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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16화
PAYLUA ORIGINAL · 제116화

116화. 미결의 대기실

빚을 먹는 금고 · 2,790자

오프라인 책장
미결에게는 이름이 있었지만 집이 없었다. 그가 나타나는 곳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그림자 옆이었다. 금고가 접근을 허락하면 문틈이나 장부에 몸을 기대었고, 접근을 막으면 아무것도 없는 벽에 희미한 얼룩처럼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괴물 같았다. 지금 우빈에게는 제대로 된 자리를 가진 적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당신도 보관관이 될 수 있어?” 우빈의 질문에 미결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관리원 바깥의 작은 대기실에 있었다. 이곳은 서류 상담을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을 서는 공간이었다. 의자 열다섯 개, 번호표 발급기 한 대, 고장 난 자판기 하나. 다른 곳과 다르지 않았다. “저는 원래 자리를 배정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럼 최초 채권자로 불렸던 건?” “그 명칭도 인간의 채무를 처리하기 위해 붙인 식별자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권리를 양도한 것은 아닙니다.” 우빈은 고개를 숙였다. 오래전 그가 금고 안에서 본 눈동자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금고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사람과 사물을 주인으로 만들었다. 미결도 처음부터 그렇다면, 그는 누구의 일을 하고 있었을까. “2010년 11월 17일 오후 세 시 십칠 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미결은 의자 끝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이 닿은 부분은 희게 흐려졌다. “그 시각에는 한 사건이 완료 처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급받은 사람이 없었고, 지급해야 할 대상자가 복수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보관이라는 일을 만든 거야?” “처음에는 임시 상태였습니다. 보상금이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확인할 때까지 보류하는 선택이었습니다.” “누가 바꿨어?” “그 질문을 받으면 저는 접근이 차단됩니다.” 잠시 뒤 미결의 팔이 끊긴 필름처럼 흔들렸다. 우빈이 다가갔지만 그에게 손을 뻗지 않았다. 미결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임시 보관을 종료하지 않는 동안 수수료를 반복 기록하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그건 기록을 늘린 거야. 돈이 생긴 게 아니지.” “맞습니다.” “그걸 사람이 믿게 하려면 뭔가 더 있었겠지.” 미결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뒤이어 어둠 속에서 정중한 안내 음성이 들렸다. [제1보관관 대기실입니다] [번호표를 뽑으시면 업무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우빈은 발급기를 보았다. 그곳에는 누구도 넣지 않은 종이 뭉치가 들어 있었다. 발급기가 덜컥거리며 번호표 한 장을 내밀었다. [A000 / 정우빈] 그는 뽑지 않았다. 번호표가 바닥에 떨어졌다. 옆에서 대기하던 노인이 놀라 발을 뺐다. 평범하게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 같았다. 노인은 낡은 서류 봉투를 품에 안고 있었다. “번호표 안 뽑으면 상담 못 받아요?” “선생님, 잠깐만요.” 우빈이 답했다. “오늘 기계가 이상해요. 직원에게 직접 물어볼게요.” 우빈은 안내 데스크로 가서 발급기 작동 중단을 요청했다. 직원은 이상을 확인한 뒤 대체 접수 절차를 알려 줬다. 노인은 접수증에 자기 이름을 직접 적었다. 그 순간 발급기에서 나온 검은 번호표들이 바닥에 쌓이기 시작했다. [A001 / 부재자] [A002 / 유족] [A003 / 무응답자] 사람이 아닌 상태에 순서를 매기고 있었다. 미결은 그 숫자들을 보며 말했다. “저곳이 본래 제 대기실이었습니다.” “무슨 말이야?” “채무가 정해지지 않은 것을 강제로 처리하지 않도록 멈추는 자리. 누군가가 그것을 수익 대기실로 바꾸었습니다.” 우빈은 미결을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봤다. 그는 사람을 먹고 자란 괴물의 이름이기도 했지만,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그대로 두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이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기능을 빼앗아 이익을 얻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어?” “원래 기능을 증명해야 합니다. 초기 작업 기록이 필요합니다.” “봉산 작업 기록?” 미결의 눈이 잠깐 선명해졌다. 우빈은 그 말을 듣자 나래를 떠올렸다. 오래전 그는 나래에게 사람을 지키는 장치도 사람을 해칠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나래는 대답 대신 빈 종이를 내밀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했었다. 지금 눈앞의 미결도 그런 종이에서 시작했는지 모른다. 모르는 일을 모른다고 남겨 둘 권리. 그 권리를 누군가 악용하면서 괴물이 생겼다. 우빈은 미결을 무조건 구원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미결이 과거에 저지른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대신 지금 가능한 증거를 확인하고, 그가 새로운 피해를 막도록 돕고 싶었다. “그 기록이 있다면, 저는 허위 수수료의 확정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대기실의 전등이 꺼졌다. 발급기의 작은 화면만 켜져 있었다. [봉산 작업: 진행 중] [중단 요청자: 미결] [중단 권한: 회수] 금속 문에서 손바닥보다 커다란 검은 도장이 튀어나왔다. 도장은 대기실 천장에 찍히더니 글자 하나를 남겼다. '반송.' 미결의 몸이 문 쪽으로 끌려갔다. 우빈은 그의 이름을 부르려다 입을 다물었다. 구하겠다는 말 한마디가 대리 수령으로 읽힐지도 몰랐다. 그는 대신 직원에게 사람들을 밖으로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정과 소라에게 동시에 연락했다. 대기실 번호표와 출입 기록을 보존해 달라고 했다. 미결이 마지막 힘으로 속삭였다. “저를 대신 책임지지 마십시오. 작업이 시작된 날의 첫 번째 로그를 찾으십시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바닥에 번호표 하나가 남았다. [A000 / 미결] [대기 사유: 최초 이의 신청] 우빈은 그것을 집지 않았다. 번호표 아래에 사람이 손으로 쓴 것 같은 짧은 문장이 보였다. '이의 신청은 지울 수 없다.' 누군가 장치 안에서 저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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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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