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18화. 어머니가 기억한 이름

빚을 먹는 금고 · 3,540자

오프라인 책장
검은 장갑의 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서강재는 그녀를 보자 어깨를 굳혔다. "감사실 차장 오미령. 회수 기록의 누락분을 처리하던 사람입니다." "이름을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됩니까?" 우빈이 물었다. "저 사람은 이미 자기 이름을 계약에 팔았습니다. 이름으로 부른다고 통제할 수 있는 쪽은 아닙니다." 오미령은 서강재를 바라보며 장부를 덮었다. "과거 동료의 이름을 흘리는 건 실례인데요. 내 기록에는 서강재 씨가 아직 퇴사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그 계약은 다툴 겁니다." "그러시죠. 다만 시간을 잘 계산하세요. 정우빈 씨 어머니의 보호 기한은 일출까지 아닙니까?" 우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간호사는 이명숙이 갑자기 아들 이름을 잊고 보호자 대기실을 나가려 한다고 했다. 우빈은 순간 다리가 굳었다. "전화 바꿔 주세요."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제 아들이 전화했다던데…… 누구세요?" 우빈은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금고에 기록되면 다시 누군가의 목을 조를 것이다. "엄마. 저예요. 정우빈. 엄마가 열쇠에 달고 다니는 나무 자동차 기억나요?" "차? 무슨 차?" "아버지는 바퀴를 못 고쳤어요. 엄마가 머리핀으로 고쳐 줬잖아요." 어머니의 숨소리가 가늘어졌다. 전화를 끊을까 봐 우빈은 망치를 더 세게 쥐었다. "그날 제가 엄마한테 화냈어요. 고장 난 차 안 고치겠다고 울었는데, 엄마가 버리면 고칠 기회도 없어진다고 했어요. 기억나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런 애가 있었지." 어머니가 중얼거렸다. "손에 밴드를 세 개 붙이고도 자동차를 놓지 않던 애. 네가…… 그 애니?" 우빈의 목이 막혔다. 이 순간만큼은 '맞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무서웠다. 기계가 자신을 '보호자 대표'로 등록해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기억하는 그 아이를 물어보는 거예요. 꼭 이름을 못 떠올려도 괜찮아요." "그 아이는 우리 아들이야." 그때 전화기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관계 인정] [검증료 청구 예정] 오미령이 손을 들었다. "보셨습니까? 비문서 증거를 사용할 때도 검증이 필요해요. 이런 일은 비용 없이 처리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 청구하는데요?" 우빈이 물었다. "이미 말씀하셨잖아요. 어머니가 아들을 인정하셨습니다. 그러니 어머니에게 청구합니다." 전화 너머 이명숙이 신음했다. 작은 종이 찢는 소리가 들리자 우빈은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누구라도 붙잡고 모든 비용을 내가 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입이 열리기 직전 소라가 휴대전화를 손으로 가렸다. "우빈 씨. 지금 그 말 하면 어머니를 구하는 게 아니에요. 장부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래도 엄마가……" "제가 묻겠어요. 오미령 씨, 그 비용을 받는 사람이 누굽니까?" 오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장부를 펼쳐 종이 청구서를 허공에 띄웠다. 청구서 맨 위에는 '검증료'라는 제목이 있었고 아래에는 지급처가 비어 있었다. 소라가 낮게 말했다. "또 빈칸이네요. 돈을 받을 사람이 없는데 왜 청구하는 거죠?" "시스템이 정하는 절차입니다." "시스템은 사람이 만든 거예요." 소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담긴 나무판과 휴대전화를 나란히 들었다. 오래전 이정민이 남긴 목소리, 오늘 이명숙이 되찾은 기억.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일을 겪었지만 문서에 없는 관계를 기억한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그럼 절차가 틀릴 수도 있겠네요." 