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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87화
PAYLUA ORIGINAL · 제187화

187화. 미확정의 주인

빚을 먹는 금고 · 2,508자

오프라인 책장
녹취록에는 이름이 없었다. 정우빈은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998년의 어린아이 울음이 누구의 것인지, 문선영으로 추정되는 증인이 실제로 녹음했는지 확정할 수 없었다. 과거의 증거를 찾다가 눈앞의 목소리를 원하는 사람 이름으로 바꾸는 잘못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박현정은 M-00에게 공개 범위를 물었다. 답장은 한 시간 뒤에 왔다. ‘제 목소리를 공개하지 마십시오. 원칙을 읽는 문장만 사용해도 됩니다.’ 우빈은 짧게 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정은 별도의 봉인된 원본을 그대로 두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승인된 문장만 옮겼다. 새벽에 제출할 자료에는 다음 한 줄만 인용했다. ‘실제 수령을 확인하기 전에는 보류 기록을 채무로 바꾸지 않는다.’ 그날 밤 늦게 소라는 우빈에게 장부 한 페이지를 보냈다. 구급상자를 배달받은 열한 곳 중 몇 곳에서는 실제로 소독약을 썼다는 기록이었다. 사용한 물품의 원가를 보전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었다. 문제는 금고가 그 사용을 빌미로 원래 존재하지 않던 거액의 장기 채무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도움을 받는 것과 빚을 지는 건 별개의 일이잖아요.” 소라가 말했다. “도움을 준 사람이 실제로 돈을 썼을 수도 있고요. 그 사실까지 없다고 할 순 없죠.” “하지만 그 사람은 누가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증명해야 해요.” “맞아요.” 두 사람은 숫자를 분리했다. 실제 지급된 물품 대금, 지급 예정이었지만 집행되지 않은 예산, 존재하지도 않았던 추정 손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컸다. B-000은 그 세 가지를 한꺼번에 '먼저 낸 돈'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소라는 실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영수증 한 장도 따로 보관했다. 응급처치가 있었고, 약품이 사용됐고, 정당하게 계산된 금액이 적혀 있었다. 영수증에는 치료받지 않은 가족의 이름도, 앞으로 일어날 사고의 확률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 한 장을 버리지 말아야겠어요.” 소라가 말했다. “왜요?” “진짜로 도움을 받은 사람의 기록이 어떻게 생겼는지 잊지 않으려고요. 가짜를 고르는 기준은 진짜를 지우는 게 아니니까요.” 정태수는 자료를 읽다가 문득 오래된 기억을 꺼냈다. “푸른 금고를 만들 때 말이다. 주문서에 보류라는 글자가 있었지. 처음엔 고장 났을 때만 잠그는 기능인 줄 알았다.” “아버지는 원래 무슨 용도라고 들었어요?” “못 받은 사람 이름을 남겨 두는 상자라고 했어. 찾아올 때까지 지우지 않는다고.” 태수는 손바닥을 뒤집었다.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마다 오래전 기계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안 찾아왔다고 화를 냈지. 보관하는 데 돈이 든다면서.” “누가요?” “정확히 기억 안 나. 하지만 그때 한 말은 기억해. ‘미확정은 소유자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유자를 모르는 기록은 누구나 가져가도 되는 기록이 아니다. 당사자가 확인되기 전까지 다른 사람이 손대면 안 되는 기록이다. 한편 서람시의 작은 야간 진료소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환자에게 제공한 응급처치의 비용 대신, 며칠 뒤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의 예방 비용이 청구서에 적혀 있었다. 진료소 직원은 주민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현정은 공개 상담 창구를 안내했다. 현정이 진료소에 도착했을 때 대기실의 발권기는 쉼 없이 종이를 뽑고 있었다. [채무자 1번] [채무자 2번] [채무자 3번] 번호표 끝에는 모두 같은 이름이 찍혀 있었다. ‘미확정.’ 우빈이 종이 출구를 막으려 다가가자 발권기 안에서 굵은 손이 튀어나왔다. 손목에는 병원 환자에게 채우는 것과 비슷한 팔찌가 감겨 있었다. 팔찌마다 다른 생년월일이 적혔지만 이름은 없었다. 한 명에게 붙어야 할 기록이 수백 사람의 정보로 변해 있었다. “이름이 없다고 사람이 없는 게 아니에요.” 우빈이 말했다. 금고에서 나오던 기계 목소리가 발권기에서도 흘러나왔다. ‘확정하지 않으면 보호 비용은 누가 냅니까?’ “실제로 제공한 치료가 있다면 그 기록으로 정산해야죠. 그런데 치료받지 않은 사람에게 비용을 넘길 수는 없어요.” 소라가 직원들과 함께 발권기에서 멀찍이 사람들을 안내했다. 관리 직원은 기기 전원을 안전하게 차단했고, 우빈은 화면에 뜬 상태값을 사진으로 남겼다. 검은 손은 전원이 꺼진 뒤에도 잠깐 남아 있었지만, 수취자 확인을 요구할 사람을 찾지 못하자 서서히 풀어졌다. 바닥에 마지막 한 장이 떨어졌다. [미확정 기록 소유권: 당사자에게 유보] [제3자 정산 권한: 없음] “이게 우리에게 필요한 답이네요.” 소라가 말했다. 현정은 고개를 저었다. “답의 일부죠. 이제 이 문장을 B-000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해요.” 바로 그때 외부 결제실에서 정식 공지가 도착했다. [일괄 정산 이의 접수 마감: 2026-11-03 02:44] [개별 이의 제출 건수: 12,408건 중 38건] [미제출 건은 자동 승인 간주] 우빈은 시계를 보았다. 자정이 가까웠다. 이의가 접수된 사람은 고작 서른여덟 명이었다. 문제는 증명할 사람이 없다는 게 아니었다. 증명할 시간이 없다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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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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