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람 중앙역 지하 3층은 오래전에 폐쇄됐다.
철도 시설관리소가 보낸 안내에는 2003년에 전기 설비를 철거했고, 현재는 물품을 보관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 출입은 허가받은 직원만 가능했다. 정우빈 일행은 임의로 문을 열거나 잠금장치를 훼손하지 않았다. 대신 현정이 기록관리원에서 확인한 보존 자료와 경찰에 접수된 이상 신고를 근거로 공식 시설 점검에 동행할 수 있는지 협의했다.
“여기서 누가 출근한다는 거죠?” 시설 담당자 나호진이 물었다.
“모릅니다. 그 사실을 확인하러 왔어요.” 소라가 대답했다.
호진은 잠깐 웃었다. “모르면 누가 오게 할 생각입니까?”
“오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군가 그 이름으로 출입 기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걱정돼서요.”
그 말에 호진의 웃음이 사라졌다. 지난주부터 폐쇄 구역에 점검 완료 도장이 찍힌 작업 지시서가 자동 출력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아무 직원도 지하 3층에 내려가지 않았는데, 기록에는 매일 한 사람이 점검했다고 나와 있었다.
안전모 끈을 조이며 호진은 자신이 왜 이곳을 싫어하는지 털어놓았다. 폐쇄 이후에도 이 구역에 작업 지시서가 종종 내려왔기 때문이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공간인데 관리 기록은 늘 '양호'였다. 그 말을 할 때 호진은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 봤자 다음 주에도 그가 같은 기록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우빈은 금고가 보낸 메시지와 호진의 현실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기록만 멀쩡하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없어도 된다는 태도였다.
벽은 차갑고 복도에서는 금속 먼지 냄새가 났다. 오래된 에스컬레이터에는 '운행 중지' 표지가 붙어 있었다. 호진이 개방된 시설 복도로 안내하자 우빈은 귀를 기울였다. 환풍기 소리 사이로 쇠를 두드리는 리듬이 들렸다.
세 번, 쉬고 두 번, 한 번.
“또 그 소리예요.” 그가 말했다.
소라는 허리를 굽혀 바닥을 보았다. 굳은 시멘트 틈에 작은 종이 조각이 끼어 있었다. 1998년 영수증 형태였지만 날짜에는 2026년이 적혀 있었다.
[근로 제공자: 미등록]
[수령인: 서람시]
[노무 제공 위치: 지하 3층]
“지자체가 수령인이라고?” 강재가 중얼거렸다.
미결의 그림자가 전등 아래에 나타났다. “미등록 노동자에게 실제 고용주가 없을 때, 장치는 장소의 소유자를 고용주로 지정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장소에 들어오면 근로 제공자로 삼습니다.”
“그러면 오늘 여길 점검하는 직원도…”
미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어깨 위에 검은 도장이 하나 찍혔다. '대리.' 그 글씨가 그의 몸을 바닥으로 짓눌렀다.
우빈은 호진에게 멈춰 달라고 했다. 호진은 현장 점검을 지시한 상급자와 통화했다. 실제로 정해진 점검 시간을 넘겨 들어가야 하는 구역이라면 안전 인력과 문서가 필요했다. 누군가 만든 가짜 출근표 때문에 직원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여기서 되돌아가죠.” 호진이 말했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여닫히는 문 소리가 났다. 문이 없어야 할 벽에 얇은 손잡이가 튀어나왔다. 방화문처럼 보이는 철판에 '야간조 탈의실'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2003년에 없앤 시설인데…” 호진이 중얼거렸다.
우빈은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가방에서 오래된 종료 확인서 사본을 꺼냈다. 오해경과 장은서의 시각이 적힌 종이였다. 종이에 비친 글씨가 지하 벽에 나타난 글씨와 같은 굵기였다.
‘야간조 탈의실’ 아래에 다른 문장이 생겼다.
[1998년 11월 3일 미퇴근 1인]
[2026년 10월 26일 출근 1인]
“출근하는 사람이 실재 인물이 아니라 기록을 이어받을 누군가인 거네요.” 소라가 말했다.
강재는 종이의 무늬를 살폈다. 두 날짜 사이에 찍힌 도장은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오래된 서류의 잉크를 복사해서 최근 문서에 사용한 흔적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장 아래의 글씨는 서로 달랐다.
[1998: 근로자 추가 확인]
[2010: 보관일수 전산 전환]
[2026: 근로자 대체 등록]
“2010년부터 계속 같은 방식이네요.” 그가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한 사람을 계속 다음 사람으로 바꿔 놓는 겁니다.”
그때 호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시설관리소에서 그의 근무 기록에 이상한 항목이 생겼다고 했다. '1998년 작업 인계 완료'라는 문구였다. 호진은 그해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말도 안 되잖아요.” 그가 말했다.
우빈은 그의 손에 있는 서류를 보며 옛날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각의 수익자로 등록되었던 일. 금고가 시간을 다루는 방법은 언제나 같았다. 과거의 빈칸을 지금 살아 있는 사람으로 채우는 것.
“지금 출근했다는 표시를 지우는 것부터 확인할게요.” 현정이 말했다.
그녀는 시설관리소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호진이 오늘 수행한 작업에 대해서만 근태를 인정하도록 문서화했다. 누구도 폐쇄된 1998년 근무를 승계할 수 없다는 이의 신청을 함께 첨부했다.
지하 3층 벽에 붙은 손잡이가 천천히 녹아내렸다. 쇠에서 잿빛 가루가 떨어졌다. 그러나 문이 사라진 자리에는 얇은 틈이 남았다. 틈 사이로 젖은 작업화 한 짝이 보였다.
소라가 손전등을 비추었다. 작업화 끈에 종이 쪽지가 묶여 있었다.
‘내가 일한 시간은 네 것이 아니다.’
글씨의 맨 끝 획이 떨려 있었다. 우빈은 그 필체가 익숙했다. 2010년 최초 이의 신청서의 손글씨와 닮아 있었다.
“손경화 씨가 여기 왔던 걸까요?”
“단정하지 마세요.” 현정이 말했다. “그보다 먼저 도장 날짜를 확인해야 합니다.”
쪽지 뒷면에는 또렷한 날짜가 찍혀 있었다.
[2026년 10월 27일 03:17]
아직 오지 않은 새벽이었다.
제12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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