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일곱 번째 서명란

빚을 먹는 금고 · 2,738자

오프라인 책장
일곱 번째 서명란은 늘 비어 있었다. 우빈은 처음에는 그것이 빠뜨린 칸이라고 생각했다. 일곱 개의 원본 금고가 서로 책임을 나눠 갖는다고 했을 때도, 여섯 개 도장 옆의 공란은 누군가가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러나 기록관리원의 2010년 구축 문서를 나란히 펼치자 다른 가능성이 드러났다. 여섯 개는 실제 담당 업무를 표시하는 도장이었다. 물품 접수, 임시 보관, 반환 확인, 피해자 통지, 지급 승인, 회계 정리. 일곱 번째는 그 모든 절차를 마친 뒤에 남는 빈칸이었다. ‘최종 이의 신청자.’ 현정이 확대경을 내려놓았다. “서명을 안 한 게 아니에요. 원래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비워 둔 칸이에요.” “그럼 금고는 왜 거기에 계속 보관관을 쓰려고 할까요?” 우빈이 물었다. “이의 신청하는 사람을 관리자라고 바꿔 놓으면, 나중에 그 사람이 책임을 떠안게 되니까요.” 두 사람은 사본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작업 승인 기록이 있었다. 기록의 마지막 줄이 이상했다. [이의 신청란 폐쇄 예정] [폐쇄 사유: 책임 공백 최소화] [실행 작업: 봉산] 그 아래에는 일곱 개의 서명을 대신하는 하나의 전자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일괄 확인: BJH-00] 소라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한 명이 모든 일을 승인한 것처럼 만든 거군요.” “실제 누가 승인했는지 확인하려면 원본 작업 로그가 필요해요.” 현정이 말했다. 그 로그는 관리원 내부에 없었다. 2010년 구축 업체가 보관한 초기 백업 목록에만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현정은 백업 보존 책임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수소문했다. 폐업한 업체의 후속 계약이 지방 전산기록 보존소로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기록 보존소는 시외버스 터미널 뒤편의 낡은 건물에 있었다. 담당자는 그들의 요청을 듣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옛날 백업을 바로 드릴 수는 없습니다. 보존 목록을 확인하고 접근 권한도 검토해야 합니다.” “당연합니다.” 현정이 말했다. “실물이 있는지와 훼손 위험만 우선 확인해 주세요.” 담당자는 승인된 열람실에 그들을 안내했다. 장치가 고장 나지 않도록 전문 인력이 함께 들어왔다. 우빈은 복도에 붙은 비상 대피도를 보면서 미결의 말이 떠올랐다. 오래된 시스템이 사람을 해치는 순간에도 정상적인 절차를 지키는 직원들은 있었다. 그 사실이 지금은 믿음직했다. 열람실에는 외부인이 사용할 수 있는 의자가 넷뿐이었다. 벽 시계의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직원이 넘기는 서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우빈은 자리에 앉으려다가 멈췄다. 부서진 금고 앞에서는 몸으로 문을 막으면 끝날 것 같았지만, 이런 공간에서는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자료를 다루는 사람이 한 번 실수하면 수십 년의 기록이 섞일 수 있었다. 현정은 담당자에게 읽기 전용 저장 방식과 접근 흔적이 남는지 먼저 확인했다. 담당자는 평범한 일이라는 듯 설명했지만, 우빈에게는 그 평범한 절차가 가장 강한 방어처럼 보였다. 금고는 기록을 자기 편한 대로 바꿨다. 여기서는 바뀐 흔적부터 남겼다. 백업 목록에는 같은 날짜의 로그가 두 개 있었다. [봉산_20101117_최초] [봉산_20101117_재처리] “최초와 재처리.” 소라가 말했다. “언제 바꾼 거죠?” 관리자가 시간을 확인했다. “최초는 오후 세 시 십칠 분. 재처리는 오후 세 시 이십삼 분입니다.” 여섯 분. 우빈은 그 짧은 간격을 바라봤다. 1998년 사고 기록에서 공백으로 남은 시간이 오후 세 시 십칠 분이었다. 누군가 그것을 십이 년 뒤에 다시 시작 시간으로 사용했다. 최초 로그의 첫 줄은 평범했다. [미지급 보상금 확인] [수령자 정보 불완전] [수수료 산정: 보류] 그러나 재처리 로그는 달랐다. [수령자 정보 불완전] [수익자 대리 등록: 제1보관관] [보관 수수료 산정: 반복] 현정이 두 파일의 기록을 비교하다 손을 멈췄다. “수정자가 한 사람으로 표시돼 있는데, 관리자 아이디는 다릅니다.” [최초 실행: CM-01] [재처리 실행: BJH-00] 차문수의 이니셜을 닮은 코드와 백재헌 계열 승인 코드. 하지만 어느 것도 실제 사람의 신분을 증명하지 않았다. 우빈은 그것을 구별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멈춘 기록이네요. 두 번째가 멈춘 걸 억지로 시작한 거고.” 그 순간 열람실 스피커에서 소리가 났다. “백업 원본 변조 시 책임을 부담하셔야 합니다.” 담당자가 고개를 들었다. “저희 안내 방송 아닙니다.” 전산실 문 위에 검은 글자가 떠올랐다. [일곱 번째 승인자 요구] [미승인 시 원본 접근 차단] 철제 보관장의 자물쇠가 혼자 잠겼다. 소라가 우빈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우빈은 서류를 빼앗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담당자에게 지금까지 저장된 열람 영상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정은 승인된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는 최초 로그의 정보만 기록했다. “이의 신청자는 승인자가 아니에요.” 우빈이 문을 향해 말했다. 방송이 되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최종 책임을 집니까?” “기록을 바꾼 사람을 찾겠습니다. 그전까지는 누구도 대신 서명하지 않아요.” 일곱 번째 칸이 잠깐 깜빡였다. 자물쇠 하나가 다시 풀렸다. 그러나 화면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원본 최초 기록의 작성자: 기록 외 참여자] [참여 인원: 11명] [서명 인원: 10명] 소라는 화면을 바라봤다. “한 사람은 서명을 안 했네요.” 현정은 최초 로그의 마지막 행을 가리켰다. [제11참여자 / 이의 신청 제출] 그것은 일곱 번째 빈칸을 끝까지 지키려고 한 사람의 기록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17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1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