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32화
PAYLUA ORIGINAL · 제132화

132화. 두 장의 퇴근 봉투

빚을 먹는 금고 · 2,517자

오프라인 책장
봉투를 가져온 사람은 정우빈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꽃가게 주인은 직접 중앙기록관리원을 찾아왔다. 자신의 시계가 멈췄던 상황을 설명했고, 물건을 보관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정우빈이 수령인으로 자동 지정되었다는 문구는 그 과정 어디에도 적지 않았다. 박현정은 접수번호를 발급하고, 봉투를 투명 보존 주머니에 넣었다. 서강재가 옆에서 비닐 장갑을 끼고 종이 상태를 살폈다. “새 종이예요.” “잉크는 오래됐는데요.” 소라가 말했다. “그게 이상한 겁니다. 종이는 몇 달 안 됐고, 봉투 겉의 글씨만 낡았어요. 원본처럼 보이게 만든 겁니다.” 우빈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번에도 금고가 예전과 같은 수법을 쓰고 있었다. 오래된 이름을 새 종이에 덧씌우고, 이름을 본 사람을 증인으로 바꾸는 것. 봉투 앞면에는 ‘삼목 철공소 급여 지급’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뒷면에는 작은 칼집처럼 가느다란 금이 나 있었다. 현정이 내용을 확인하자 두 장의 종이가 미끄러져 나왔다. 한 장은 1998년 11월 3일의 야간 작업 기록 사본이었고, 다른 한 장은 11월 4일의 ‘퇴근 정산 확인서’였다. 가현은 두 번째 종이를 보는 순간 입술을 깨물었다. “그날은 아무도 퇴근 확인서를 쓰지 못했어요.” “기억으로만 반박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정이 말했다. “사본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살펴보죠.” 그녀는 문서 끝에 인쇄된 바코드를 가리켰다. 2010년 봉산 재처리 시스템에서 사용한 형식이었다. 그런데 문서 상단 발급일은 1998년으로 적혀 있었다. “출력 형식이 생기기도 전인데 이 종이가 존재했다는 거죠.” 강재가 말했다. “누가 만든 문서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그 연도에 발급된 원본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가현은 자기 손목의 희미한 흉터를 만졌다. 그녀는 당시 오해경이 급여를 봉투로 받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현장이 혼란스러웠고, 마지막 교대조 사람들은 돈보다 먼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반장님은 남의 몫을 대신 받으실 분이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반장님 성격을 근거로 서류가 거짓이라고 우길 수도 없겠지요.” “지금처럼 본 것이 무엇인지 구분해 주시면 됩니다.” 소라가 말했다. 현정은 서명란을 펼쳤다. 그곳에는 세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정태수, 오해경, 그리고 ‘수령대리인’이라는 낯선 항목. 정태수와 오해경의 서명은 복사된 듯 같은 굵기였다. 하지만 세 번째 칸에는 아무런 글씨도 없었다. 대신 서명할 수 있는 빈 자리에 숫자가 찍혀 있었다. [보류금 8,400,000원] [사고 다음 날의 인건비 명목] 태수가 조사실에 들어왔을 때, 그 금액이 먼저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 돈은 원래 작업장에 남은 사람들 치료비와 귀가 교통비였어.” “기억나세요?” 우빈이 물었다. “액수까지는 모르겠어. 다만 사고 다음 날 공장 측에서 ‘나중에 정산할 돈’이라며 따로 묶었다는 얘기는 들었지. 그런데 저 종이엔 전부 급여 지급 완료라고 적혀 있네.” 그는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서명도 자신이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옛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시작한 뒤로 태수는 모든 의심을 스스로에게 돌리기 쉬웠다. 우빈은 아버지 앞에 원본 확인 요청서를 놓았다. “그날 기억 안 나는 것까지 아버지 책임이라고 말할 필요 없어요. 확실한 것만 적어 주세요.” 태수는 종이에 천천히 세 줄을 적었다. 사고 다음 날 회사에서 돈을 별도 보관한다고 들은 사실. 자신이 실제로 받은 돈은 없다는 사실. 위 문서의 서명 여부는 기억과 원본 대조가 필요하다는 사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봉투 안쪽에 새 글씨가 번졌다. [수령대리인 공란] [임시 대리인 지정: 자료 열람자 정우빈] 우빈이 손을 떼자 글씨도 지워졌다. 그 대신 태수의 이름이 선명해졌다. 태수가 봉투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가현의 이름이 나타났다. 누군가 종이를 들여다볼 때마다 빈칸이 그 사람의 이름을 따라 움직였다. “보는 것만으로 받은 사람이 되는군요.” 소라가 말했다. “정확히는 받았다고 주장하는 장치겠죠.” 현정이 답했다. “법적으로 그런 효력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현정은 투명 주머니를 봉인하고 열람자 목록을 별도로 남겼다. 그때 복도 스피커에서 퇴근 종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전 열 시였다. 실제로 퇴근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종소리가 끝나자 주머니 속 종이 한 장이 저절로 접혔다. 접힌 부분에 그날의 다음 날짜가 떠올랐다. [1998-11-05 07:00] [두 번째 지급 예정: 아직 출근하지 않은 사람] 강재가 그 숫자를 보고 말했다. “잃어버린 하루가 4일이라면, 저들은 왜 5일 아침에 돈을 지급한다고 써 놓았을까요?” 우빈은 전날 꽃가게 주인의 말을 떠올렸다. 잃은 하루를 찾으려면 다음 날의 아침을 보라는 말. 그때 휴대전화에 익숙하지 않은 번호로 문자 하나가 왔다. ‘오해경 씨는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음 날 아침까지 나가지 못한 사람입니다.’ 발신자는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끝에 짧은 문구가 있었다. ‘당신들이 찾는 사람은 명단에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명단을 만든 사람입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32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3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