그녀는 청구서 하단을 가리켰다. [검증료 수령자: ] "받을 사람이 확인되지 않으면 청구도 확정되지 않아야죠." 잠깐 정적이 흘렀다. 오미령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지만 손가락 끝이 붉게 빛났다. 장부 속 숫자가 요동쳤다. [채권자 실명 미확인] [검증료 청구 반려] 병원 전화기에서 이명숙이 긴 숨을 내쉬었다.소라의 수첩에는 이미 반려된 청구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휴대전화로 청구서 사진을 다시 찍고 원본과 비교했다. 방금 전까지 있던 수취인 공란의 테두리가 다른 줄보다 유난히 진했다. 누군가 최근에 그 칸을 다시 인쇄한 흔적이었다. "이상해요. 검증료를 받는 사람이 없다면서 왜 수취인 칸에 흔적은 남아 있죠?" 서강재가 고개를 숙여 종이를 살폈다. "수취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니군요. 삭제된 뒤 덧칠된 흔적입니다. 회사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수익자를 숨겼다는 이야기예요." "그러면 원래 수익자를 찾아야겠네요." "찾는 순간 그 이름을 새로운 채권자로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그 둘을 구별할 증거가 필요합니다." 우빈은 통화 중인 전화기를 내려다봤다. 어머니가 자신을 알아본 일은 행복했지만, 앞으로도 같은 공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간호사에게 상황을 꾸며 말하지 않고 부탁했다. 기억에 혼란을 느낄 수 있으니 낯선 계약서나 신원 확인을 요구하는 종이에는 서명하지 않도록 설명해 달라고. 가능하면 어머니 곁에 평소 쓰던 물건을 두어 달라고 했다. 간호사는 의아해했지만 가족사진과 열쇠고리, 오래된 수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했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더라도, 당장 환자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일은 있었다. "우빈아."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네 아버지가 옛날에 종이 하나를 내게 맡겼어. 나중에 누가 와서 절대 대신 서명하지 말라고 했지. 서랍 어디엔가 남아 있을 거야." "어디 있는지 기억나요?" "지금은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런데 그 종이 뒤에 내가 장 보던 목록을 썼어. 두부랑 파랑……" 우빈은 그 평범한 단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계약서만 지울 수 있는 기계가 장보기 목록과 메모까지 완전히 지울 수 있을까. 아버지의 공방에서 그랬듯이, 증거는 뜻밖의 사소한 곳에 숨어 있었다. "우빈아. 왜 그렇게 숨이 차니?" 우빈은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다시 자신 이름을 말했다. 다만 그 기억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알 수 없었다. '반려'는 진정한 해결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청구서에 한해 거절한 것일 뿐이었다. 오미령이 장부를 닫았다. "서류 한 장은 잘 막으셨네요. 하지만 시스템 전체를 상대하실 수 있습니까?" 그녀는 휴대전화 화면 하나를 보여 주었다. 도심 곳곳에 같은 천막이 설치된 사진이 있었다. 한곳은 지하철역 앞, 다른 곳은 병원 옆, 또 다른 곳은 대학가의 작은 광장이었다. "제2정산소는 지점 하나에 불과합니다. 발행 기관을 찾아오기 전에는 이런 거래가 끝나지 않아요." 소라가 사진을 확대했다. 모든 천막의 배너 아래 작은 회사 로고가 찍혀 있었다. '미상채권관리.' 오미령은 우빈을 똑바로 봤다. "그리고 우빈 씨. 당신 어머니는 오늘 전화에서 중요한 걸 떠올리셨습니다. 당신 이름이 아니라, 당신 아버지와 함께 감춰 둔 이름을요." 휴대전화에 짧은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병원 발신이었다. 이명숙이 간호사에게 남긴 메시지였다. '우빈이한테 전해 주세요. 장부를 시작한 사람은 도기철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도장만 찍었어요. 첫 번째 서류에 적힌 이름은……' 메시지가 끊겼다. 그 자리를 누군가 잘라 낸 듯 너무도 말끔한 침묵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