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식은 버스에 오르기 전 손을 씻었다.
스물여덟 해 동안 정비소를 지켜 온 남자는 낡은 작업대에서 비누를 집어 들고 손가락 사이의 기름을 한참 문질렀다. 우빈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동식이 말했다.
“그날부터 빈 좌석에 손대기가 싫었습니다. 손자국 하나라도 남으면, 누가 탔는지 더 헷갈릴 것 같아서.”
버스는 오래전에 운행을 멈춘 차량이었다. 앞유리에는 세월의 먼지가 앉았고, 노선 표지판의 도료가 떨어져 있었다. 이전 조사에서 창문에 나타났던 ‘8명 승차 / 7명 하차’라는 글씨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동식은 마지막 좌석을 가리킬 때 어깨를 굳혔다.
“제가 확인 못 한 건 여기입니다.”
“오늘은 좌석 아래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차주 동의와 안전 점검부터 할게요.” 현정이 말했다.
정비소 직원이 배터리와 날카로운 부품을 확인했다. 좌석 고정 볼트를 풀자 낡은 고무매트 아래에 찢어진 봉투 한 장이 드러났다. 얼룩 때문에 윗부분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밑면에는 여관 이름과 숫자가 남아 있었다.
‘동백 / 05:10 / 임시 이송.’
동식이 눈을 감았다.
“나 기억나요. 뒤편 문으로 들어가던 여자한테 봉투를 받았어요. 운전석에 놓으라고 했는데, 그 뒤로…”
“그 뒤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소라가 물었다.
“기억나는 걸로는 봉투를 뒤에 둔 적이 없어요.”
강재는 봉투를 바로 펼치지 않았다. 보존 상태를 촬영한 뒤 현정과 함께 조심스럽게 종이를 들어 올렸다. 접힌 안쪽에서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보이는 선이 나왔다. 계단 세 칸과 출구 두 개, 그 사이에 둥근 점 하나.
“아이들이 그렸을까요?” 우빈이 물었다.
“모릅니다. 그림은 그림일 뿐입니다.” 현정이 말했다.
그때 버스 앞문이 덜컥 열렸다.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도 고무 발판에서 검은 종이들이 일어났다. 좁은 통로 끝에서 키 작은 형상이 나타났다. 얼굴은 흐릿하고 손목에는 흰 붕대가 감겨 있었다.
‘내려야 하는데, 표가 없어요.’
목소리는 아이처럼 들렸다. 동식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가 멈췄다.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이야기해야겠지. 하지만 저걸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우빈도 동의했다. 금고가 흉내 내는 모습은 언제나 절실한 말로 사람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가짜 모습 뒤에 진짜 피해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버릴 수 없었다.
소라가 통로에서 물었다.
“이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사람에게 왜 표가 필요하죠?”
형상의 손목에 글자가 떠올랐다.
[대상자 B / 승차 확인: 없음]
[미하차 청구: 유효]
강재가 숨을 내쉬었다.
“승차 확인도 없는데 미하차라고 청구하고 있네요.”
말이 끝나자 형상의 오른발이 사라졌다. 동식이 당황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소라가 먼저 말했다.
“없다고 적힌 기록은 사람을 붙잡을 권리가 없어요. 그렇다고 이 존재가 실제 누구인지도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형상은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 표 한 장이었다.
[1998-11-05 / 승객 외 이동]
[확인자: 공란]
“승객 외 이동?” 현정이 되물었다.
동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 반장이 아이 둘을 먼저 내리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누가 어디서 내렸는지는 제 버스 운행일지에 안 적혔습니다. 여관으로 가는 중간에 다른 차가 한 번 세워졌던 것 같아요.”
“어떤 차였죠?”
“흰색 봉고차요. 지붕 위에 노란 경광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구급차로 착각할 만한 차였어요.”
우빈은 그의 기억을 즉시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정비소 벽에 걸린 사진들을 살폈다. 동식이 오래전 작업할 때 찍은 사진 한 장의 구석에 흰색 차량이 있었다. 번호판은 보이지 않았지만 옆문에 세모 모양의 표식이 붙어 있었다.
“이 차 말입니까?”
동식은 오래 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췄다.
“닮았습니다. 그 차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겠네요.”
그때 강재가 봉투 안쪽의 마지막 접힌 부분을 발견했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얇은 탄소지였다. 글씨는 반전돼 있었고, 빛을 비추자 문장이 나타났다.
‘동행 아동 B / 임시 보호 장소: 새벽쉼터 / 귀가 확인 전 인도 금지.’
“새벽쉼터?” 소라가 말했다.
현정이 자료를 조회했다. 그 이름을 사용한 구호 시설이 과거 서람 외곽에 있었지만, 2004년에 문을 닫았다. 위치는 시 외곽의 오래된 보건소 옆이었다.
우빈은 봉투를 내려다봤다. 금고는 B가 인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분명 다른 곳으로 보내라는 기록이 있었다. 정확히 실행됐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휴대전화에 숫자가 떴다.
[대체 거래 잔여 29:44:01]
[임시 보호 장소 확인 시 인계 책임 즉시 이전]
“장소를 찾는 것도 책임이라는 겁니까?” 동식이 물었다.
“아니에요.” 우빈이 말했다. “그건 저들이 붙이는 말이고, 우리가 하는 건 사람의 이동 기록을 확인하는 일이에요.”
정비소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버스의 경적이 짧게 울렸다. 창문에 작은 손바닥 자국 두 개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동식은 이번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운행일지를 펼쳐 ‘기억하지 못하는 구간’이라고 적었다. 기록의 빈칸을 숨기지 않는 것이, 스물여덟 해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운전이었다.
제14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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