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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68화
PAYLUA ORIGINAL · 제168화

168화. 푸른 상자를 가져간 사람

빚을 먹는 금고 · 2,423자

오프라인 책장
태수가 끝내 말하지 못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었다. 사진을 찍던 날, 비가 오는 작업장으로 여자가 찾아왔다. 푸른 줄이 그어진 상자를 검사하던 그는 종이를 넣었다가 뺐고, 계속 열리지 않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했다. 태수는 그 여자가 고객사 직원인 줄 알았다. “이름은 몰라. 하지만 한마디는 기억나. 상자를 납품 목록에서 지워 달라고 했어.” “왜요?” “그걸 기록에 올리면 보호받아야 할 사람도 채무자로 바뀐다고.” 우빈은 자신의 손에 든 사진을 내려다봤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들은 것과 비슷했다. 최초 보존 명령을 내린 문선영의 이야기. 그러나 1996년의 여자와 1998년의 문선영이 같은 사람이라는 근거는 없었다. “그때 아버지는 어떻게 하셨어요?” “물건은 안 넘겼다. 그 여자가 일을 잘못 알았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며칠 뒤 작업장 문이 열려 있었어. 상자가 없어졌고, 대신 열쇠 하나가 남았지.” 태수는 오래된 열쇠를 찾아 내밀었다. 이가 닳은 작은 황동 열쇠였다. 우빈은 받아 쥐었다가 곧 탁자에 놓았다. 누가 무엇을 열라고 남긴 물건인지 알지 못했다. 그날 오후 그들은 서람시 산업사 자료실에서 ‘동림 안전계측’의 구 회사 자료를 확인했다. 1996년 당시 납품 담당자는 백재헌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기술 승인자 칸은 연필로 덧칠돼 있었다. 삭제된 문자를 확대해도 이름은 복원되지 않았다. 대신 승인 코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설계 보존 승인: P-2] “푸른 상자 쪽이네요.” 소라가 말했다. 옆 장에는 시험 결과가 적혀 있었다. ‘수령 자동 확정 기능 성공률 98퍼센트.’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다른 손글씨가 있었다. ‘거부권을 제거했는데 왜 성공이라고 부르는가.’ 우빈은 글자 모양을 비교했다. 문선영의 글씨는 아니었다. 명숙의 글씨도 아니었다. 이 문장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뜻은 분명했다. 장치를 만든 사람 중 누군가는 시작부터 이 실험에 이의를 제기했다. 자료실 담당자는 복사 신청서를 받을 때 한 가지를 신신당부했다. 회사 자료에 등장하는 직원의 주민등록번호와 개인 주소는 불필요하니 보존용 복사본에서도 가려 달라는 말이었다. 현정은 그 요청을 따랐다. 그들은 1996년 시험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현재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록 일부에 등장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사생활이 다시 거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소라는 창문에 비친 그림자를 가리켰다. 종이 위에 적힌 ‘P-2’라는 코드는 잉크색이 달랐다. 표지에는 인쇄됐지만 본문에는 손으로 덧써져 있었다. “나중에 붙인 코드라면, 2호 금고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바뀐 걸까요?” 강재는 스캐너의 해상도를 높여 본 뒤 고개를 저었다. “잉크가 다르다고 나중에 썼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관용 펜과 인쇄기를 함께 썼을 수도 있죠.” “맞네요. 오늘은 다들 서두르지 않네요.” 우빈이 말했다. 소라는 그를 쳐다봤다. “서두른다고 늘 사람을 더 빨리 구하진 않더라고요.” 그들은 당시 회사의 공문서 보존 상태와 다른 기관에 제출된 동일 도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을 세웠다. 그때 자료실 직원이 우빈에게 작은 봉투를 전했다. 복사를 요청한 페이지 사이에 끼어 있던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다. 봉투 겉면에는 '1996년 10월 10일 / 환수 불가'라고 쓰여 있었다. 비어 있는 것 같았지만 흔들면 안쪽에서 아주 작은 금속 조각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우빈은 직원에게 보관 과정을 기록해 달라고 부탁하고 봉투를 열지 않은 채 인계 확인서를 받았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는 물건을 조용히 주머니에 넣을 수는 없었다. 자료실을 나오자 승합차가 그들을 따라왔다. 앞유리에는 보호금 정산팀 표시가 없었다. 번호판을 가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당당하게 서서히 따라오는 모습이 더 불길했다. 소라는 길 건너 경찰서 민원실로 걸음을 돌렸다. 우빈도 쫓기듯 도망가지 않고 함께 들어갔다. 차량은 경찰서 앞에서 속도를 줄이더니 지나갔다. 인근 카페 창에 앉아 있던 우빈은 운전석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검은 양복의 남자. 1화 때 금고를 회수하러 왔던 사람이다. 남자는 휴대전화 화면을 손바닥으로 들어 보였다. [2호 외함 반환 기한 / 08:00:00] 우빈의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통화를 녹음할 수 있는지 먼저 묻는 상대는 아니었다. “우빈 씨. 푸른 상자는 열지 마세요.” 낮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였다. “누구십니까?” “그걸 만든 사람이 아닙니다. 그걸 숨긴 사람입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 아버지가 잘 아는 곳이죠. 상자보다 먼저 없어졌던 사람을 기억하게 해 주세요.” 통화가 끊겼다. 기록된 발신 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내선 번호였다. 우빈은 메모장에 그 문장을 적었다. 상자가 없어지기 전에 사라진 사람. 아버지의 공방에서 한 명의 직원이 갑자기 퇴사한 적이 있는지, 그는 지금껏 물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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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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