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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15화
PAYLUA ORIGINAL · 제115화

115화. 보관료를 세는 사람

빚을 먹는 금고 · 2,709자

오프라인 책장
차문수는 2010년 11월 17일에 서명할 수 없었다. 퇴직은 그보다 넉 달 전이었다. 박현정이 확보한 인사 기록에는 마지막 출근일과 급여 정산일이 각각 남아 있었다. 병원 장기 입원 기록까지 대조하면, 차문수가 관리원 지하 보존실에 직접 들어왔다는 주장은 더욱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현정은 그 자료를 들고 곧장 '서명 위조'라고 적지 않았다. 서명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는 가능성, 옛 양식을 사용했다는 가능성, 기록을 나중에 합쳐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우빈에게 말했다. “먼저 그분 가족에게 연락해야겠어요. 차 선배가 직접 남긴 유품이 있다면 필체와 당시 행적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차문수의 딸 차혜린은 서람 외곽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화에서는 처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앙기록관리원이라는 이름을 듣자 수화기 너머로 다리미를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또 무슨 돈을 받으셨다는 거죠?” 우빈이 대답했다. “받으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실제로 받으셨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실업급여도 다 못 받았어요. 그때는 그런 분이 나쁜 직원인 것처럼 취급받았죠. 이제 와서 보관료까지요?” 목소리에는 오래된 분노가 있었다. 우빈은 서둘러 해명하는 대신 방문 목적을 다시 천천히 설명했다. 가족의 허락 없이 유품을 만지지 않겠다고, 원치 않으면 조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혜린은 한참 뒤에 말했다. 혜린은 전화를 끊지 않은 채 한 번 더 물었다. “사실은 하나만 확인해 주세요. 그분이 잘못한 일이라면 저도 알고 싶어요. 하지만 잘못하지 않은 일을 뒤집어쓰고 돌아가셨다면, 그건 꼭 바로잡고 싶습니다.” 우빈은 오랫동안 대답을 고르다가 말했다. “지금까지 확인한 것은 돌아가신 뒤에도 그분 이름으로 일이 처리됐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과 책임을 정하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다리미가 다시 움직였다. 혜린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 대신 확인된 사실을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게 조금 더 견딜 만했다. “아버지가 이상한 메모를 남기셨어요. 보관료를 세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그 메모만 보여 드릴게요.” 세탁소 뒤편에는 작은 사무실이 있었다. 벽에는 아이가 그린 그림과 오래된 달력이 붙어 있었다. 혜린이 가져온 수첩의 첫 장에는 약값과 밀린 공과금이 적혀 있었다. 끝으로 갈수록 글씨가 흔들렸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일곱 개의 작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돈을 받은 사람보다 돈을 세는 사람을 찾아라.' 그 아래에는 짧은 이름 하나가 있었다. '봉산.' “사람 이름입니까?” 소라가 물었다. “저도 몰라요. 아버지는 봉산이라는 말을 하실 때마다 전화기를 꺼 두셨어요.” 혜린은 유품 상자에서 종이 영수증 한 장을 꺼냈다. 무슨 병원 수납증처럼 보였지만 발급처 이름이 없었다. 날짜만 2010년 11월 17일이었다. [계산 담당: 봉산] [미지급 보상금 보관료: 18,000원] [지급 방법: 차후 정산] 우빈이 영수증을 바라봤다. “그날 지급하지 않은 돈에서 보관료를 만들었네요.” “봉산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현정이 말했다. 혜린은 영수증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것은 그가 보관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지막 물건이었다. 현정은 원본을 가져가는 대신 사진만 남겼다. 혜린이 보관 기록을 남기는 데 동의한 부분도 따로 확인했다. 세탁소 밖으로 나오자 골목에 찬바람이 불었다. 우빈은 문득 혜린의 얼굴이 어머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자녀라는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오래된 금액에 쫓기는 얼굴이었다. 소라가 물었다. “봉산이라는 이름, 들어 본 적 있어요?”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보다 부서 이름 같아요.” 그때 세탁소 유리창에 작은 동전 모양의 얼룩이 생겼다. 얼룩은 하나에서 둘, 둘에서 일곱으로 늘어났다. 혜린이 안에서 유리창을 닦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창문 안쪽에 또렷한 글씨가 나타났다. [보관자 유족 확인] [미지급 보관료 상속 처리 대기] “안 돼요.” 우빈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혜린은 창문 밖에 선 우빈을 보았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유리창의 글씨는 혜린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 모르는 사이에 동의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혜린 씨. 지금 아버지의 물건 중에 제가 확인하지 못한 문서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이것 때문에 불안하실 수 있어요. 그래도 무엇이든 선택하실 때는 직접 설명을 듣고 결정하셔야 해요.” “그럼 전 뭘 하면 돼요?” “지금은 아무것도 하실 필요 없어요. 아버지의 빚이라고 적힌 것이 생겨도 곧장 갚을 이유는 없어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혜린이 천천히 대답했다. “저도 그 말을 누구한테 듣고 싶었나 봐요.” 유리창의 글씨 하나가 흐려졌다. 소라는 그 모습을 기록했다. 뒤에서 현정이 전화를 받았다. 관리원 전산실 직원의 연락이었다. “봉산이라는 말이 직책이었어요?” 현정이 묻더니 표정이 굳었다. 전화를 끊고 그가 설명했다. “2010년 시스템 구축 당시의 약어랍니다. '보상금 산정'. 두 글자를 줄여서 봉산이라고 불렀대요.” “그럼 사람은 누구죠?” “이상한 건 그거예요. 담당자 항목이 모두 삭제돼 있어요. 대신 작업 시작 시각과 끝 시각이 남았는데…” 현정은 화면을 보여 주었다. [작업 시작: 2010-11-17 15:17] [작업 종료: 미등록] 십오 년 동안 끝나지 않은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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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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