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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58화
PAYLUA ORIGINAL · 제158화

158화. 안전한 복사본의 함정

빚을 먹는 금고 · 2,398자

오프라인 책장
자정을 네 시간 앞두고 우빈 일행은 중앙기록관리원 서버실 밖에 모였다. 자료실에는 실제로 동의받은 증언 원문과 가짜 자동 생성 파일이 별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차이는 작았다. 원문에는 ‘명령의 처리 거부를 확인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자동 파일에는 ‘삭제 명령을 승인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원문에는 특정인의 위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자동 파일의 끝에는 주소를 확인하는 단추가 붙어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보는 사람은 속겠네요.” 우빈이 말했다. 강재는 자동 생성 파일이 실제 중앙기록관리원 서버에 저장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고가 만든 화면 속 링크가 정상 자료처럼 보이도록 덧씌워진 상태였다. “진짜 파일과 이름이 같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어요. 서명까지 복제하진 못했지만, 보는 사람은 그냥 같은 파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소라가 마우스에 손을 댔다가 멈췄다. “배포 예약을 취소하려면 누르면 되나요?” “누르는 순간 접근한 사람을 수령자로 인식할 수 있어요.” 현정이 말했다. “금고는 늘 그렇게 했잖아요. 확인하려고 클릭한 사람을 계약 당사자로 바꾸는 방식.” 그들은 링크를 열지 않고 관리원 안팎의 보존 담당자들에게 상황을 공유했다. 실제 기록은 원래 보존 절차대로 유지하고, 수상한 파일명은 근거 없이 복제하거나 확산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강재는 보존된 원본의 목록 정보와 변경 이력을 안전한 기록으로 남겼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두 시간이었다. 그때 동림기록 폐업 전 재무 자료를 들여다보던 소라가 이상한 회사 이름을 찾아냈다. ‘보호자료 공동보증 협의회.’ 이름만 들으면 시민단체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회계장부에는 ‘공유 복제 건수당 지급’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기록을 더 많이 복제할수록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였다. “자료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거래였군요.” 소라가 말했다. “누가 봤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퍼졌는지에 가격을 붙여 놓았어요.” 강재가 대답했다. 현정은 화면을 가리켰다. “복제 건수와 주소 유출 여부를 구분해야 합니다. 그들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과 지금 주소가 공개됐다는 사실은 같지 않아요.” 우빈은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밤 열한 시 십칠 분. 그 순간 자료실 바닥에 희미한 검은 네모가 나타났다. 금고 안쪽에서 수십 개의 종이 날개가 솟구쳤다. 날개마다 ‘안전한 복사본’이라는 제목이 인쇄되어 있었다. 문서들은 환풍구 쪽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밖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는 보이지 않는 듯했다. 우빈이 소라를 밀어 안전한 곳으로 보내자 날개들이 그를 향해 몰려왔다. 서류 모서리가 손등을 스쳤고 얇은 상처가 났다. “저걸 밖으로 내보내면 안 됩니다!” 강재가 소리쳤다. 우빈은 가방에서 작은 망치를 꺼냈다. 날아다니는 종이를 때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찢어지면 여러 장이 되어 퍼질 것 같았다. 그는 망치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파일을 쫓지 말고 예약을 만든 계약을 찾아요!” 소라가 회계 화면을 다시 열었다. 수수료 항목의 제일 아래에는 자동 배포가 시작될 조건이 적혀 있었다. ‘원본 기록 미열람 시에도 증인 발언 수집량이 기준에 도달하면 공개 동의 간주.’ “우리가 대화를 나눈 걸 동의로 바꾸는 거예요.” 현정은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가 기록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동 배포 예정 파일이 실제 원문과 불일치한다는 비교표를 제출했다. [공개 동의: 확인 안 됨] [원문과 자동 생성 문서: 불일치] [접근용 링크: 이의 신청] 종이 날개 한 무리가 천장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다른 한 무리는 계속 문틈을 향해 움직였다. 금고의 화면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자동 배포 계약 / 상위 승인자: M-00] “거짓말이에요.” 우빈이 말했다. “M-00은 직접 배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걸 증명하는 사람의 이름이 또 필요하겠죠.” 소라가 대답했다. 우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름을 쓰지 않고도 증명할 수 있어요. 그분이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은 이미 남아 있잖아요.” 강재는 현정의 입회하에 보존된 제한적 동의 내용과 자동 배포 계약의 불일치를 접수했다. 마지막으로 금고와 마주한 채 우빈이 말했다. “우리가 들었다는 것과 세상에 배포해도 된다는 건 다른 말입니다.” 남은 시간은 00:03:12. 잠시 후 종이 날개들이 일제히 멈췄다. [자동 배포 / 원문 불일치로 대기] [제3채널 연락처 / 외부 열람 차단] 모두가 안도하려던 순간, 금고의 화면이 한 번 더 켜졌다. [수신 확인 1건] [수신자: 1998년 삭제 명령 실행자] 배포는 막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미 파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빈은 미처 지우지 못한 주소가 아니라, 그 주소를 누가 원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더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벽의 빈 복도에서 누군가 구두를 멈춰 세웠다.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 뒤로 종이 가방이 바닥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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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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