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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42화
PAYLUA ORIGINAL · 제142화

142화. 두 장의 보호 약속

빚을 먹는 금고 · 2,413자

오프라인 책장
강나래는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도착했다. 그녀는 보존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 물병을 열고 있었다. 짙은 청색 셔츠와 오래된 갈색 가방. 가방 손잡이에는 작은 천 인형이 매달려 있었다. 우빈이 인사를 건네자 나래는 먼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열람 범위를 적어 왔어요. 제 기록은 제게 보여 주셔도 됩니다. 다만 동생의 생활기록은 본인이 허락한 것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정이 말했다. 동의를 받는 일은 놀랍도록 평범했다. 나래는 검토할 서류를 하나씩 읽고 질문했다. 공개될 자료에 주민등록번호가 남는지, 사진의 복사본이 외부로 나가는지, 자신의 어린 시절 진술이 언론에 제공되는지. 현정은 그때마다 어떤 절차가 가능한지와 불가능한지를 설명했다. 금고 안에서는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마치 이런 느린 대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했다. “그때 제 나이가 열둘이었죠.” 나래가 말했다. “하지만 제 기억에 있는 동생은 늘 더 어려요. 손을 잡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은 아이였어요.” “사진은 보실 수 있습니다.” 현정이 필름의 디지털 사본을 띄웠다. 나래는 오해경으로 추정되는 여자 옆의 작은 사람을 오래 바라봤다. 사진 속 얼굴은 후드에 가려져 있었지만 신발에 구멍이 난 위치가 보였다. “저 신발…” 그녀가 가방의 천 인형을 만졌다. “제 신발은 아니에요. 제 건 끈을 두 번 감아 묶었거든요. 동생은 끈을 못 묶어서 찍찍이 신발만 신겼어요.” 강재가 화면을 확대했다. 신발 끝에는 실제로 두 개의 붙이는 띠가 보였다. “민호 씨일 수 있다는 뜻인가요?” 우빈이 물었다. “그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래가 대답했다. “그 사람에게 확인하지 않고 이름부터 적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대답은 우빈에게 낯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빨리 정답을 알아냈다고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고가 한 번 이름을 붙이면 그 이름이 사람에게 어떤 짐이 되는지 충분히 보았다. 사진 두 번째 모서리에는 여자가 쥔 종이의 일부가 보였다. 강재가 필름을 다른 각도로 스캔한 자료를 띄우자 한 줄이 읽혔다. ‘A는 보호 인계 완료. B는 …’ 나머지는 빛에 가려져 있었다. “한 장뿐이었나요?” 나래가 물었다. “같은 봉투에 넣었던 필름은 네 컷입니다. 하지만 기록지가 완전히 나온 사진은 없어요.” 나래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오해경 반장님이 종이를 두 장으로 나눠 준 기억이 있어요. 하나는 저한테, 하나는 어떤 어른한테. 그분이 ‘어른이 알아야 하는 것과 아이가 기억해야 하는 건 다르다’고 하셨거든요.” “무엇을 기억하라고 했나요?” “문을 두드리는 법이요. 세 번, 두 번, 한 번.” 우빈이 강재를 바라봤다. 녹음 마지막의 박자였다. “왜 그런 신호였는지 아세요?” 나래는 미소를 지으려다 그만뒀다. “어린 저한테는 놀이 같았어요. 사람이 문을 잘못 두드리면 다시 하라고 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소리를 들으면 제가 어디론가 끌려갈 것 같았어요.” 그녀는 말하다가 갑자기 의자 끝을 붙잡았다. 보존실 유리 너머에 어린 나래의 얼굴이 비쳤다. 열두 살 그대로의 아이였다. 앞서 여러 번 나타났던 기억의 형상인지, 원본에 남은 또 다른 기록인지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어린 아이는 입술을 움직였다. ‘종이는 두 장이 아니야.’ 나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다가가지 않았다. 오히려 성인인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 제 현재 기억과 같은 건 아니에요. 따로 기록해 주세요.” 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리창에 세 번째 줄이 생겼다. ‘나래에게 준 종이 / 어른에게 준 종이 / 아무에게도 주지 않은 종이.’ 현정이 창문을 촬영했다. 화면에는 글씨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세 사람이 동시에 같은 문장을 읽었다는 사실은 진술로 남길 수 있었다. “세 번째 종이가 어디 있을까요?” 소라가 물었다. 그때 나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발신자 이름이 뜨지 않았다. 나래는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우빈을 보았다. “제가 받아 볼게요. 대신 스피커로 들려드릴지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그녀는 복도로 나갔다. 삼 분 뒤 돌아왔을 때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민호일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본인 이야기를 공개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한 가지만 전해 달랍니다.” “뭡니까?” “종이가 세 장이었다면 마지막 것은 사람에게 준 게 아니라 버스에 남겼다고요.” 임동식의 낡은 버스. 우빈이 떠올린 것은 마지막 좌석에 남았다는 한 명의 흔적이었다. 그러자 보존실 금고가 스스로 잠겼다. [대상자 B / 이동 경로 열람 제한] [열람 허가 조건: 동행인 A의 보증] 나래는 화면을 똑바로 보았다. “저는 보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아는 사실은 말할 수 있어요.” 그녀가 자신을 지키며 동생을 찾겠다고 말하는 순간, 금고의 숫자가 처음으로 한 칸 뒤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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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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