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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94화
PAYLUA ORIGINAL · 제194화

194화. 사라진 원본의 보관자

빚을 먹는 금고 · 2,452자

오프라인 책장
마이크로필름을 재생하는 장치는 오래된 도서관 기계처럼 생겼다. 기록관리원 직원이 원본 롤을 장착하고 화면에 빛을 켰다. 작은 글씨들이 커지면서, 십육 년 전 누군가 한 장씩 촬영한 장부가 펼쳐졌다. 우빈은 자신도 모르게 화면에 몸을 가까이 댔다. 이상하게도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보다 종이에 남은 문장 하나를 찾는 일이 더 무서웠다. [1996-10-02 / 미확정 원본] [2010-06-12 / 정정 요청 내역] [필요 조건: 실물 지급 증빙 및 당사자 확인] 원본의 조건은 그대로였다. 다음 장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봉산채권 회수관리실은 지급 예상액을 우선 정산하여 민원 발생을 줄인다.’ 서류에는 지급 증명서가 첨부되어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첨부 목록에 있던 것은 실제 영수증이 아니라 예산 산정표였다. 표의 맨 아래 작은 글씨가 보였다. ‘추정액으로 실제 집행을 대체할 수 없음.’ “이 문장이 빠지면서 모든 게 시작됐네요.” 소라가 말했다. 현정은 고개를 저었다. “빠진 건 시작이고, 누가 그걸 알고도 승인했는지가 남았어요.” 화면에는 승인 요청서가 두 장 있었다. 첫 번째는 장인호의 반려. 두 번째는 그의 이름을 찍은 승인서. 서명 모양은 비슷했지만 하단의 검토 시간이 달랐다. 반려는 오전 열 시 십일 분, 승인은 새벽 두 시 십구 분. 그리고 그날 장인호의 야간 출입 기록은 없었다. 우빈은 순간 고개를 들었다. 복도에 서 있던 종이 사람의 형체가 필름 화면 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숫자로 된 눈들이 일제히 닫혔다. ‘보관자의 이름이 있으므로 확정은 유효하다.’ “이름이 있다는 것과 사람이 했다는 건 다른 일이에요.” 현정이 승인서 아래의 인증 이력을 확대했다. [서명 원본: 2004년 이관 인사기록] [전자 대조: 생략] [대행 승인: J-00] 이름을 가져온 곳은 수령 절차가 아니라 인사기록이었다. 장인호가 동의한 적 없는 일에 그의 오래된 필체가 붙었다. 그때 보안책임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회수관리실에서 대표 변호인을 보냈다고 합니다. 접수한 소송 관련 자료를 열람하겠다는 요청인데요.” “정식 요청서가 있나요?” 현정이 물었다. “네. 하지만 범위가 이상해요. 이 필름 한 롤 전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라가 손을 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의 주소와 신원이 기록을 빌미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그대로 내주면 같은 일이 반복될 터였다. “필요한 장만, 적법한 절차로 확인하게 해야죠.” 방문객은 회의실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색 코트를 입은 중년 남자였다. 가방 안에는 문서가 가득했고, 가방 손잡이에는 오래된 황동 도장이 매달려 있었다. “정우빈 씨입니까?” 그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누구시죠?” “도영식 씨 측 대리인입니다. 우리 의뢰인도 피해자입니다. 채권이 멋대로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우빈은 숨을 들이마셨다. 사채업자 도영식. 처음 가족의 채무를 들이밀던 사람의 이름이 다시 나타났다. “실제로 빌려준 돈이 있다면 증빙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그 말씀은 우리 쪽에서도 환영합니다. 다만 오래된 자료가 잘못 공개되면 손해가…” “원본 전체를 달라는 이유부터 설명해 주세요.” 소라가 끼어들었다. 남자는 미소를 잃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한 장의 요청서를 놓고 회의실의 형광등을 올려다보았다. 유리에 반사된 그림자에서는 그의 코트가 검은 양복으로 보였다. “그분들이 걱정하는 것은 돈이 아닙니다.” 남자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떤 서류에는 이름을 지우면 안 되는 사람이 있거든요.” “누구입니까?” “그건 저도 못 봤습니다.” 그는 가방에서 별도의 봉투를 꺼냈다. 앞면에는 ‘이관 중지 요청 / 2010.06.12’가 적혀 있었다. 봉투에는 실물 도장이 없었다. 대신 네모난 구멍만 뚫려 있었다. “왜 가져오셨죠?” 우빈이 물었다. 대리인은 대답하기 전에 한참 봉투를 바라보았다. “도영식 씨가 이것만 없애면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없애기 전에 기록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그는 빈 구멍 너머로 우빈의 얼굴을 보았다. 우빈은 도영식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처음 사채 사무실에서 듣던 말을 기억했다. “돈은 반드시 주인을 찾아갑니다.” 그때는 단순한 협박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훨씬 구체적인 구조였다. 주인이 없는 돈에도 억지로 주인을 만들고, 받지 않은 물건에도 수취인을 붙이고,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게 서명을 달아 주는 장사. “혹시 의뢰인이 왜 그 서류만 없애라고 했는지 들으셨습니까?” 우빈이 물었다. 대리인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 이유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는 누군가가 보관 기간이 지났다고 했고, 조금 뒤에는 이 서류가 존재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두 말은 동시에 참일 수 없잖습니까.” 소라는 그 말을 따로 적었다. 자료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거짓말 하나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제 휴대전화에 이 봉투를 꺼내지 말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발신자가 J-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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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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