 미결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지만 벽면 단말기에 답이 떠올랐다. [해당 음성은 사건 기록의 일부] [실명 식별에는 원본 대조가 필요] "지금 듣기만 했지, 책임을 누구에게 옮기겠다는 건 아니에요." 우빈이 분명히 말했다. 단말기는 잠깐 멈추더니 원본 경로를 표시했다. [구륜 철공소 사고 기록 / 시설 증거 D-2] [현 보관처: 중앙기록관리원 별관] "도기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아니라 국가 기록 쪽에 들어가 있다는 거군요." 서강재가 말했다. "그런데 이곳은 심사 주체가 중앙기록관리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관과 심사가 같은 조직이라면 기록이 바뀌지 않았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해요." 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갈 수 있는 건 가져가요. 다만 원본인지 사본인지 모두 구분해서요." 그들은 지금까지 촬영한 화면의 시간과 파일 크기를 메모하고, 한 벌은 소라의 녹음기에, 다른 한 벌은 서강재가 갖고 있던 독립 저장장치에 복사했다. 기계가 만능이라는 믿음을 버리자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복도 끝 관찰창에서는 성인 나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 나래가 그 앞으로 갔다. "아줌마는 그날 문 소리 기억나요?" 성인 나래는 대답 대신 오른손을 유리에 갖다 댔다. 세 번 두드리고 한숨 쉬듯 멈췄다가 두 번 더 두드렸다. 아이 나래의 어깨가 떨렸다. "민호는 어려서 오른손이 없었지만 늘 왼손으로 저렇게 했어요. 어른들은 두드리는 소리가 기계 소리라고 했는데." "난 평생 그 소리가 꿈이라고 생각했어." 성인 나래가 말했다. "병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자꾸 들었어. 그때마다 기억을 지우는 약이 있다면 먹고 싶었지." "그런 약 없어요." "알아. 그래서 여기까지 왔어." 우빈은 두 나래가 말하는 동안 기다렸다. 그들에게는 누구의 이야기를 먼저 할지 결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가 성인에게 물었다. "저를 다시 가져가고 싶어요?" 여자는 울음을 참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너를 물건처럼 가져가고 싶지 않아. 내가 그때 무슨 일을 겪었는지, 너한테서 듣고 싶어. 네가 허락한다면." 아이는 한참 뒤 번호표의 구겨진 모서리를 펴 보였다. "그러면 저도 아줌마가 그 뒤에 어떻게 살았는지 듣고 싶어요." 벽면의 숫자가 흔들렸다. [동일 기록 간 자발적 증언 교환] [정리 방식: 선택 보류 유지] 서강재가 드물게 웃었다. "저쪽이 예상 못 한 선택이겠죠." 출구로 향하던 우빈은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날 철문을 다시 열어 보진 않았어요?" "열려고 했어. 그래서 이정민한테 손전등을 부탁했지. 그런데 걸쇠가 내 손에서 움직이지 않았어. 나중에 기계가 문을 잠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누군가 기계를 이용한 거였을 수도 있겠구나." "그걸 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요?" "내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죄를 남에게 미루는 것처럼 보일까 두려웠어." 우빈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 두려움 때문에 누가 실제로 문을 더 잠갔는지 아무도 못 찾았잖아요!" 정태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처음으로 아들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실망해서 화를 내고 있음을 알았다. 그 사실은 어떤 쇠망치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서강재가 우빈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택했다. 기계에 기록될 출입 동의가 필요 없는 계단이었다. 위층 문을 지나자 축축한 도시의 공기가 뺨에 닿았다. 정오 가까운 거리에는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와 있었다. 옷깃 사이로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다. 누군가는 신용 상담 종료 문자를 받았고, 누군가는 아파트 관리비 연체 알림을 받았다. 그들의 하루는 금고 바깥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우빈 씨, 아버지 때문에 흔들리는 건 당연해요." 소라가 말했다. "그렇지만 증거를 찾기 전에 아버지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지 결정하지 말아요. 유죄든 무죄든." "제가 아버지를 구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구한다는 게 모든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건 아니에요. 제 어머니도 그날 이름을 지웠어요. 저는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요." 그들이 자동차에 타자 미결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최초 사건 재심을 열람한 참여자에게 자동 발송된 안내였다. [제1증인 진술 접수] [잠정 추정: 정태수 단독 책임] [반증 자료 기한: 46:37:19] 우빈이 이를 악물었다. 추정이라는 단어 뒤에서 시스템은 이미 판결을 끝낸 것처럼 행동했다. 소라가 차의 내비게이션 대신 종이 지도를 펼쳤다. 중앙기록관리원 별관은 구륜구 외곽, 오래된 철길 옆에 있었다. 지도에는 멀쩡하게 보이는 도로였지만 직접 가 보니 절반은 공사 중이었다. 그들은 돌아가야 했다. 우회로로 들어서자 뒷좌석의 나래가 창문을 가리켰다. 검은 승합차가 따라오고 있었다. 차 앞에는 아무 번호판도 없었다. 서강재가 뒤를 확인했다. "미상채권관리 차량입니다. 회수 차량이 아니라 기록 조사 차량. 종이가 아니라 사람이 타요." "왜 우리를 따라오죠?" "서류를 없애러 온 거라면, 어떤 서류가 남아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라는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대신 사람이 많은 도로로 차를 돌리고 위치를 믿을 수 있는 지인에게 알렸다. 기록이 변하는 일과 실제 사고를 당하는 일은 구별해야 했다. 검은 승합차는 두 번의 신호를 더 따라오더니 옆길로 사라졌다. 곧 우빈의 전화에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철공소의 오래된 문을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날짜가 쓰여 있었다. '1998.11.03. 03:13.' 사진 속 문에는 정태수가 말한 빗장 외에 두 번째 쇠사슬이 감겨 있었다. 그리고 쇠사슬 끝에 매달린 작은 명찰에는 낯익은 회사 로고가 있었다. '미상채권관리'가 설립되기 열 해 전부터, 그 문을 잠근 누군가가 같은 표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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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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