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수의 책상은 남아 있었다.
중앙기록관리원 기록실의 가장 안쪽, 다른 사무용 가구와 색이 조금 다른 낡은 철제 책상이었다. 서랍 손잡이는 닳아 반짝였고, 연필꽂이에는 잉크가 굳은 만년필이 꽂혀 있었다. 책상 위 이름표는 치웠지만, 아래쪽 서랍에 붙은 자산 관리 스티커에는 그의 성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현정은 함부로 서랍을 열지 않았다. 시설 관리 책임자와 두 명의 입회자를 불렀고, 원래 목록표에 기재된 항목을 먼저 읽었다. 영수증 봉투, 2010년 보상금 지급 대장, 반송 사유별 분류표. 세 가지였다.
우빈은 이름에 걸렸다.
“차문수 씨가 돌아가신 뒤에도 이 책상을 쓰는 사람이 있었나요?”
“업무용 공간이니까 다른 사람이 썼을 수도 있어요.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록을 버리지는 않죠.”
“죽은 사람 이름으로 누가 출근한 건지 알아내야 해요.”
“그건 맞아요. 다만 차 선배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는 별도로 봐야 해요.”
서랍이 열리자 누런 봉투가 드러났다. 봉투 안에는 '지급되지 않은 보상금'이라고 쓰인 표지가 있었다.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금이 보류된 이유와 처리 상태를 묶은 자료였다. 우빈은 첫 장부터 이상함을 알아챘다.
[대상자: 구 서람 물품창고 사고 관계인]
[지급 결정일: 1998-09-04]
[실지급액: 0원]
[보관 종료 예정일: 미정]
다음 페이지에는 손으로 적은 통지 시도가 세 줄 있었다. 첫 번째 편지는 폐쇄된 기숙사로 보내졌고, 두 번째 편지는 이사 가기 전 주소로 향했다. 세 번째는 발송일만 남아 있었다. 수신인을 제대로 찾기 위해 전화하거나 다른 경로를 확인한 기록은 보이지 않았다.
소라는 그 페이지를 오래 들여다봤다. 주소 하나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연락 불가'라고 선언해도 되는 걸까. 어머니가 실종되어 있던 시절, 그 이름을 찾던 사람들과 끝내 확인하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이걸 근거로 모든 노력까지 없었다고 말할 순 없어요.” 현정이 말했다. “다른 연락 기록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 장만으로 충분히 찾았다고 할 수도 없겠죠.”
“결정은 했는데 한 번도 안 줬네요.”
소라가 금액 옆을 가리켰다.
“그런데 여기 별도 항목으로 관리 수수료가 매년 잡혔어요.”
우빈은 한동안 숫자들을 훑었다. 보상금 1,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기록 아래에는 지급 보류 사유가 있었다. '연락 불가'. 그런데 그 밑에는 매년 11월만 되면 수수료가 붙었다. 수수료 항목은 본래의 보상금을 깎지 않았다. 따로 누군가에게 청구되는 항목이었다.
“이건 무슨 돈이에요?”
현정은 머리를 흔들었다.
“실제 지출이 있었는지 회계 원장을 봐야 해요. 이 종이는 청구 내역일 뿐이에요.”
그때 종이의 모서리에서 검은 잉크가 번졌다. 작은 계산기 버튼이 자라나더니 장부에 붙었다. 화면에는 0이 떴다가, 소라가 손을 떼자 숫자가 바뀌었다.
[보상금 미지급 1일 경과]
[보관 수수료 발생]
“손대지 마세요!” 우빈이 외쳤다.
소라는 바로 물러났다. 계산기 버튼이 한 번 더 튀어나와 손이 닿지 않은 빈 공간을 눌렀다.
딸깍.
[보관 수수료 발생]
미결이 낮게 말했다.
“지급하지 않는 상태 자체를 수익으로 등록한 장치입니다.”
“그럼 원래 돈을 줬어야 하는 사람에게 계속 연락하지 않았겠네요.”
“누군가에게 그럴 유인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고의였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우빈은 그 말을 기억했다. 처음 금고를 발견했을 때 그는 빚을 지우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정반대였다. 지급해야 할 돈을 끝없이 남겨 놓는 것으로 이득을 얻는 구조였다.
현정이 목록에서 연락처 하나를 찾았다. 지급 대상자 중에는 김소라의 어머니 이정민의 이름도 있었다. '1998년 구조 협조에 관한 보상'이었다. 당시 실종 기록이 남았다는 이유로 지급이 보류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셨는데.” 소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금도 이게 미지급으로 적혀 있다는 거죠?”
현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으로 지금 지급 대상자라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정정 절차를 시작할 단서는 됩니다.”
소라는 휴대전화에 어머니의 번호를 띄웠다가 통화를 걸지 않았다. 이정민이 오랫동안 자신을 찾아다닌 사람들에게까지 다시 증명해야 하는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상황을 정확히 설명할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장부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빈칸 사이에서 검은 종이 손가락이 자라났다. 그것은 소라의 휴대전화 화면에 비친 이정민의 이름을 짚었다.
[생존 확인 시 보관 종료]
[종료 수수료: 미수령 금액의 100%]
“말도 안 돼.” 소라가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면 지급받을 돈은 남아도 끝나지 않는 거네요.” 우빈이 말했다.
“지급을 미룰 때도 받고, 지급할 때도 받아요.”
그들은 증거 사진을 촬영하고 종이를 봉투에 다시 넣었다. 소라는 책상 밖으로 나왔을 때야 손을 떨었다. 우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옆에 섰다.
“엄마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먼저 전부 읽을 필요는 없겠죠. 어머니가 무엇부터 알고 싶은지 여쭤보세요.”
소라는 고개를 들었다.
그때 회의실 쪽에서 낡은 전화벨이 울렸다. 입회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았다. 중앙 안내 방송이 켜지더니 지나치게 정중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급 대상자의 생존이 확인되었습니다. 보관 종료를 위한 희생자를 지정해 주십시오.”
우빈이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돌아온 게 왜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이어져야 합니까?”
방송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복도에 붙은 지도에서 출구 표시 하나가 사라졌다. 장부를 넣은 봉투에 새로운 명단이 생겨났다.
[보관 종료 수수료 정산 후보]
[김소라]
[이정민]
[박현정]
현정은 출입문 대신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돌아봤다. 세 사람 가운데 누구에게도 그 수수료를 대신 낼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복도 맨 끝에서 누군가가 동전을 세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11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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