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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97화
PAYLUA ORIGINAL · 제197화

197화. 검은 양복의 마지막 제안

빚을 먹는 금고 · 2,564자

오프라인 책장
도영식은 낮 열한 시에 변호인을 통해 회의 장소를 제안했다. 중앙기록관리원과 이해관계가 없는 공공 회의실이었다. 정우빈은 혼자 가지 않았다. 김소라, 박현정, 담당 조사관, 그리고 도영식 측 대리인이 입회했다. 실제로 오갈 문서가 있었고, 서로 다른 주장을 기록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영식은 생각보다 늙어 보였다. 십 년 넘게 일한 사람의 얼굴에는 고집처럼 굳은 주름이 있었다. 손목의 시계는 비쌌지만 셔츠 소매 안쪽의 실밥은 헤져 있었다. 우빈은 이상하게도 그 모습에서 무서움보다 피로를 먼저 느꼈다. “내가 네 아버지한테 돈 빌려준 건 사실이다.” 도영식이 말했다. “확인된 부분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럼 금고를 넘겨. 네 가족 채무는 내가 정리하지.” “그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소라는 제출할 자료를 펼쳤다. 채권 양도 내역을 요구한 기록, 받지 못한 대답, 2010년 회의록의 일부였다. 도영식의 눈빛이 마지막 장에서 굳었다. “그 서류를 어디서 구했지?” “적법한 보존 절차로 확보된 자료입니다.” 현정이 말했다. “오늘은 그 작성 경위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도영식은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가 이걸 다 없앨 수 있을 것 같아? 사람이 빚을 지는 한 금고는 다시 생겨.” “그건 다른 문제예요.” 우빈이 말했다. “사람이 돈을 빌리는 것과 빌리지 않은 사람의 이름으로 채권을 만드는 건 다릅니다.” 도영식은 손목시계를 풀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시계 뒷면에는 희미한 원이 새겨져 있었다. 틈이 닫힌 검은 원이었다. “처음엔 나도 장부가 사람을 지켜 준다고 믿었어.” 그가 말했다. “약속한 날을 놓치면 누군가는 굶고, 다른 누군가는 부도를 맞으니까. 정확하게 기록하고 반드시 받게 하면 공정하다고 생각했지.” “그다음은요?” 소라가 물었다. “확실한 미래의 수익이 있으면 현재 돈을 미리 지급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지. 처음에는 선의였어. 비용을 선지급했다고 적으면 구조 예산이 빨리 승인되고, 보상도 더 빨리 나갈 거라고.” “실제 지급하지 않았는데 지급했다고 적으셨잖아요.” “그게 잘못이었겠지.” 그는 인정하는 듯 말했지만 곧 덧붙였다. “그러나 그 돈으로 이익을 본 사람도 많아. 나 혼자 욕먹을 일은 아니야.” 우빈은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도영식이 실제로 돈을 벌었는지, 2010년 당시 누가 권한을 부여했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책임을 한 사람에게 몰아 무고한 사람의 문제까지 덮고 싶지 않았다. 현정이 회의록의 다음 장을 보여 주었다. “수수료 배분 명세를 설명해 주세요. ‘수령 확정 1건당 일정액 지급’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도영식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침묵하는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창밖에는 사람이 걸어 다녔지만 유리 안쪽에는 그림자만 남았다. 검은 양복의 남자가 도영식 뒤에 서 있었다. 그 남자는 분명 입장한 적이 없었다. 기록관리원 CCTV도, 조사관의 출입기록도 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우빈과 소라, 도영식은 동시에 그쪽을 바라봤다. ‘계약은 살아 있다.’ 도영식이 떨리는 손으로 탁자를 짚었다. “저놈이야. 서류를 한 장씩 들고 왔어. 뭘 했든 이름은 백재헌이었어.” 검은 양복의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얼굴이 한순간 세 사람의 얼굴로 바뀌었다. 젊은 사원, 중년의 관리자, 백발의 회수 담당자. 어느 얼굴에도 눈이 선명하지 않았다. ‘백재헌은 회수자의 자리다. 자리는 비지 않는다.’ “사람이 아니었군요.” 소라가 말했다. ‘직함은 사람보다 오래 남는다.’ 남자는 도영식 앞에 마지막 계약서를 놓았다. [최종 책임자 지정] [후보: 정우빈 / 도영식 / 무기명 대리인] [서명 시 불일치 장부 즉시 폐기] 도영식은 얼른 펜을 들었다. 우빈은 그의 손을 막지 않았다. 대신 큰 소리로 말했다. “이 계약이 무엇을 폐기하는지부터 읽으세요.” 서류의 뒷면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미확정 채무 및 미지급 보상금, 임금, 책임 입증 자료 전부 포함.’ 도영식의 손이 굳었다. 그가 서명하면 자신의 허위 채권도 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가 받아야 할 돈과, 자신의 책임을 증명하는 기록까지 함께 없앨 수 있었다.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내가 여기서 사라진다고 과거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네.” 우빈이 말했다.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했어요.” 검은 양복이 탁자에서 물러났다. 도영식의 시계 안쪽에서 검은 원이 갈라졌다. 종이로 된 소매들이 바닥을 타고 기어가다 벽에 붙었다. 조사관은 회의실의 이상 현상을 전부 설명하지 못했지만, 도영식이 제출한 회계명세와 발언은 정식 기록에 남겼다. 도영식은 귀가하지 못했다. 별도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고, 법적 판단은 남아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우빈이 소라에게 말했다. “한 명을 잡아서 금고를 부수는 결말을 바랐던 적이 있어요.” “이제는요?” “저 사람이 벌을 받아도 다른 사람의 피해가 자동으로 없어지진 않는다는 걸 알아요.” 소라는 서류 가방을 꼭 쥐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받은 적 없는 보상금은 여전히 서류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는 문밖에서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그럼 너희는 무엇으로 나를 끝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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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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