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람시에 새벽 세 시 십칠 분이 두 번 찾아왔다.
첫 번째는 정상적인 시각이었다. 두 번째는 오전 아홉 시, 시청 별관의 근태 단말기가 갑자기 멈췄을 때였다. 누군가 찍지 않은 퇴근 기록이 생겨났고, 이미 퇴근한 사람에게 출근 확인 문자가 다시 도착했다.
우빈은 민원실에서 받은 신고 목록을 바라봤다. 야간 경비원은 휴무일에도 교대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고, 어린이집 조리사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업무의 지각 통보를 받았다. 배송기사의 내비게이션에는 하루 전 완료한 배송지가 다시 나타났다. 모두가 같은 장부를 쓰는 것도 아닌데, 화면에는 같은 문장이 떠 있었다.
[전일 근무 종료 미확인]
[임시 연장 / 후임 대체 가능]
“이러다 진짜 사람이 일을 두 번 하겠어요.” 소라가 말했다.
“하려고 할 겁니다.” 강재가 화면을 넘겼다. “임금을 받지 못해도 일을 마쳐야 기록을 지워 준다고 하니까요.”
우빈은 그 말을 듣고 병원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퇴근하라는 말보다 일을 마쳤다는 확인이 더 소중한 날이 있었다. 누가 볼 때는 단순한 버튼이지만, 버튼이 늦게 눌린 책임은 늘 가장 약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민원실의 젊은 야간 경비원 한 명은 휴대전화 화면을 계속 켰다 껐다 했다. 퇴근하고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찾아가려던 참인데, 출근표가 바뀌었다는 알림 때문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소라는 그에게 당장 무엇을 해야 한다고 지시하지 않았다. 대신 담당자에게 실제 근로 일정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조용한 곳을 안내했다. 야간 경비원은 전화를 마친 뒤에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화면은 여전히 이상했지만,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
현정은 실제 근태 시스템이 영향을 받고 있는지 기관 담당자에게 점검을 요청했다. 기계가 띄운 이상한 글씨가 공식 급여명세서의 근로시간을 바꾸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공포만으로도 계약은 바뀔 수 있어요.” 소라가 말했다. “어떤 분은 내일 못 쉴까 봐 오늘 추가 근무를 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때 우빈의 손목시계가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침이 뒤로 가더니 시곗바늘 사이에서 검은 실이 뻗어 나왔다. 실은 바닥에 놓인 노동시간 장부에 닿아 한 글자씩 엉겨 붙었다.
'연장.'
현정의 사무실 벽 너머에서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 번, 쉬고 두 번. 이어 마지막 한 번. 마치 누군가 안쪽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보내는 신호였다.
미결이 유리창에 나타났다. 평소보다 모습이 희미했다.
“원본 00이 증거 수집을 업무 개시로 해석했습니다. 근무시간을 확인하려는 행위 자체가 근로 연장이 됩니다.”
우빈은 시계를 벗어 탁자 위에 올렸다. “그럼 조사를 계속할수록 사람들이 더 늦게 퇴근한다는 거야?”
“현재 재처리 규칙에서는 그렇습니다.”
“어떻게 막죠?”
“장치는 ‘일을 끝냈다’는 말만 듣습니다. 그러나 기록에는 끝났다는 사실을 말할 사람의 자리가 없습니다.”
우빈은 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오해경의 응급근무 종료 확인서에 이미 종료 시각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은서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 종이는 우리끼리 쓴 거예요. 누가 사인을 하면 회사가 인정해 줄 거라고 믿었죠. 실제로 돈을 받은 건 아니고.”
“그걸 그대로 제출해도 될까요?”
“돈을 받았다는 증거로 쓰지 않는다면요. 우리가 언제 일을 마쳤는지 보여 주는 증거로는 쓰세요.”
우빈은 누군가의 자료를 받아 두는 일이 얼마나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가 원했다면 서류 한 장으로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었다. '퇴근 완료'라고 도장을 찍어 버리고 모두에게 임금이 지급된 것처럼 만들면 그만이었다. 금고는 늘 그렇게 쉬운 길을 보여 주었다.
현정이 종료 확인서의 목적을 기재하고 사본을 받아 보존했다. 노동센터는 당사자들이 동의한 범위 안에서 추가 자료를 검증하기로 했다. 그 순간 시계의 검은 실 하나가 끊어졌다.
“움직이네요.” 강재가 말했다.
벽시계가 오전 아홉 시 십팔 분을 가리켰다. 멈춰 있던 분침이 두 칸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건물 옥상에서 커다란 종소리가 울렸다. 주변에 종을 치는 탑은 없었다.
[98-SM-03 근무 종료 인정 여부]
[거부 시 1,108,231시간 전가]
[승인 시 모든 임금 지급 완료 처리]
두 개의 선택지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났다. 우빈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둘 다 거짓말이에요.”
“결과를 선택해야 합니다.” 장치가 말했다.
우빈은 시스템 창을 닫았다. 대신 옆에서 기다리던 실제 창구 직원에게 자료 정정 신청을 접수할 수 있는지 물었다. 창구 직원은 화면에 뜨는 알 수 없는 문장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서류 자체는 접수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쓰죠.” 우빈이 말했다. “일을 끝낸 사실과 돈을 받은 사실은 별개입니다.”
펜 끝이 종이에 닿았다. 글씨를 쓰는 동안 그의 손등에서 검은 실이 뻗어 나왔다가 금세 끊어졌다.
[이분 처리 요청: 접수]
벽시계가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시청 앞 전광판에 낯선 명단이 떴다. 일곱 사람의 이름 아래, 아직 확인되지 않은 여덟 번째 줄이 있었다.
[제8교대자: 금일 근로 확인 예정]
[출근 예정 장소: 서람 중앙역 지하 3층]
우빈은 종이를 움켜쥐었다. 그 장소는 이미 폐쇄된 역사였다. 그런데 출근은 오늘 밤으로 예정돼 있었다.
제12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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