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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77화
PAYLUA ORIGINAL · 제177화

177화. 잠긴 문이 열렸다는 기록

빚을 먹는 금고 · 2,153자

오프라인 책장
제0제작소 별관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자물쇠가 아니었다. 시설관리인이 낮에 촬영해 둔 출입문 사진에는 노란 안전 봉인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같은 자리에 달린 봉인은 멀쩡했고, 출입 기록에만 ‘개방 완료’라는 항목이 생겼다. “사람이 문을 연 것도 아닌데 연 것으로 처리된 겁니까?” 우빈이 물었다. “그러니 현장에 가서 물리적인 흔적부터 확인해야죠.” 현정이 대답했다. 점검팀을 기다리는 동안 부품 공장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젊은 직원 한 명이 우빈을 힐끔 보다가 말했다. “뉴스에 나올 만한 일을 찾으시는 거예요? 저희 공장 문 닫는 건 아니죠?” 우빈은 목에 걸린 임시 출입증을 보여 주었다. “안전 점검과 옛 자료 확인만 하고 있어요. 지금 공장에서 하신 일과는 별개입니다.” “아침에 모르는 사람이 전화했어요. 우리 회사가 오래된 빚을 물려받았다고.” 그 직원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는 막 첫 월급을 받은 사람처럼 보였다. 한동안 취업을 준비하다 들어온 회사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불안했을 것이다. 우빈은 다시 한 번 기록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실제 청구서가 있다면 혼자 대응하지 말고 회사와 관계 기관에 확인하라고 말했다. 직원은 고개를 숙였지만 돌아서며 덧붙였다. “창고 창문에서 밤마다 파란 불이 보여요. 원래 전기가 끊긴 곳인데.” 소유자의 허가를 받은 안전 점검팀이 먼저 들어갔다. 우빈 일행은 철문 너머에 서서 전문가들이 바닥의 균열과 환기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디선가 젖은 종이 냄새가 풍겼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금고 화면에는 또 글자가 나타났다. [2호 보존 장치 / 반출 회수 경로 확보] [출입 확인자: 정우빈] “나는 문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우빈이 말하자 유리창에 그의 지문처럼 생긴 흰 무늬가 나타났다. 손가락 다섯 개가 저절로 늘어났다. 무늬는 그의 손 크기와 맞지 않았다. 그러나 금고는 그 차이를 무시했다. [출입 확인 완료] 소라가 손전등을 바닥에 비췄다. 검은 영수증 조각들이 뭉쳐 작은 바퀴벌레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한 마리가 관리인의 발목을 향해 기어갔다. 소라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점검팀이 물러날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상황을 알렸다. 관리인이 문 밖으로 나오자 종이 벌레들은 문턱에서 멈췄다. “안에 있는 걸 못 꺼내면, 밖에 있는 사람이 대신 받았다고 만들려는 거예요.” 소라가 말했다. 제작소의 어두운 창에 예전과 같은 검은 양복의 남자가 비쳤다. 우빈이 고개를 돌렸지만 실제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류상으로는 이미 당신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서류가 틀렸다는 사실을 남기면 됩니다.” 우빈이 대답했다. 남자는 웃었다. ‘서류가 먼저 살아남으면 사람들의 기억은 지워집니다.’ 갑자기 출입문이 안쪽에서 흔들렸다. 점검팀의 안전 로프가 문틈에 끼었다. 현정은 즉시 작업을 중단하도록 요청했다. 관리인은 장비를 회수했고, 우빈 일행은 각자의 출입 기록을 별도로 남겼다. 그들이 현장에서 벗어나자 금고의 표시창에 붉은 숫자가 올랐다. [회수 불응에 따른 비용 / 16,000,000원] [임시 책임자: 현장 목격자 전원] “십육백만 원이든 일억이든 실제 채무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같은 숫자죠.” 현정이 말했다. “아무 근거가 없어요.” 그때 휴대전화 한 대가 울렸다. 오세림 측 대리인의 전화였다. 점검 중 건물의 예전 물품 반출용 문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달됐다고 했다. 오세림은 그 문을 기억한다고 했다. 문 안쪽에는 금고가 아니라 오래된 승강기와 도르래가 있었다. 그녀는 정확한 위치는 말하지 않은 채 도면 한 부분을 보내 왔다. 푸른 화살표 하나. 화살표는 본관과 별관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 통로 끝을 가리켰다. ‘제가 상자를 받았다고 처리할 생각이라면, 그 통로로 가지 마세요.’ 우빈은 답장을 늦췄다. 그녀가 보내 온 이 말은 경고였지, 통로를 조사하라고 허락한 것이 아니었다. 저녁, 현정의 사무실에 한 장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우편물에는 출입 허가 없이 촬영한 별관 지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푸른 선이 그어진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상자 위에는 작은 종이 띠가 붙어 있었다. ‘보류된 것의 주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사진 뒷면에는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보낸 사람: 실제로 문을 열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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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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