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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30화
PAYLUA ORIGINAL · 제30화

30화. 원본 이의 신청

빚을 먹는 금고 · 3,669자

오프라인 책장
관리자가 되어 보겠느냐는 질문에 정우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미령은 그 침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동의하시면 남은 채무를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보호 기록도, 강나래 씨의 원본도, 아버지의 보관 상태도 모두 복구됩니다. 정우빈 씨에게는 그럴 권한이 있어요." "권한을 주는 대신 뭘 가져가죠?" "미해결 채무 전체에 대한 최종 승인 책임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다른 이름으로 나눠져 있어서 체감하실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우빈은 헛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처음 금고에 계약서를 넣을 때 들었던 말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부담은 없어질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갈 뿐이다. "안 하겠습니다." 오미령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기한이 끝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지 알면서도요?" "알아요. 그래서 다른 길을 찾는 겁니다." 소라가 옆에서 장부의 마지막 장을 촬영했다. 우빈이 수익자나 관리자를 인정하지 않아도 소라가 확보한 기록은 사라지지 않았다. 서강재는 내부 직원 권한으로 원본 수정 이력을 조회했다. 이 역시 새 계약이 아니라 존재하는 기록의 열람이었다. [원본 00-000001] [1998.11.03 03:14 / 발신 계정 불명 / 채권자 공란 삭제] [1998.11.03 03:15 / 이정민 / 목격 기록 보존] [2008.06.12 / OM-01 / 상용화 규칙 추가] [2026.10.26 / 최초 수익자 자동 지정: 정우빈] "여기요." 소라가 말했다. "이제 날짜가 나뉘어요. 1998년에 발생한 일과 나중에 덧붙인 상업 규칙을 같은 거래라고 주장할 수 없어요." 서강재는 세 장의 문서를 나란히 펼쳤다. 정태수가 적은 원래 보호 지시, 이정민이 보존한 나래의 목격 기록, 그리고 오미령의 계정으로 덧씌운 상용화 규칙. 서로 다른 시대와 목적의 문서가 한 장으로 묶여 있었다. "우리는 이걸 전부 무효라고 선언할 권한이 없죠." 그가 말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 자체의 기준으로도 원본 불일치를 증명할 수는 있습니다." "어떻게요?" 우빈이 물었다. "원본 대조 신청. 발행자와 부담자와 목격자의 기록이 서로 모순된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동 집행을 보류해야 해요. 법원 판단이나 별도 조사가 끝날 때까지요." 오미령은 즉시 끼어들었다. "이의 신청은 대표 수익자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아니요." 소라가 장부 첫 페이지를 펼쳤다. "원래 실험 지시에는 누구나 증거와 함께 이의 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관리자 서명은 2008년에 추가됐고요." 미결이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종이 형상 안쪽에서 오래된 기계 소리가 났다. 그것은 처음 규칙을 다시 찾고 있는 듯했다. [원본 규정 확인] [정정 이의 신청 주체: 실제 피해자 / 목격자 / 증거 보유자] 우빈은 오미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들 규칙에 억지로 내 이름을 넣기 전에, 원래 존재하던 규칙부터 읽었어야 했네요." "어쩌실 건데요?" 여자가 물었다. "14,201명의 사정을 전부 설명해 보시죠." "모두를 한꺼번에 대신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사람들한테 청구하는 근거가 잘못됐다는 건 증명할 수 있어요." 우빈은 비어 있는 출생 전 보증 서류를 가리켰다. "여기 적힌 나는 태어나지 않았어요. 1998년의 어떤 계약에도 동의할 수 없었죠." 아이 나래가 말했다. "그날 저는 민호를 기다렸어요. 돈을 빌린 적 없어요." 유리 너머 성인 나래가 손바닥을 올렸다. "그 사실을 확인하겠습니다. 저는 살아서 자랐고, 그날 이후로도 동생을 찾았습니다. 누군가 제 어린 시절을 보관했다고 해서 제가 받은 돈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정태수의 기록이 그 말을 받았다. 그는 유리 안쪽에서 원래 보호 지시를 보여 줬다. 소라는 서로 다른 세 장면을 별도로 저장했다. 문재복도 복도 쪽에서 1998년 반입 수첩을 확인했다. 누가 무엇을 직접 봤고 무엇을 나중에 알게 됐는지 구분했다. 서강재는 조심스럽게 대조 절차를 시작했다. 승인을 누르기 전에 화면 전체에 다음 문구가 나타났다. '이의 신청은 채무 인수, 권리 양도, 면책에 대한 동의가 아닙니다.' 네 사람이 문장을 함께 읽었다. 서강재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잠깐 아무 일도 없었다. 천장의 컨베이어는 계속 돌았고, 붉은 숫자 역시 줄고 있었다. 우빈은 순간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편집중국의 종소리가 느려졌다. 건물 안쪽에서 종이가 접히는 소리 대신 철제 문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대표 원본 이의 신청 접수] [원본 변경 이력 불일치 확인] [전체 자동 집행: 임시 정지] [잔여 채무 14,200건: 검증 대기] 도심 곳곳에서 동시에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다. 소라의 휴대전화로도 박선희의 메시지가 왔다. '저희 아이 이름으로 오던 새 서류가 멈췄어요. 뭐가 된 건지 아직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우빈은 벽에 등을 기댔다. 한꺼번에 모든 빚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떠넘겨진 책임이 원래 사람에게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 책임을 떠안는 일은 일단 멈췄다. "끝난 겁니까?" 아이 나래가 물었다. "아니." 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거야." 미결의 종이 몸에서 한 장의 편지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청구서가 아니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짧은 기록이었다. '최초 보호 약속 이행 여부: 미확인.' 형상은 서서히 흐려졌다.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얼굴이 없던 부분에서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누군가가 받아야 할 책임을 보관하라는 명령만 받았습니다. 누가 지켜져야 하는지는……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럼 배워." 우빈이 말했다. "사람에게 물어. 스스로 멋대로 정하지 말고." 미결의 마지막 종이가 접혔다. 그 안에는 작은 주소가 남았다. '구륜구 새벽 임시보호소 / 현재 기록 보관처: 중앙기록관리원 별관.' 소라는 주소를 사진으로 남겼다. 민호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단서였다. 성인 나래와 아이 나래는 여전히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누구도 통합이나 폐기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둘 다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성인 나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법은 아직 찾아야 했다. 오미령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렸다. "자동 집행을 멈춘 건 대단합니다. 하지만 기록을 심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인하셨어야죠." 화면의 문구가 바뀌었다. [이의 신청 심사 기관: 중앙기록관리원] [심사 개시까지: 48:00:00] [원본 증거 제출 미완료 시 자동 집행 재개] 우빈이 미간을 찌푸렸다. 기한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시계로 바뀐 셈이었다. 그때 유리벽 안쪽의 정태수가 두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 끝이 먹물처럼 번지고 있었다. "우빈아. 내가 여기 갇힌 이유를 이제는 말해야겠다." "아버지. 지금은 나오셔야 해요." "나는 그날 문을 잠갔어. 민호를 내보내기 전에." 우빈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들었다. "미결이 처음 사람을 먹은 건, 남이 아니라 나 때문에 시작됐어." 그 순간 금고 안에서 새로운 종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반송이 아니라 증인을 부르는 소리였다. [최초 사건 재심 개시] [제1증인: 정태수] [제1혐의: 구조 지연] 우빈은 망치를 손에 쥐었다가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번에 아버지를 구하려면,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먼저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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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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