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기록관리원의 엘리베이터에는 1, 2, 3이라는 숫자만 있었다.
지하층 버튼을 누르면 문서 보존고로 내려갔고, 3층에는 열람실과 소규모 복원실이 있었다. 옥상으로 가려면 직원 출입증을 대고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건물의 준공 도면에도 4층은 없었다.
“그런데 존재하지 않는 사층에 서랍이 있다니.” 정우빈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금고가 또 공간을 만든 건가요?”
서강재는 엘리베이터 앞의 오래된 안내 표지를 촬영했다.
“현 건물에는 없다는 뜻일 수 있죠. 예전 삼목 철공소의 사층일지도 모르고, 문서 분류의 네 번째 단계일 수도 있어요.”
박현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계실에 접근하기 전에 시설관리 직원에게 건물 도면과 역사 자료 열람을 요청했다. 우빈이 나서서 금고를 밀어 넣는 식의 모험을 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문 하나를 서둘러 열어서 누가 다쳤는지 충분히 보았다.
오전 열한 시가 되자 담당 직원이 낡은 사진첩을 가져왔다. 현 기록관리원 건물은 2001년에 준공됐고, 같은 부지의 이전 시설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잠깐 운영된 물품 보관 창고였다. 그 창고는 지상 1층과 중이층만 있었다.
“사층은 어디에도 없네요.” 소라가 말했다.
현정은 사진의 옆면에 붙은 손글씨를 발견했다.
‘기록 보관 구획: 1~4.’
시설의 층수가 아니라 구획 번호였다. 두 번째 사진에는 벽을 따라 길게 선 철제 캐비닛이 보였다. 가장 오른쪽 캐비닛 위에 손바닥만 한 번호판이 있었다.
4.
강재가 그 사진을 다른 기록과 대조했다.
“1998년 창고 사진에서 같은 캐비닛이 보입니다. 사고 전날 부지를 사용하던 동림기록의 물건으로 적혀 있어요.”
현정은 반출 명세를 추적했다. 창고가 철거될 때 캐비닛의 본체는 폐기됐지만, 안에 있던 서랍 다섯 개는 별도의 문서 보관 용도로 이관됐다고 했다. 서랍이 지금 어느 시설에 있는지는 누락되어 있었다.
“물건은 옮겨졌는데 물건 목록의 다음 페이지가 없어요.”
소라는 차갑게 웃었다.
“또 미수령이군요. 여기에선 뭘 못 찾으면 전부 누군가의 채무가 되잖아요.”
점심 무렵, 오래된 보관물 반출을 담당했던 퇴직 직원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정희숙이라는 여성은 전화 너머에서 설명했다.
“그 서랍은 무거웠어요. 다섯 개 중 하나에는 아무것도 넣지 말라고 빨간 줄을 그어 놨죠. 그 안에 사람이 있다는 헛소문도 돌았고요.”
“사람이요?” 우빈이 되물었다.
“물론 농담이죠. 다만 서랍을 옮기던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이건 분실물을 넣는 통이 아니라, 이름을 정하기 전까지 기록을 기다리는 곳이라고.”
그 말은 금고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오후에 그들은 시청의 오래된 공공물품 창고를 방문했다. 정식 열람 승인을 받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우빈은 창고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을 먹었다. 소라는 라면 국물에 단무지를 떨어뜨리고도 웃었다.
“우리 지금 너무 이상하죠? 이름을 찾겠다고 엘리베이터 층수를 뒤지고 있으니.”
“금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단 낫죠.”
“그때는 뭐 하셨어요?”
“달려 나갔죠. 한참 달려도 골목이 안 끝났어요.”
소라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적어도 밥 먹을 시간이 있네요.”
짧은 대화 뒤에도 두 사람의 표정은 무거웠다. 누군가의 이름이 지워졌다는 말은 그 사람의 생활기록과 가족관계까지 지워졌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우빈은 이름을 발견하고 감동할 준비가 아니라, 발견된 사람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준비부터 해야 했다.
창고 담당자가 서랍 하나를 가져왔다. 납작한 회색 철판 상자였다. 윗면에는 4라는 숫자와 동림기록의 옛 상표가 있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전부입니다. 나머지 네 개는 당시 폐기 처리로 돼 있어요.”
현정은 폐기 기록의 작성 날짜를 읽고 미간을 찌푸렸다.
“2008년 6월 19일. 그런데 폐기 명세에 이 물건은 ‘내용물 확인 완료’라고 적혀 있어요. 조금 전까지 개봉되지 않았다는 설명과 충돌하네요.”
담당자도 놀랐다.
“여태껏 아무도 열어 보지 않았습니다. 기록이 잘못된 모양이네요.”
우빈은 철판의 가장자리에 손을 가져갔다가 멈췄다. 곧 담당자가 보존 면봉으로 표면을 살폈다. 안쪽 경첩에 종이 가루가 붙어 있었다. 누군가 오래전에 작은 봉투를 넣었다가 꺼낸 흔적 같았다.
그때 우빈의 휴대전화에 새 문장이 나타났다.
[대체 열람 대상 확인]
[4번 서랍 / 외형 열람 완료]
[원본 인명 서류 봉인 유지]
뒤이어 목소리가 나왔다.
‘잘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최초 기록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게 중요합니까?”
‘중요합니다. 다만 아직 위험합니다. 서랍에 남아 있던 것이 원본이 아니라는 걸 그들도 알았으니까요.’
소라는 마지막 말을 되물었다.
“그들? 누가요?”
창고 천장의 형광등이 하나씩 떨렸다. 회색 서랍의 바닥이 볼록하게 솟았다. 철판 안쪽에 이름을 적는 칸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검은 양복의 남자 대신, 작업복을 입은 그림자가 벽에 비쳤다.
[보존물 복귀 처리]
[임시 보관 책임자: 김소라]
소라는 빈칸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는 물건의 주인도, 1998년 기록의 수령자도 아니에요.”
그녀의 그림자가 철판 위로 빨려 들어갈 듯 길어졌다. 우빈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소라는 단호하게 그를 제지했다.
“손 대지 마요. 제가 직접 거절할게요.”
소라는 담당자의 입회 기록을 가리켰다.
“저는 열람에 참관했을 뿐입니다. 물건을 이관받은 적이 없어요.”
철판의 이름 칸이 스스로 접혀 사라졌다. 그러나 바닥에는 새로운 붉은 화살표가 남았다.
[실물 서랍: 회수 실패]
[보존 증인: 위치 갱신 요청]
[다음 이동지: 폐역 제4승강장]
지상에 없는 사층을 찾았더니, 이번에는 운행하지 않는 승강장이 나타났다. 우빈은 조금도 안심되지 않았다. 누군가 그들이 모르는 지도 위에서 한 칸씩 말을 옮기고 있었다.
제15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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