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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35화
PAYLUA ORIGINAL · 제135화

135화. 동백여관의 작은 문

빚을 먹는 금고 · 2,549자

오프라인 책장
동백여관은 더 이상 숙박업소가 아니었다. 좁은 골목 안쪽, 붉은 벽돌 건물의 일층에는 반찬가게가 들어서 있었고 이층은 작은 독서실로 바뀌어 있었다. 오래전 여관 간판을 떼어 낸 자리에 네모난 자국만 남았다. 우빈은 골목 끝까지 걸어갔다가 뒤돌아보았다. 임동식의 메모에 있던 ‘뒤편 작은 문’은 건물에 붙은 별도 창고의 출입구를 가리키는 듯했다. 건물 관리인은 오전에 연락받은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예전 설계도를 꺼냈지만 바로 문을 열어 주지는 않았다. “저 안에 오래된 물건이 좀 있어요. 철거 전에 정식 점검을 해야 합니다. 오늘은 확인하고 사진만 찍으세요.” 현정은 시설 점검 담당자와 함께 온 이유를 설명하고, 건물 소유주의 허가가 필요한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금고 때문에 급하게 움직이다가 다른 사람의 재산과 안전을 함부로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 뒤편 창고 문은 바깥에서는 평범한 초록색 철문이었다. 다만 손잡이 아래에 작은 나무 명패가 걸려 있었다. ‘야간 구호 대기실.’ “여관 안에 왜 구호 대기실이 있죠?” 소라가 물었다. 관리인은 오래된 수도관이 동파될 때마다 창고 바닥에서 병원 붕대와 종이컵이 나왔다고 했다. 건물을 인수할 때 받은 기록에는 그런 용도가 없었지만, 동네에서는 1998년 사고 당시 구조를 도운 사람들이 잠시 이곳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전에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오긴 했습니다. 방을 찾는 게 아니라 작은 문이 그대로 있는지 보러 왔다고 했어요.” “언제요?” “열몇 년 전쯤이요. 성함은 손경화였던 것 같은데.” 우빈은 현정을 바라봤다. 손경화는 2010년 최초 이의 신청서를 썼던 사람으로, 기록의 여러 곳에 남아 있던 이름이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그녀가 지금 어디에 사는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분이 무슨 말을 했습니까?” “낡은 문은 고치되 안쪽 문턱은 없애지 말아 달라고요. 누가 언제 나갔는지 확인할 자리가 사라진다고.” 관리인은 황당한 부탁이었다며 웃었지만, 그때 여자가 놓고 간 흰 봉투를 아직 보관하고 있었다. 건물 인수 자료에 섞여 있던 봉투였다. 현정이 봉투를 열어도 되는지 확인한 뒤 내용물을 살폈다. 안에는 열쇠가 아니라 종이 자 하나가 들어 있었다. 자의 눈금은 센티미터 대신 시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00:00 / 03:17 / 05:10 / 07:00] 강재가 종이를 손끝으로 펼쳤다. 마지막 시각 07:00은 전날 봉투에 찍힌 지급 예정 시간과 같았다. “이건 시간표가 아니라 출입 동선 같아요. 3시 17분 사고 이후, 5시 10분에 여기로 왔고, 7시에 무언가를 넘겨줬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추정이죠.” 현정이 말했다. “네. 아직은요.” 그들은 창고 안을 점검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작은 문을 열었다. 안쪽에는 깨진 옷걸이와 낡은 양동이뿐이었다. 그런데 문턱의 나무판 한 장이 다른 것보다 매끈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던 것처럼 닳아 있었다. 우빈이 손전등을 비추자 나무에 얕게 새겨진 글자가 보였다. ‘들어온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나간 사람의 시간을 적을 것.’ 가현이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목이 조금 떨렸다. “오 반장님이 늘 그렇게 말했어요. 현장에서 누가 일을 시작했는지보다, 누가 안전하게 마쳤는지 확인하라고.” “그렇다면 여기에 출입 장부가 있었겠네요.” 소라가 말했다. 관리인은 옷걸이 아래 낡은 상자 하나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상자는 건물 인수 때 이미 뜯겨 있었고, 종이 대부분은 습기 때문에 버렸다고 했다. 다만 그 안에 있던 낡은 유리판은 창고 창문을 고칠 때 사용했다. 작은 문 옆에 끼워진 유리는 묘하게 푸른색을 띠었다. 우빈이 손전등을 비추자 유리 속에 그림자 둘이 나타났다. 실제 창고에는 우빈 한 명만 서 있었는데, 유리에는 우빈 옆에 작업복 차림의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허리를 굽혀 문턱 아래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 동전보다 작은 금속 조각이었다. 우빈이 눈을 깜빡이는 사이 그림자는 사라졌다. 그는 관리인에게 이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워, 우선 문턱 아래를 안전하게 살필 수 있는지 물었다. 관리인은 판을 뜯는 작업은 허가가 더 필요하다며 사진만 남기게 했다. 소라가 유리의 반사를 촬영했다. 사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조명이 꺼진 화면에 낯선 문장이 잠깐 비쳤다. [첫 번째 담보 이전: 1998-11-05 07:00] [인도 장소: 동백여관 후문] [이전 대상: ‘하루’의 열쇠] 건물 밖으로 나오자 소라가 조용히 말했다. “금고가 왜 하루를 사고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원본 출입 기록을 가진 쪽이 누가 나갔는지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우빈은 고개를 저었다.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문서를 만드는 거겠죠.” 그는 관리인에게 수리 전 점검 일정이 정해지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돌아서려던 순간, 창고 안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세 번. 잠시 쉰 뒤 두 번. 그리고 마지막 한 번. 우빈은 그 신호를 알고 있었다. 삼목 철공소 시간표 뒷면에 어린아이의 그림으로 남아 있던 바로 그 여섯 번의 두드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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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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