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36화
PAYLUA ORIGINAL · 제136화

136화. 하루를 빌려주는 사람

빚을 먹는 금고 · 2,923자

오프라인 책장
누구도 창고 문을 다시 열지 않았다. 관리인은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직접 확인했고, 안전을 위해 출입구를 잠갔다. 그래도 여섯 번의 두드림은 그들이 골목을 빠져나올 때까지 두 차례 더 들렸다. 우빈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기록했지만, 무엇이 두드렸는지 단정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서강재가 가져온 것은 장부가 아니라 송금 흐름을 비교한 표였다. 1998년 11월 5일에 발생한 것으로 적힌 대출금의 일부는 당대 은행 기록의 형식과 맞지 않았다. 2010년에 숫자와 계좌를 다시 만든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중 몇 건에는 실제로 돈이 지급된 사본이 남아 있었다. “돈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강재가 말했다. “한쪽에서는 실물 돈을 빌려주고, 다른 쪽에서는 그 담보를 실종자의 하루라고 적어 둔 거예요. 돈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넘겼는지 몰랐을 수 있습니다.” “돈을 안 받았는데 담보만 잡혔을 수도 있고요.” 소라가 덧붙였다. 그들은 피해자 몇 명에게 연락을 돌렸다. 대부분은 오래된 일을 다시 꺼내는 것을 꺼렸지만, 한 사람은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 서람시장 끝에서 열쇠 가게를 운영하는 문정희였다. 정희는 사고가 난 이듬해 여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긴급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돈은 분명 받았습니다. 이자도 갚았고요. 그런데 여섯 달 뒤 이상한 영수증이 왔어요.” 그녀가 낡은 파일을 펼쳤다. ‘시간 선지급 확인서’라는 제목 아래 날짜 한 줄이 있었다. [대출자: 문정희] [담보 제공일: 1998-11-04] [담보 내용: 1일분 자유 이용권] “나는 그날 일을 했어요. 그런데 서류에는 하루를 비웠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죠.” “이 내용에 동의하셨습니까?” 현정이 물었다. “아니요. 애초에 본 적도 없어요. 이 서류가 온 날에는 대출을 다 갚은 뒤였습니다.” 정희는 그때부터 매년 하루씩 이상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특정 날짜가 되면 알람을 듣지 못하거나, 약속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듯 느껴졌다는 것이다. 우빈은 그녀에게 기억이 실제로 지워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증거로 확인할 수 없는 경험에 이미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금고가 해 온 일이기도 했다. “혹시 그날을 확인할 만한 물건은 남겨 두셨습니까?” 정희는 잠시 생각한 뒤 장부를 꺼냈다. 가게를 연 뒤 빠짐없이 써 온 수기 매출 장부였다. 1998년 11월 4일 칸에는 적어도 여섯 건의 거래가 있었다. 열쇠를 깎아 준 손님 이름과 금액, 잔돈까지 적혀 있었다.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내가 안 살았던 하루라고 나오네요.” 우빈은 그 종이를 보는 데 마음이 아팠다. 하루를 빌렸다고 적어 놓았지만, 그 하루는 누구도 빌려준 적이 없었다. 누군가 기록 속에서 마음대로 비워 놓았을 뿐이었다. 그때 정희의 열쇠 가게 유리문에 종잇조각이 붙었다. 영수증처럼 길고 얇은 종이들이 스스로 접히며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검은 잉크가 어깨와 팔을 이루고, 종이 가장자리의 찢어진 자국이 입처럼 벌어졌다. [연체된 자유 이용권 회수] 괴물은 정희의 매출 장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손끝에서 종이 칼날이 쏟아졌다. 강재가 정희를 뒤로 물리고, 소라가 출입문을 막아 손님이 들어오지 않게 했다. 현정은 당장 조사가 가능한 증거부터 안전하게 챙겼다. 우빈은 장부를 잡아당겨 괴물에게 던지지 않았다. 그 종이에는 정희가 살아온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미끼로 쓰고 싶지 않았다. “이건 갚을 것이 아니야.” 괴물은 멈추지 않았다. 팔이 늘어나 정희의 손목을 감았다. 손목에 잉크가 번지더니 ‘미반납’이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정희가 비명을 질렀다. 우빈은 현정이 들고 있던 사본 두 장을 비교했다. 1998년 매출 장부에는 실제 하루가 있었다. 2010년 문서에는 없다고 주장하는 하루가 있었다. 서로 같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괴물은 그 차이를 무시하고 한쪽을 채무자로 정하고 있었다. “정희 씨, 지금 장부를 보여 주셔도 괜찮겠습니까? 직접 기록을 설명해 주세요.” 그녀는 손목을 잡힌 채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그날 오전 아홉 시에 첫 손님이 왔어요. 동네 김밥집 사장님. 열쇠 두 개를 깎았죠. 오후엔 내 동생을 보러 병원에 갔고요. 나는 그날을 안 빌렸어요. 내가 살았어요.” 정희의 목소리가 끝나자 괴물의 팔 한쪽이 흩어졌다. 하지만 나머지 몸통은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개별 진술 수령 / 상위 담보 계약 유지] 미결이 나타났다. 그의 빈 얼굴에 처음 보는 문장이 떠올랐다. “원인 기록은 다릅니다. 개별 차용을 주장하는 문서는 약해졌지만, ‘하루’에 대한 상위 계약은 남아 있습니다.” “상위 계약을 누가 했죠?” “수령자 명칭은 ‘퇴근하지 않는 자’입니다. 실명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없으니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네요.” “그래서 오래 유지된 것일 수 있습니다.” 종이 괴물이 마지막으로 한 번 경련하더니 작은 종이 조각들로 흩어졌다. 조각들은 가게 바닥에서 검은 화살표 하나를 만들었다. 화살표는 계산대 아래 잠긴 서랍을 가리켰다. 정희가 놀란 표정으로 그곳을 보았다. “거긴 제가 한 번도 못 열어 본 서랍인데요. 전 주인이 남기고 갔어요.” 그녀가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수십 개를 차례로 대 봐도 맞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열쇠를 꺼냈을 때, 어느새 서랍의 잠금장치가 안쪽에서 풀렸다. 서랍에는 물건이 없었다. 작은 거울 하나만 바닥에 붙어 있었다. 거울 속에서 우빈은 자신의 얼굴 대신 낡은 작업복을 입은 낯선 남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 남자의 목덜미에 계정 번호가 떠 있었다. [BJH-00 / 채권 인수 예정] 이번에는 여섯 지역의 원본 장치를 연결하던 이름이 아니라, 최초의 자리인 00이었다. 우빈이 고개를 들자 거울 속 남자도 천천히 돌아섰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눈도 코도 없었다. 오직 한 장의 미완성 계약서만 붙어 있었다. [다음 소유권 확인까지 24:00:00]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36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3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