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과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우편 배달부 옷을 입고 있었다.
청색 조끼와 반사띠가 달린 모자를 쓰고, 팔에는 낡은 가죽 가방을 들었다. 문제는 가방이 아니었다. 남자가 서 있는 곳 바닥에는 물기 하나 없었는데, 그의 구두 아래에서 비가 계속 떨어졌다. 오래전 11월의 빗물이 현재의 병원 복도까지 따라온 듯했다.
"미수령 아동 보호자십니까?"
그가 우빈을 보고 물었다.
"아니요. 사람을 보러 왔지 서류를 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수취인이 지정되지 않으면 동거 가족에게 전달됩니다."
"무슨 물건인지 설명부터 하세요."
남자는 가방에서 빈 봉투를 꺼냈다. 우빈이 손대지 않자 봉투의 앞면에 어머니 이름이 써졌다. 소라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영상에는 남자의 구두와 봉투가 담겼지만 얼굴이 흐릿했다. 그녀는 녹화를 멈추지 않았다.
"이 아이를 실제로 봤습니까?" 소라가 물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받았죠?"
남자는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보관번호 00-14. 발송 날짜는 기재 불가."
"그러면 배송 근거가 없네요."
간호사 두 사람이 우빈 일행을 지나가다가 이상한 냄새를 맡은 듯 걸음을 멈췄다. 비에 젖은 종이 냄새였다. 한 간호사가 바닥의 물기를 보고 미끄러질까 봐 경고 표지판을 가져왔다. 기묘한 존재가 서 있는데도 병원 사람들의 일은 계속됐다. 우빈은 그 평범한 행동에 작은 위안을 느꼈다. 사람을 돕는 일은 언제나 거창한 서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배달부는 간호사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봉투의 비어 있는 칸에 꽂혀 있었다. 그 눈길을 보자 우빈은 상대가 병원에 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누가 아프고 누가 무서워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름 하나만 적히면 배송이 끝나는 것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우빈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보낸 사람이 없으면 받을 사람도 지정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 물러나세요."
우편배달부의 모자 아래에서 종이 접히는 소리가 났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피부가 얇은 봉투처럼 흔들렸다.
"미수령이 길어질수록 이자가 발생합니다."
"어린아이에게 무슨 이자가 붙어요?" 서강재가 물었다.
"기억 지연료."
남자는 손가락으로 병실 방향을 가리켰다. 벽에 걸린 환자 명단에서 이명숙의 이름이 잠깐 흐려졌다. 우빈은 몸이 먼저 움직일 뻔했다. 그러나 누가 대신 맡겠다고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아버지의 경고를 기억했다.
서강재가 사원증 절반을 꺼냈다. 자르면서 모서리가 날카로워진 조각이었다.
"회사 규정 제4조. 수취인이 실재하지 않으면 배송물은 원발행 부서에 임시 보관해야 한다. 당신이 갖고 있는 서류에서 발행처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쪽부터 확인하시오."
배달부는 고개를 갸웃했다. 손의 봉투가 잠깐 떨렸다.
"원발행 부서: 본원금고. 임시 보관 승인."
이명숙의 이름이 병실 문에서 사라졌다. 대신 배달부의 가죽 가방이 크게 부풀었다. 안에서 작은 손이 가방 바깥을 두드렸다.
나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거기 누구 있어요?"
가방 안쪽에서 대답이 들렸다.
"누나."
그 소리는 너무 작아서 병원 바퀴 의자가 지나가는 소리와 섞이면 곧 사라질 듯했다. 나래의 눈이 커졌다.
"저 목소리 알아요."
"가방 열지 마." 우빈이 말했다. "아직 누가 말하는지 몰라."
나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배달부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가족 인계 서명만 해 주시면 됩니다."
소라가 가방 안쪽으로 휴대전화 녹음기를 가까이 댔다.
"가방 안에 있는 사람, 이름을 말할 수 있나요?"
돌아온 것은 아이 목소리가 아니라 어른의 거친 숨소리였다. 이어서 낮게, 아주 오래된 라디오처럼 말이 들렸다.
