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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48화
PAYLUA ORIGINAL · 제148화

148화. 서명 없는 보관함

빚을 먹는 금고 · 2,766자

오프라인 책장
시립 문서창고의 야간 출입구는 두 개의 철문을 지나야 나왔다. 바깥문에는 근무자 출입증을 확인하는 단말기가 있었고, 안쪽문 옆에는 종이 방문 대장이 놓여 있었다. 정우빈은 펜을 들기 전에 창고 책임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제가 아직 서명하지 않았는데 제 이름으로 된 수령 확인증이 나타났습니다. 실제 방문 기록과 혼동되지 않게 남겨 주세요.” 담당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원래 절차대로 방문 목적과 출입 시간을 적게 했다. 우빈은 자기 서명 옆에 ‘문서 열람을 위한 출입이며 물품 수령이 아님’이라고 덧붙였다. 현정은 정식 협조 요청서를 제출했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록을 이상하게 바꾸라는 연락은 오늘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그래서 원본은 제가 직접 확인하려고 했어요.” 창고 안에는 번호가 붙은 금속 선반들이 길게 서 있었다. 세 번째 동, 열일곱 번째 줄, 열한 번째 보관함. 찾는 데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보관함 문에는 작은 자물쇠가 달려 있지 않았다. 손잡이만 잡아당기면 열릴 것처럼 보였다. 우빈은 먼저 허가 범위와 보관번호를 재확인했다. 직원이 인계 목록을 펼치자 ‘보존 미확인 물품’이라는 항목이 나타났다. 관리 대상은 하나였다. ‘아동 보호 안내서 1철 / 1998년 11월.’ 담당자가 문을 열었다. 안에는 낡은 보자기에 싸인 서류철 하나가 있었다. 보자기 위에 종이배가 그려져 있었다. 우빈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지만, 현정이 먼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기다릴게요.” 우빈이 말했다. 담당자가 인계 사진을 남기고 서류철을 작업대로 옮겼다. 표지에는 어떤 아이의 이름도 없었다. 대신 손글씨로 세 가지 질문이 적혀 있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누가 곁에 있었는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소라가 그 문장들을 오래 읽었다. “금고의 계약서와 완전히 반대네요.” 금고는 늘 ‘누가 받을 것인가’부터 물었다. 이 종이는 아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부터 묻고 있었다. 첫 장에는 오래된 지도가 붙어 있었다. 동백여관 후문에서 버스 정비소를 지나 새벽쉼터로 향하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두 번째 장에는 구호 차량의 차량번호 일부가 적혀 있었다. 세 번째 장은 빈칸이었다. 담당자가 페이지를 넘기자 천장에서 툭 소리가 났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종이 먼지가 떨어졌다. 보관함 사이에 검은 양복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표정을 짓지 않은 채 말했다. “그 문서의 수령인이 정우빈 씨로 확정돼 있습니다. 장부를 반납하십시오.” “그 장부의 보관 책임자는 창고 담당자입니다.” 현정이 말했다. “열람 절차도 이미 접수됐습니다.” “절차는 언제든 정정됩니다.” 남자가 장갑 낀 손을 들어 올리자, 선반에 꽂힌 문서철마다 붉은 봉인이 찍히기 시작했다. [처리 완료]. [소유권 이전]. [보호 종료]. 글씨가 늘어날수록 창고의 불빛이 어두워졌다. 우빈은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2010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얇은 추가 용지가 끼워져 있었다. ‘보호 안내서를 열람한 자는 이후 모든 보호·이송·귀가 미확인 사항의 책임을 인수한다.’ “열람이랑 책임 인수는 다른 겁니다!” 우빈이 말했다. 남자는 웃었다. “법적인 의미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에 수령된 것으로 기록되면 충분합니다.” 그 말은 처음으로 솔직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진짜 계약이 아니라 계약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록이었다. 우빈은 용지를 찢지 않았다. 작성 시기와 출처를 비교할 증거로 따로 표시했다. 그 순간 보관함 안에서 작은 손이 튀어나왔다. 우빈의 소매 끝을 붙잡았다. 그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키 작은 그림자가 보자기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눈 대신 검은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다. ‘언니가 보증하면 나갈 수 있어.’ “그 말은 누가 시킨 거야?” 우빈이 물었다.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고 나래의 얼굴로 바뀌었다. 성인이 된 나래가 아이로 변했다가 다시 검은 양복 남자의 모습으로 흔들렸다. 소라가 우빈의 팔을 붙잡았다. “저건 나래 씨가 아니에요. 닮았다는 이유로 속아 주지 마세요.” 현정은 세 번째 장의 빈칸을 다시 살폈다. 접힌 부분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가 있었다. ‘아이의 선택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 이 서류를 미완료로 보관한다.’ “미완료가 실패는 아닙니다.” 현정이 말했다. “선택을 기다리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녀가 그 문장을 읽자 붉은 봉인이 하나씩 벗겨졌다. 그림자는 나래의 얼굴을 유지하지 못하고 검은 점들로 흩어졌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빈 페이지를 노려보았다. “미완료라면 보관료가 계속 발생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보관료를 지급한다고 합의했죠?” 강재가 물었다.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논리를 설명할 서류를 찾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담당자가 서류철을 원래 보관함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들은 필요한 부분의 사본과 보관 경위만 확보했다. 물건은 적법한 보존 상태로 남았다. 창고 밖에서 새벽바람이 불었다. 강재가 문구의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1998년 원본에는 ‘미완료’라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2010년 추가 용지는 ‘미수령은 채무’라고 바꿨네요.” 우빈이 대답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누군가를 수령인으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에요. 그 문구가 원래부터 거짓이라는 걸 보여 주는 거죠.” 휴대전화의 시계가 울렸다. [대체 거래 잔여 04:00:00] [최종 인도 심사 위치: 최초 보호 요청 발생 장소] 삼목 철공소. 그들은 다시 처음 문이 닫혔던 곳으로 가야 했다. 다만 이번에는 아이의 이름을 대신 적으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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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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