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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92화
PAYLUA ORIGINAL · 제192화

192화. 정정관리 제0호

빚을 먹는 금고 · 2,520자

오프라인 책장
아침 여섯 시까지 두 시간 사십 분 남짓. 복도 밖 도시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중앙기록관리원 앞 편의점의 첫 손님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었지만, 지하 회의실에서는 십육 년 전의 명령 하나가 다시 실행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박현정은 야간 책임자의 입회하에 2010년 이관 지침을 펼쳤다. 자료 첫 장에는 과장된 구호가 적혀 있었다. ‘기록의 누락을 없애고 모든 수익자를 보호한다.’ 소라가 종이를 넘겼다. “누락을 없앤다는 게 왜 사람에게 빚을 만들어 주는 일로 변했죠?” “원래 조항은 달라요.” 현정이 인쇄본의 가장자리를 짚었다. “미수령은 미수령으로, 미확정은 미확정으로 옮기라고 되어 있어요. 나중에 붙은 부칙이 문제죠.” 부칙에는 ‘장기 보류 건은 운영 효율을 위해 일괄 수령 처리할 수 있다’는 문장이 있었다. 담당자의 동의, 수령인의 확인, 지급 증빙은 다른 장에 흩어져 있었다. 그 문장 하나만 화면에 띄우면 금고는 마치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전달된 것처럼 계산할 수 있었다. 우빈은 1996년 푸른 금고의 도면을 옆에 놓았다. 원 안에 열려 있는 작은 틈이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반대로 2010년 전산 화면에서는 같은 원이 완전히 닫혀 있었다. “그 틈을 메운 사람이 J-00인가요?” “정확히는 그 계정을 이용해 메운 사람이에요.” 현정이 작업 이력을 열었다. [2010-06-12 02:11 / 일괄 정정 제안] [2010-06-12 02:17 / 증빙 예외 적용] [2010-06-12 02:19 / 수령 상태 확정] [권한: J-00] 실명란에는 하얀 빈칸만 남았다. 하지만 02시 11분에 작업을 요청한 부서의 이름은 남아 있었다. ‘봉산채권 회수관리실.’ 그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수상한 금고를 회수하던 검은 양복의 남자가 처음 건넨 명함 뒷면에 찍혀 있던 바로 그 문구였다. “백재헌의 조직이네요.” 소라가 말했다. “그 이름으로 일했던 사람들은 여러 명이에요.” 우빈이 대답했다. “우리가 찾는 건 누가 지시했는지예요.” 열람실 밖에서 정태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처럼 쉬어 있었다. “우빈아. 네가 물어봤던 그날 말이다. 2010년 6월 12일.” “기억나세요?” “그날 새벽 공방으로 서류를 들고 온 사내가 있었어. 예전 납품 대금을 아직 못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도와주겠다고 했지. 서류가 영수증이라고 했는데, 나는 인수증이 아니냐고 물었어.” 태수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멀리서 명숙이 물을 따라 주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말했어. ‘정정이 완료되면 아무도 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말을 믿고 싶었지. 그런데 끝까지 서명은 안 했어.” “그 사람 이름은요?” “몰라. 가슴에 찬 사원증엔 ‘백재헌’이라고 적혀 있었어. 젊은 사람이었는데, 웃는 얼굴이 오래 남더라.” 우빈은 아버지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집 밖에서 무슨 서류가 등록됐는지는 여전히 확인해야 했다. 현정은 회수관리실의 반출 기록을 열었다. 2010년 6월 12일에는 표준 장부를 담은 이동식 저장 장치가 이 건물로 들어온 기록이 있었다. 그 장치의 반출 수령자로 서명한 사람은 회수관리실 직원이 아니었다. ‘중앙기록관리원 기록보존팀 / 장인호.’ 그는 같은 해 정년을 앞두고 떠난 보존 담당자였다. 인계 서류 옆에는 손글씨가 남아 있었다. ‘상태 확정 금지. 실물 대조 전 승인 불가.’ 그 경고 아래 다른 색 잉크로 작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정태수는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 말을 남겼다. “서류 가져온 사내가 나간 뒤에도 공방 앞에 차 한 대가 서 있었어. 안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줄 알았지. 그런데 문을 열어 보니 작은 녹음기 소리더라. 사람들이 동정심 때문에 서류에 서명하게 만들려고 했는지, 단지 우연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우빈은 그 기억을 아버지의 추측 그대로 기록했다. 사내가 누구인지, 녹음기에서 정확히 무슨 소리가 나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금고를 만든 사람들은 서류를 설명할 때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 때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때 서명하지 않은 건 잘하신 거예요. 기억나는 만큼만 정리해 주세요. 확실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않다고 써 주시고요.” ‘정정 완료.’ 두 기록은 분명 서로 모순됐다. 06시 자동 재시도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었다. 현정은 어느 쪽을 믿을 것인지 묻는 화면을 닫았다. 인간의 기억보다 오래 남은 것은 정정 도장이 아니라, 도장을 찍지 말라고 적은 손글씨였다. “장인호 선생이 범인이라는 소리가 나오겠죠.” 우빈이 말했다. “그래서 기록을 먼저 보존해야 해요.” 현정이 대답했다. “그분이 반대했을 가능성도 같이 남겨야죠.” 옆 단말기가 다시 켜졌다. [J-00 자동 재시도 / 인증 대상: 최종 원본 보관자] [보관자 이의: 기록 없음] 소라는 손가락으로 손글씨 한 줄을 가리켰다. “여기 있잖아요. 이의가 없다고 적어 놓은 것부터 거짓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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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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