"적어도 이름만은 말하지 마. 여기선 이름을 대면 보내 버려."
정태수의 목소리였다.
우빈은 당장 가방을 찢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목소리를 미끼로 썼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가 심호흡하는 사이 소라가 물었다.
"당신이 정태수 씨라면 저에게만 알 수 있는 사실을 말씀해 주세요."
"모른다. 하지만 이정민이 남긴 영수증을 봤다면…… 뒷면에 아이가 무사히 귀가했다고 썼겠지. 그건 진짜 귀가가 아니라 금고 밖 기록으로 아이를 옮겼다는 뜻이야."
소라의 손끝이 굳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기록이었다. 그 말만으로 본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원본 정보에 접근하는 목소리였다.
가방이 스스로 벌어지려 했다. 배달부가 서둘러 뚜껑을 누르며 뒷걸음쳤다.
"본원으로 반송합니다. 수취인 이의 신청이 성립됐습니다."
남자가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바닥의 빗물이 거꾸로 모여들었다. 남자는 사라졌고, 물기 없는 타일 위에 종이 한 장이 남았다.
[반송 노선: 구륜우편집중국 지하 2층]
[물품명: 미수령 목격]
[주의: 원본을 열람하려면 발행·부담·목격 세 장의 기록 필요]
그 아래에는 새로운 문구가 인쇄돼 있었다.
'수취하지 마시오. 직접 확인하시오.'
소라는 종이를 사진으로만 남겼다. 이번에는 우빈도 함부로 집어 들지 않았다. 병원 관리 직원에게 위험한 물건처럼 보여 다른 사람들이 만지지 않게 통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서강재가 실제로 책임 이전이 없는 조사용 증거봉투인지 확인한 뒤 보관했다.
우빈은 병실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만 설명했다. 모든 금고의 비밀을 알았다고 과장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나래라는 아이는 울면서 동생을 찾았어. 그런데 네 아버지가 그 아이를 안고 문을 나올 때에는, 아무리 세어도 한 명밖에 없었지. 내가 잘못 봤다고 생각했어."
"동생은 어디로 갔을까요?"
"못 나왔겠지. 누군가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적어 놓으니까, 더는 찾지 않았던 거야."
우빈은 영수증의 '무사 귀가'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다. 기록이 사람을 지킬 수도 있었지만, 누군가가 수색을 그만두는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한 줄의 거짓말이 스물여덟 해의 시간을 빼앗았다.
일행은 병원을 나서기 전 간호사들에게 새로운 우편물이 발견되면 열지 말고 따로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의 보호자는 정상적인 병원 절차로 유지했고, 전산상의 안내가 곧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믿지 않았다.
구륜우편집중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래는 창밖만 보고 있었다. 우빈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 듣고 동생인 줄 알았어?"
"네. 그런데 조금 달랐어요. 우리 동생은 제 이름을 그렇게 부르지 않아요."
"어떻게 불렀는데?"
나래는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쌌다.
"누나라고 한 다음에, 꼭 장난을 쳤어요. 제가 화낼 때까지요."
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찾으려는 건 목소리의 모양이 아니라 그 뒤에 남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차량 내비게이션이 갑자기 경로를 바꿨다. 도로 대신 새하얀 선 하나가 화면을 가로질렀다. 목적지까지 0미터. 그런데 구륜우편집중국은 아직 8킬로미터 밖이었다.
서강재가 내비게이션 전원을 껐다.
"안내하는 길을 그대로 믿으면 금고가 원하는 문으로 가게 됩니다."
운전하던 소라가 도로 표지판을 확인했다.
"그럼 사람 손으로 만든 지도를 봐요. 돌아가더라도요."
그러나 뒷좌석의 나래가 창문을 두드렸다. 옆 차선에 검은 배송 차량 한 대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수석 창문에는 커다란 흰 글자가 붙었다.
[배송 완료 예정: 15:00]
[수취인: 강나래]
나래가 낮게 말했다.
"저 차에 있는 건, 동생이 아니에요."
트럭 적재함 안쪽에서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제2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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