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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33화
PAYLUA ORIGINAL · 제133화

133화. 사라진 날의 출근부

빚을 먹는 금고 · 2,602자

오프라인 책장
달력에서 1998년 11월 4일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도 전국에 신문이 발행됐고, 병원에서는 아이가 태어났으며,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값을 흥정했다. 누군가 하루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세계에서 스물네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정우빈이 알 수 없었던 것은 오히려 그 점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잃었다는 거죠?” 서강재는 중앙기록관리원 열람실에 모아 놓은 세 권의 책을 가리켰다. 하나는 사고 직후 소방서 출동일지의 사본, 다른 하나는 인근 보건진료소 기록 목록, 마지막은 삼목 철공소 폐업 뒤 정리된 전산 출근부였다. “첫 번째 자료에는 4일이 있어요. 두 번째도 있고요. 그런데 세 번째에는 3일 다음이 바로 5일입니다. 달력이 아니라 특정 사람들의 기록에서만 하루가 빠졌어요.” 우빈이 페이지를 넘겼다. 3일 근무 종료란에는 공백이 여러 개 남아 있었고, 5일에는 같은 사람들이 일괄적으로 ‘정상 퇴근’ 처리되어 있었다. 그 사이 4일에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정상 퇴근 처리라는 말이 우리한텐 그날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뜻으로 읽히잖아요.” 소라가 말했다. “바로 그게 함정이죠. 5일 아침에 입력된 한 줄로 4일 내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을 덮어 버렸습니다.” 현정은 자료의 작성자와 작성 시점을 따로 분류했다. 소방서 사본은 나중에 발급됐지만 당시 상황을 기록한 원본을 근거로 했다. 반면 출근부의 일괄 수정 내역은 2010년에 생성된 것이었다. 종이가 오래됐다고 사실이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우빈은 1998년 날짜 옆에 빨간 펜으로 작은 네모를 그렸다. 하루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구조를 기다린 시간, 연락이 닿지 않은 가족의 밤, 누구에게 물 한 잔을 건넨 순간. 금고가 담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기억과 증거일지도 몰랐다. “이 날에 누가 출근했다는지보다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찾아야겠네요.” “그런데 너무 늦었습니다.” 현정이 조용히 말했다. “남은 기록이 적어요. 사람들의 기억도 그만큼 흐려졌을 겁니다.” 그들은 오래된 보건진료소의 기록 목록에서 한 가지 일치점을 발견했다. 4일 새벽 환자 이송 지원이라는 항목이었다. 환자 이름은 지워져 있었지만, 이송 장소가 남아 있었다. [삼목 철공소 서문 / 임시 구호 버스] [이송 시각 04:12] [동행 확인자: 오해경] “오 반장이 사고 다음 날에도 현장에 있었다는 뜻이네요.” 가현이 말했다. “다만 이 기록이 누구의 확인에 따른 것인지는 알아봐야 해요.” 현정이 말했다. 구호 버스를 몰았다는 기사 임동식은 은퇴하고 외곽에서 작은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정은 먼저 연락해 방문 의사를 물었다. 전화기를 받은 남자는 이름을 듣자마자 잠시 말을 잃었다. “삼목이요? 거길 왜 이제 와서…” “확인되지 않은 기록 때문에 피해가 생겨서요. 선생님이 아시는 범위에서만 여쭙겠습니다.” 남자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아니라 지금 오라고 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밤이 되면 표가 없어져요. 매년 그 날짜가 가까워지면요.” 정비소는 오래된 시외버스 차고지 뒤에 있었다. 동식은 작은 난로 옆에 앉아 종이 상자를 끌어냈다. 그 안에는 몇 장의 사진과 굳어 버린 잉크패드, 색이 다른 승차권들이 있었다. 우빈은 고무줄로 묶인 표 가운데 검은 줄이 그어진 한 장을 보았다. ‘11월 4일 / 서문에서 병원까지 / 승객 8명.’ 동식은 그 종이에 손을 대지 않았다. “병원에는 일곱 사람만 도착했다고 했습니다. 내가 여덟을 태웠는데.” “누가 빠졌는지 기억하십니까?” 소라가 물었다. “아이였습니다. 아주 어린아이는 아니었고요. 말을 할 수 있었어요. 버스 안에서 계속 같은 질문을 했지요. ‘반장 아줌마는 왜 아직도 일을 해요?’” 동식은 난로 불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 질문에 대답했던 여자를 기억합니다. 오해경이라고 불렸죠. 여자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사람을 기다리는 거라고.” “그럼 병원에 도착하지 않은 사람은 아이예요?” 우빈이 물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동식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덟을 태웠고, 병원에서 일곱이 내렸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좌석을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때 버스 문이 열리지 않았거든요.” 금속을 긁는 소리가 났다. 정비소 구석에 세워 둔 낡은 버스의 앞문이 저절로 흔들렸다. 동식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오늘은 아직 4일도 아닌데.” 버스 앞유리에 김이 서렸다. 누군가 안쪽에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적었다. [8명 승차 / 7명 하차] [미하차자 1명 / 28년째 운행 중] 우빈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잡이를 당기지 않았다. 닫힌 문을 억지로 열면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동식이 감당할 일을 대신 결정하는 셈이었다. “기사님. 이 버스를 지금 열어도 되겠습니까?” 동식은 오랫동안 문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니까.” 그 대답에 버스 문이 잠잠해졌다. 유리에 적힌 글씨가 지워지며 마지막 줄만 남았다. [미하차자는 승객이 아님] 우빈은 등골이 식었다. 여덟 번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승객도 아니고, 직원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버스에 함께 탄 그 존재를 기록에는 무엇이라고 적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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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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