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 십사 분 일 초.
이미 멈춘 정산 기록 아래, 있을 수 없는 접속 시각이 찍혀 있었다.
정우빈은 처음에 누군가 화면을 조작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박현정의 단말기에는 세 종류의 시계가 있었다. 모니터 오른쪽 위의 현재 시각, 서버가 남긴 처리 시각, 마지막으로 원본에 새겨지는 기록 시각. 세 시계가 정확히 같은 숫자를 가리켰다.
[승인자 코드: J-00]
[마지막 접속 장소: 중앙기록관리원 내부]
[작업: 처리 실패 통보 열람]
“정산이 멈춘 직후에 확인한 거군요.” 김소라가 말했다.
현정은 무턱대고 접속을 추적하지 않았다. 야간 근무 중인 보안책임자에게 먼저 보존 요청을 넣고, 단말기와 출입기록 원본의 시각을 함께 확보했다. 누군가 이곳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우빈이 할 일은 범인을 쫓아 어두운 복도를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문을 열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문을 열게 해야 했다.
“내부라는 말이 이 건물 안의 사람을 뜻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현정이 화면의 작은 문구를 가리켰다. “접속 경유지가 내부라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
“그럼 저기 찍힌 위치를 믿을 수 없다는 거네요.”
소라는 손목을 문질렀다. 전날 새벽부터 몇 번이나 종이 괴물에게 잡힐 뻔한 자리였다. 그러나 그보다 오래 남는 통증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머니의 보상금이 지급된 것처럼 쓰인 문장을 처음 봤을 때의 수치심. 잘못한 사람이 아닌데도 수령하지 않았음을 일일이 증명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범인이라고 이름 적힌 사람을 바로 믿지 않을 거예요.” 소라가 말했다. “우리 어머니 이름도 그런 식으로 장부에 올라갔으니까.”
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급히 체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바로 그 순간, 금고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나타나곤 했다. 확인은 나중에 해도 된다는 문장. 그들은 그 문장을 여러 번 거절하며 여기까지 왔다.
“아니요.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보안책임자와 시설 당직자가 열람실에 도착했을 때, 천장에 설치된 안내 스피커가 지직거렸다. 아무 안내도 나오지 않았는데 오래된 영수증을 잡아 찢는 소리만 이어졌다. 우빈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당직자가 놀라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기계 점검 중입니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 끝 복합기에서 종이 한 장이 밀려 나왔다. 검은 잉크로 인쇄된 문장은 짧았다.
‘승인자는 이미 건물에 있다. 가장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을 찾으라.’
우빈은 종이를 집으려던 소라의 손목을 잡았다.
“그게 사실일 이유가 없어요.”
“그래도 확인할 수는 있죠.”
“확인하게 만들려고 보낸 걸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은 종이를 만지지 않은 채 직원에게 위치와 시간을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안책임자는 출력물을 투명 보존봉투에 넣고 복합기의 작업 목록을 확인했다. 목록에는 인쇄 요청이 없었다. 대신 한 줄이 있었다.
[대기 중이던 유지관리 작업 재개 / 생성 연도 2010]
종이가 혼자 인쇄된 것이 아니었다. 십육 년 전에 예약된 작업이 지금 깨어난 것이었다.
현정이 2010년의 이관 자료를 불러왔다. 그해에는 여러 지역의 창고와 병원, 보호시설에서 모은 기록을 하나의 표준 장부로 옮기는 대규모 사업이 있었다. 각 기관의 권한이 서로 달라 작업을 맡을 사람을 쉽게 지정할 수 없자, 담당자들이 임시로 쓸 수 있는 공용 직무 계정을 만들었다.
그 계정의 이름은 ‘정정관리 제0호’.
J-00.
“그럼 사람이 아니었어요?” 우빈이 물었다.
“아직 단정하지 마요.” 현정이 대답했다. “계정은 도구고, 도구를 움직인 사람은 따로 있겠죠.”
시설 당직자는 오래된 회의실로 향하는 출입문 앞에서 멈췄다. 문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정산 완료 전 외부 개방 금지.’
그러나 그날의 정산은 이미 중지됐다.
당직자가 출입 권한을 확인하는 동안, 소라는 유리창에 비친 복도를 바라보았다. 우빈과 현정, 직원들의 그림자 사이로 앉아 있는 사람 하나가 더 보였다. 구겨진 종이로 만든 정장을 입고, 얼굴은 지워진 도장 자국뿐인 남자였다.
“우빈 씨. 유리에만 보여요.”
우빈이 돌아보자 그림자는 없었다. 유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아직 내 업무가 끝나지 않았다.’
현정의 단말기에서 알림이 울렸다.
[J-00 자동 재시도 예약: 06:00]
[재시도 목적: 원본 확정 상태 복구]
우빈은 황동 열쇠를 더 세게 쥐었다. 이번에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 오래전에 만든 명령이 사람 없이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었다.
제19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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