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시간이 넘는 노동을 확인하려면, 처음에는 시계가 필요할 줄 알았다.
서강재는 회계 프로그램을 열어 계산부터 했다. 총 1,108,231시간. 하루 여덟 시간씩 일하면 138,528일이 넘었다. 사람 열 명이 일해도 수십 년을 꼬박 채워야 하는 시간이었다. 태수가 알려 준 1998년 새벽 작업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도저히 맞지 않았다.
“그런데 장부는 숫자를 의심하는 사람보다 그 숫자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강재가 말했다.
우빈은 서류를 읽었다. 노동시간이 표시된 모든 줄에는 '퇴근 처리 보류'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분홍색 작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미퇴근 상태 자동 이월]
“종료 시점이 없으니 오늘까지 시간을 더한 거네요.” 소라가 말했다.
“매일 더한 게 아닙니다. 일곱 사람의 미확인 시간이 다음 보상 항목에 복제됐어요. 중간부터는 실제 근무와 상관없는 숫자가 됐습니다.”
현정은 2010년 봉산 재처리 자료와 1998년의 종이 기록을 비교했다. 전산 기록은 '하루'라는 단어를 두 종류로 읽고 있었다. 노동자가 일한 하루와, 지급되지 않은 보상금이 보관된 하루. 같은 숫자로 처리했을 뿐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태수는 오래된 돋보기를 빌려 1998년 종이의 뒷면을 보았다.
“그날은 한밤에 사람들이 세 번 교대했어. 여섯 시부터 일한 조가 있고, 밤 열두 시에 새로 온 조가 있었어. 새벽에 비상작업을 도운 사람들은 공식 명단에 안 적혔지.”
“그럼 실제 미지급 시간은 어느 정도였어요?” 우빈이 물었다.
“내 기억만으로 말하면 안 돼.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 모르니까.”
그 말이 반가웠다. 태수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설명하면서도 숫자를 채우려 하지 않았다. 우빈은 아버지가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모든 것의 주인으로 만들까 걱정했다. 그러나 태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남겨 두었다.
그날 철공소가 밀린 임금 때문에 사람들과 다투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작업복이 젖은 채 사무실에 서서 반장의 도장을 기다렸다는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누구도 그것을 비상사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문이 왜 잠겼는지, 기계가 왜 고장 났는지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밤을 새워 물을 퍼낸 사람에게 남은 질문은 더 단순했다. 내일도 나와야 하는가. 오늘 일한 돈을 받을 수 있는가. 누가 내 이름을 적어 주는가.
그들은 보존소에 남은 급여대장 사본과 당시 은행의 임금 이체 내역 보존 가능 범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폐업한 철공소의 장부에 남은 금액만으로는 지급 여부를 단정할 수 없었다.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연락 창구도 함께 찾았다.
오후가 되자 관리원 전광판이 이상해졌다. 민원 대기 번호 대신 숫자가 크게 떴다.
[1,108,231]
[환급 받을 사람을 선택하십시오]
화면 아래에 정태수의 이름이 떠올랐다. 우빈이 발급기 코드를 뽑자 번호표 뒷면에도 같은 문장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민원 창구로 걸어갔다. 우빈은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옷에 문질렀다.
미결이 유리문에 흐릿하게 나타났다. “장부는 첫 기록자를 최초 수령인으로 바꾸려 합니다. 숫자에 대응하지 않으면 대상을 늘릴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실제 근무시간과 이월된 보관시간을 나눠야 합니다.”
“그걸 누가 인정해 주죠?”
“원본에는 구별할 수 있는 표식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 접근 권한이 제한돼 있습니다.”
강재가 데이터 일치 여부를 다시 살폈다. 원본에는 작업시간을 표시할 때 숫자 뒤에 'H'가, 수수료를 계산할 때 'D'가 있었다. 2010년 재처리 로그에서는 둘 다 한글 '시간'으로 번역돼 있었다.
“단위를 바꿔 버린 거예요.” 그가 말했다. “한 사람이 일을 마치지 못했다고 적힌 날짜를 매일 새로운 일한 시간으로 취급한 겁니다.”
현정은 전산 오류에 대한 기술 검증 요청서를 작성했다. 소라는 피해자 명단을 아직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 이 많은 시간을 누가 갚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퍼지면, 실제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또다시 숨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로비의 벽시계가 멈췄다. 초침이 열두 시에 닿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사무실 전체에서 초침이 멈추는 소리가 연이어 났다. 복도를 걷던 야간 청소 직원이 어지러운 듯 벽에 손을 짚었다.
“왜 그러세요?” 우빈이 다가갔다.
“열두 시가 됐는데 아직 일을 안 끝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은 낮 근무인데.”
직원의 명찰 아래에 검은 잉크가 번졌다.
[미확인 교대 / 임시 근무 연장]
우빈은 본능적으로 명찰을 잡아 떼려다가 멈췄다. 무언가를 대신 결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지금 몇 시에 퇴근하시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다섯 시요. 계약서에도 그렇게 돼 있어요.”
“그럼 그 시간을 담당자와 함께 확인해 볼게요. 아무 서류도 새로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청소 직원은 자신의 근로 일정표를 직접 꺼냈다. 누군가 찍어 놓은 검은 글씨가 천천히 사라졌다. 하지만 멈춘 시계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후 다섯 시가 되자 가장 오래된 보존실에서 펌프 소리가 울렸다. 태수가 얼굴을 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날 밤의 소리였다.
[98-SM-03 / 원본 노동시간 측정 장치 가동]
[접근 조건: 마지막 교대자의 진술]
소라가 일곱 개 동그라미를 펼쳤다. 두 번째 줄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마지막 교대자가 누구였죠?”
태수는 오래 생각하다가 말했다.
“오해경 반장은 아니야. 반장 다음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어. 손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었지.”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사람은 우리가 지켜야 할 아이를 알고 있었어.”
제12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