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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88화
PAYLUA ORIGINAL · 제188화

188화. 서른여덟 명의 이의

빚을 먹는 금고 · 2,330자

오프라인 책장
정우빈은 명단의 마지막 줄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 서른여덟 명. 한 사람이 직접 항의하고, 자신이 받지 않은 물건과 지급받지 않은 돈을 설명하고, 오래된 기록과 현재의 삶을 연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놀랄 만큼 많은 숫자였다. 그러나 B-000은 그들을 전체 12,408명 중 아주 작은 예외로 취급했다. [이의 접수: 38건] [미접수: 12,370건] [미접수자는 자동 승인 간주] “사람이 자는 시간에 이의 마감하겠다고 하면 누가 대응해요?” 소라가 화를 냈다. 현정은 시계를 바라봤다. 자정을 십 분 넘긴 시간이었다. 이의 접수 마감까지 두 시간 반 남짓. 근무 시간이 끝난 공공 기록실에서 당장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은 불가능했다. 누구든 이름과 주소를 대신 입력하겠다는 유혹을 느낄 만했다. “하나하나 제가 대신 접수할게요.” 우빈이 말했다가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 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함정이에요. 우리가 다른 사람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대신 제출하면, B-000은 그걸 대리권이 있다고 해석할 겁니다.” “그럼 손을 놓고 있어야 해요?” “아니요. 사람들 대신 답하지 말고, 이 청구서가 성립하는지 묻는 겁니다.” 서른여덟 건의 이의 중에는 김소라의 이름도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받은 적 없는 보상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세 번이나 접수 내용을 고쳤다. 자신의 가족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다른 가족을 대신해 판단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겨우 우리 집 것만 냈어요.” 소라가 말했다. “그건 겨우가 아니에요.” 우빈이 대답했다. “하지만 저 아래 나머지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도 막을 방법을 찾읍시다.” 현정은 일괄 정산 통지를 다시 펼쳤다. B-000은 12,408명에게 각각 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모든 기록의 공통 뿌리인 1996년 선지급 비용이 존재하므로 채무의 원천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문제 삼을 대상도 개인의 삶이 아니라 원천 장부였다. “원본 거래의 증빙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겠네요.” 소라가 말했다. “맞아요. 영 원을 지급했다고 적은 그 한 줄 말이에요.” 하지만 접수 창구는 그들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이의 유형 선택] [1. 개인 수령 사실 부인] [2. 대리 수령 사실 부인] [3. 대리 이의 신청] 원본 장부의 발행 근거를 따지는 메뉴가 없었다. 세 가지를 모두 눌러 봐도 결국 누군가의 이름을 요구했다. 우빈이 화면을 닫자 열람실 벽에 차갑고 평평한 금속판이 생겨났다. 그 한가운데 숫자 000이 찍혔다. ‘수익자가 누군지 알고 싶습니까?’ B-000의 목소리는 지금까지의 금고와 달랐다. 친절한 척하지 않았다. 오래된 안내 방송처럼 감정이 없었다. “누가 최초 비용을 실제로 지급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빈이 대답했다. ‘그것은 귀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귀하는 수령 여부만 선택하십시오.’ “그러니까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빚을 먼저 확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금속판의 표면에 수천 개의 가느다란 선이 나타났다. 작은 서명란들이었다. 선들은 책상 다리와 천장을 타고 퍼졌다. 소라가 문 쪽으로 물러나자 선 하나가 그녀의 소매 끝에 들러붙었다. [대리인 지정 완료] “지정한 적 없어요!” 소라가 외쳤다. 우빈은 그녀 대신 선을 떼어 주려다가 멈췄다. 손으로 떼면 또 다른 대리 기록이 생길 수 있었다. 그는 화면에 나온 대리인 지정 근거를 소리 내어 물었다. “누가 언제 지정했죠? 서명이나 동의 기록을 보여 주세요.” 선이 흔들렸다. 금속판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정은 소라의 소매에 닿은 선과 지정 화면을 촬영했고, 소라는 스스로 손을 움직여 옷에서 떨어진 종이를 바닥에 놓았다. [대리인 지정 근거: 확인 불가] 선이 하나씩 무너졌다.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 노크했다. 세 번, 잠시 쉬고 한 번. M-00이 남기던 신호와 같았다. 우빈은 곧바로 문을 열지 않았다. “누구세요?” “기록보관실 당직입니다. 현정 씨에게 맡길 문서가 있습니다.” 직원은 정식 수신인을 확인한 뒤, 관리원 내부 전달 봉투를 건넸다. 봉투에는 오래전 원본 장부의 서식 번호가 있었다. 전산 화면에서 사라진 이의 유형을 종이 양식으로 보존해 둔 문서였다. [원천 발행의 존재 여부 및 지급 증빙 검토 신청] 현정은 봉투를 보며 작게 웃었다. “선택지를 셋밖에 안 만든 사람이 한 가지를 잊었네요.” “뭐를요?” “화면이 없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이의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요.” 그러나 마감 시각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이 양식이 실제 B-000의 회계 원장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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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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