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는 자신이 문을 잠갔다고 두 번 말했다.
첫 번째는 아들에게, 두 번째는 기록을 듣고 있는 금고에.
두 번째 고백이 끝나자 유리벽 뒤에 놓인 의자가 하나 더 생겼다. 등받이에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제1증인석.' 정태수가 그 의자에 앉자 그의 손가락에서 번지던 검은 얼룩이 잠시 멎었다.
[최초 사건 재심]
[제1증인 정태수]
[질문 항목: 구조 지연]
"아버지, 저기에 앉으면 또 계약이 되는 거 아닙니까?"
우빈이 물었다. 정태수는 의자 팔걸이를 내려다봤다. 거기에는 이름을 적는 칸이 없었다.
"계약이 아니라 진술이야. 그래도 너희가 기록해 둬라. 여기서 무슨 질문을 했는지까지."
소라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화면만 촬영하지 않고 원본 목소리를 별도 녹음기에 담았다. 서강재는 심사 장치에 보이는 글씨가 바뀔 때마다 시간을 적었다. 나래는 우빈 곁에 서서 자기 번호표를 꽉 쥐었다.
"1998년 11월 3일 새벽, 삼목 철공소에 무엇이 있었습니까?"
스피커에서 질문이 나왔다. 미결의 목소리와 달랐다. 문장을 끊는 위치까지 반듯한, 낯선 음성이었다.
"현장에 있던 낡은 시험 금고. 그리고 비 때문에 피신해 온 사람들."
"강민호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정태수가 입술을 적셨다.
"금고가 설치된 아래층에. 정확히는 보관 통로에 있었어."
"출입문을 누가 잠갔습니까?"
"내가."
질문은 그다음으로 넘어가려 했다. 우빈이 유리벽을 쳤다.
"왜 잠갔는지 물어야죠! 문을 잠근 사람만 확인하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잖아요."
[방청인 발언 기록: 이의]
[이의 검토 중]
정태수는 고개를 숙였다. 잠깐 침묵한 뒤 그가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문이 열려 있었어. 그때 우리가 시험하던 장치는 잘못 걸린 빚을 원래 사람에게 돌려보내는 물건이었지. 그날 들어온 건 돈을 빌려주고받은 계약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안전하게 데려다주겠다는 보호 약속이었어. 애초에 넣지 말았어야 할 종이였지."
나래가 작게 말했다.
"제가 가져갔어요. 누가 보여 주면 동생을 찾을 수 있다고 했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정태수는 급히 말했다. "내가 받았어. 어떤 종이인지 확인하지 않고 시험대에 올려놨지."
그날 밤을 재현하듯 유리벽에 빗물이 흘렀다. 희미한 전등 아래에서 낡은 철제 문이 나타났다. 안쪽에서는 어린아이가 문을 두드렸다.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세 번, 쉬고 두 번.
나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소리예요. 민호가 겁나면 저렇게 두드렸어요."
정태수는 두 눈을 감았다.
"문 아래로 종이가 흘러나왔어. 종이가 지나간 사람은 자기 이름을 잊기 시작했지. 밖으로 나오면 건물 전체로 번질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문을 잠그고 동료들에게 전원을 끊으라고 했어."
"얼마나요?" 소라가 물었다.
"정확한 시간을 몰라. 그날 이후 내 시계는 세 시 열한 분에서 움직이지 않았어."
"그때 민호가 살아 있었습니까?"
정태수는 아들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살아 있었어. 나는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정태수는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괴로운 듯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처음엔 전원만 끊으면 되는 줄 알았어. 이정민은 보호소에 연락했고, 나는 발전기 퓨즈를 뽑았지. 그런데 불이 꺼져도 종이 소리는 멈추지 않았어. 문 아래로 새까만 글자가 기어 나왔거든. 그 글자가 내 신발에 닿자 나는 잠깐 네 어머니 이름을 잊었다."
그가 발밑을 내려다봤다.
"그 순간 겁이 났어. 내가 모르는 사이 모든 사람이 자기 가족 이름을 잊으면 어떡하나. 머릿속으로는 문을 잠그는 게 옳다고 결론 내렸어. 그런데 민호가 두드렸지. 세 번, 쉬고 두 번.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아이가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 신호의 뜻을 묻지 않았어."
소라가 펜을 멈추고 물었다.
"그 당시 보호소로 연락했다는 기록은 있습니까?"
"있었을 거야. 통화 장부를 남기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직접 본 건 아니야. 정민 씨가 전화기를 잡는 모습까지만 봤어."
서강재가 그 부분에 선을 그었다. 직접 목격한 사실과 나중에 들은 사실을 분리하는 표식이었다. 정태수는 아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기다렸다.
우빈은 손에 든 망치를 내려다봤다. 어릴 때 아버지는 못을 박기 전 반드시 손가락 위치를 확인했다. 다른 사람이 옆에 있으면 두 번 확인했다. 그런 사람이 문 안에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도 걸쇠를 잠갔다.
"그럼 아버지는 아이가 나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래. 안다고 생각했어. 문을 닫아야 모두가 산다고. 그런데 문 안의 아이에게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지."
의자 옆에 숫자가 떴다.
[진술 접수]
[구조 지연 책임: 일부 인정]
[미확인 항목: 외부 잠금 1건]
서강재가 화면을 가리켰다.
"외부 잠금이라뇨? 정태수 씨가 잠근 문 말고 다른 잠금이 있었습니까?"
정태수는 처음 듣는 말처럼 눈을 떴다.
"내가 건 건 빗장 하나야. 손으로 밀어 열 수 있는. 밖에서 다시 잠글 장치는 만들지 않았어."
그때 기록에 철판이 쓸리는 소리가 추가됐다. 처음 들었던 아이의 두드림보다 나중에, 누군가 쇠사슬을 감는 소리였다. 정태수의 손이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저건 내 공방 소리가 아니야."
심사 장치는 즉시 답했다.
[증인 진술 불충분]
[제2잠금장치 원본 제출 필요]
우빈의 휴대전화에도 알림이 왔다. 중앙기록관리원 별관의 심사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마흔일곱 시간 남짓. 아버지가 인정한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죄 뒤에 다른 자물쇠까지 채워 놓았다.
"그 자물쇠를 찾겠습니다."
우빈이 말하자 정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찾되, 내 책임을 대신 없애 주려 하진 마라. 네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로."
유리벽에 흘러내리던 빗물이 멈췄다. 기록의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 손이 철문을 두드렸다.
세 번, 쉬고 두 번.
그 뒤에 다른 누군가가 문밖에서 속삭였다.
'내가 걸쇠를 하나 더 걸었으니 이제 책임자는 한 명으로 보이겠군.'
제3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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