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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46화
PAYLUA ORIGINAL · 제146화

146화. 정정 완료 확인증

빚을 먹는 금고 · 2,511자

오프라인 책장
새벽쉼터의 옛 운영 수첩을 가져가겠다고 나타난 남자는 공문을 세 장이나 들고 왔다. 시립재활센터 행정팀장은 그 종이들을 책상에 펼쳐 놓고 한 장씩 확인했다. 첫 장에는 ‘1998년 보호 자료 정정 완료’, 두 번째에는 ‘원본 반환 승인’, 세 번째에는 ‘이의 제기 포기’라고 쓰여 있었다. 서명란에는 읽기 어려운 도장이 찍혀 있었다. “저희가 받은 공문 번호와 맞지 않습니다.” 팀장이 말했다. 검은 장갑을 낀 남자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정정은 이미 끝났습니다. 종이만 돌려주시면 됩니다.” “원본 보존 자료를 외부로 넘기려면 정식 인계 절차가 필요합니다. 담당 기관을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남자의 입가가 얇게 벌어졌다. 종이 가장자리에서 희미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팀장은 냄새를 맡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때 복도에 설치된 감지기가 짧게 울었다. 우빈 일행이 도착했을 때 보안요원은 이미 방문객을 내보낸 뒤였다. 팀장은 그가 들고 왔던 공문 사본을 남겨 두었다. 다만 어떤 경로로 출력됐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원본과 같은 증거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남자는 어디로 갔어요?” 소라가 물었다.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나가면서 아주 이상한 말을 했어요.” “무슨 말이요?” “‘그 아이는 이미 받은 사람입니다. 주인만 바꾸면 됩니다’라고요.” 서강재는 공문에 인쇄된 숫자를 읽었다. [031711 / 05:38 / B]. 그동안 여러 곳에서 등장한 여섯 자리 숫자와 새벽쉼터 운영 수첩의 시각이었다. “같은 템플릿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기관 양식인지도 아직 모르고요.” 현정이 말했다. “일단 이 사본을 접수 경위와 함께 따로 보존하죠.” 재활센터 지하 통로에서 정전이 발생한 것은 그때였다. 비상등만 붉게 켜지고, 문손잡이 아래로 영수증 같은 종이들이 밀려 들어왔다. 우빈은 소라를 뒤로 물렸다. 종이들이 서로 엉겨 붙더니 사람만 한 형체로 솟아올랐다. 팔에는 수많은 도장이 붙어 있었고, 어깨에는 아이 신발 한 짝이 매달려 있었다. [인도 완료] [수령자 서명 생략] [대리 책임 확정] 괴물이 입을 열 때마다 서류가 쏟아졌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에 직원 이름이 자동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팀장이 발을 떼려 하자 신발 밑창에 검은 문자가 들러붙었다. “제가 잡을게요!” 우빈이 소리쳤다. 그는 서류 괴물 쪽으로 뛰다가 멈칫했다. 자신이 괴물을 붙잡는 순간 ‘자료 수령’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서류가 아니라 지하실에 남은 직원들의 안전이었다. “이쪽 출입구로 나가세요. 수첩은 이미 다른 곳에 보관돼 있어요.” 보안요원이 비상문을 열고 사람들을 밖으로 이끌었다. 소라는 마지막 직원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 소방 신고를 마쳤다. 우빈은 괴물 앞에서 주머니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녹화 화면 속에는 텅 빈 복도만 나타났다. 그러나 녹음에는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와 여러 사람의 숨소리가 담겼다. “당신이 종이를 없앤다고 출입 기록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우빈이 말했다. 괴물이 고개를 비틀었다. 한쪽 어깨의 아이 신발이 바닥에 떨어졌다. 우빈이 그것을 잡으려 하자 소라가 문 밖에서 외쳤다. “만지지 마요! 실제 물건인지도 모르잖아요!” 우빈은 손을 거뒀다. 신발은 곧 납작한 영수증으로 변했다. 숫자 0이 찍힌 종이였다. “영수증이 있어도 물건을 받은 사람은 없어요.” 서류 괴물의 몸이 접혔다. 서명 없는 종이만으로는 더 이상 누군가를 붙잡을 수 없었다. 천장의 비상등이 하나씩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종이 조각이 바닥에 남았다. [정정 완료 확인증 / 2010-06-12 발행] [적용 대상: 1998-11-05 보호 이관 자료] 2010년. 또 그해였다. 강재는 직원들이 탈출한 뒤 그 조각의 흔적을 촬영하고 무인 상태의 복도를 점검했다. 환상은 사라졌지만 출력된 공문 사본에는 분명 같은 발행일이 있었다. 1998년에 있었던 보호를 십이 년 뒤 ‘채무 인수’로 바꾸기 위해 만든 문서일 가능성이 커졌다. 현정이 말했다. “이제 두 날짜의 원본을 각각 찾아야겠어요. 누가 처음 아이를 맡았는지와, 누가 나중에 그 기록을 거래로 바꿨는지.” 하영에게도 안전을 확인하는 연락을 했다. 그녀는 다행히 무사했지만, 책상에 놓인 오래된 수첩 사본을 누군가 가져가려 했다고 말했다. “내가 증언을 했다고 해서 내가 보관 책임자가 되는 건 아니겠죠?” “그런 규칙은 없습니다.” 소라가 말했다. “다만 위험이 반복되면 경찰과 보호 조치를 상의하겠습니다.” 전화 끝에 하영이 덧붙였다. “그 아이한테 줬던 종이배 이야기, 하나 생각났어요. 배를 펼치면 뒤쪽에 날짜를 적을 수 있게 돼 있었어요. 오 반장님이 ‘배는 접어도 글씨가 사라지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우빈은 가방에 넣어 둔 종이배 사진을 꺼냈다. 어쩌면 접힌 안쪽에 아직 읽지 못한 문장이 남아 있을지 몰랐다. 그 순간 금고의 알림이 바뀌었다. [대체 거래 잔여 11:59:59] [증거 보존자 3명 감지] [다음 인수 순서: 유하영 → 박현정 → 강나래] 누구도 그 순서를 승인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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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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