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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11화
PAYLUA ORIGINAL · 제111화

111화. 지하에서 울리는 전화

빚을 먹는 금고 · 3,020자

오프라인 책장
중앙기록관리원 지하에서는 전화가 울리지 않았다. 그 건물의 내선 전화는 십 년 전에 디지털 교환기로 바뀌었다. 검은 수화기와 둥근 다이얼이 붙은 전화기는 직원 교육용 전시함에 한 대 남아 있을 뿐이었다. 박현정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매년 설비 목록을 대조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두 시에 지하 보존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을 때, 현정은 발소리를 멈췄다. 따르릉. 전시함의 유리에는 '1997년 폐기 예정 통신 설비'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전화기는 유리 안에 없었다. 그 대신 낡은 접수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제1보관관 / 부재 중 통화 연결] [수신자가 응답하지 않으면 근무 중으로 간주] 현정은 경비실에 연락해 입회자를 요청했다. 혼자 수화기를 들었다가 무슨 일이 생겨도 그것을 설명할 증인은 남지 않는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그런 종류의 함정을 충분히 보았다. 전화벨은 세 번 울리고 멈췄다. 잠시 뒤 지하의 자동 출입문이 열리며 청소 노동자 오기남이 들어왔다. 야간 청소를 맡은 사람으로, 삼십 년 가까이 같은 건물을 드나들었다. “선생님, 여기 계셨어요? 이상한 게 있어요.” 기남이 밀고 온 청소 카트에는 두 장의 영수증이 붙어 있었다. 하나는 어제 지급받은 청소용 장갑의 인수증이었다. 다른 하나는 누렇게 바랜 종이였다. [보관 부재 확인 수수료: 18,000원] [부담자: 야간 최초 입실자] “제가 뭘 보관했다고 이걸 내래요?” “지금은 아무것도 서명하지 마세요. 먼저 사진을 남기겠습니다.” 현정은 접수 시간과 장소를 적었다. 기남은 어젯밤 카트에 붙여 놓은 물건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종이의 날짜는 2010년 11월 17일로 되어 있었다. 현정의 머릿속에서 우빈이 보여 준 서류의 숫자가 겹쳤다. 316명의 자동 청구를 정지시킨 기록, 원본 00, 그리고 제1보관관. 하나같이 오래전 물품창고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아저씨, 오늘 평소와 다른 일을 하신 게 있나요?” “문을 열어 줬죠.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사람이 내려서요.”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얼굴이 기억이 안 나요. 회색 작업복에 출입증을 달고 있었어요. 출입증 이름 칸이 비어 있었고.” 현정은 질문을 멈췄다. 그는 기남이 겁에 질려 기억을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신 복도 방범 카메라의 정상 작동 여부부터 확인했다. 관제 담당자는 새벽 1시 47분 영상 중 정확히 팔 초가 저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시간에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영상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기남은 카트에서 장갑을 꺼내며 잠깐 망설였다. 그는 처음 이 건물에 들어왔을 때부터 기록실 사람들을 봐 왔다. 신입 직원이 길을 잃으면 먼저 안내했고, 바닥에 떨어진 문서가 젖지 않도록 청소를 미뤄 둔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영수증에는 이런 일이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다. 오직 그가 방에 먼저 들어왔다는 사실 하나만 있었다. “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기남이 중얼거렸다. “누가 오기 전에 불 켜 놓는 것도 일이고, 누가 넘어지지 않도록 물기 닦는 것도 일인데.” 현정은 그 말을 소리 없이 적었다. 나중에 장부가 노동 시간을 따지기 시작한다면, 숫자 바깥에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싶었다. 오전 다섯 시, 우빈과 소라가 관리원에 도착했다. 현정은 그들을 보존실이 아니라 지상 회의실로 안내했다. 지하 자료는 출입 기록을 남긴 뒤에 확인하자고 했다. “전화를 받았습니까?” 우빈이 물었다. “안 받았어요. 누가 설치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고요.” 우빈은 잠깐 안도했다. 금고는 사람이 가장 불안해할 때 대답을 강요했다. 수화기를 드는 행위를 '업무 승계'로 꾸밀 가능성이 있었다. 소라가 영수증을 확대했다. “여기요. 수수료를 받은 계좌가 안 나와 있어요. 대신 관리 주체가 ‘계속 보관’이라고만 적혔네요.” “그럼 돈은 어디로 갔다는 거죠?” “정상적인 회계 기록인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종이 한 장으로 돈이 이동했다고 믿으면, 우리가 이 장치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때 지하에 있던 기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현정의 얼굴이 굳었다. 기남은 회의실에 함께 올라와 있었다. 벨소리는 주머니에서 나지 않았다. 청소 카트에 달린 오래된 유선전화 그림에서 울리고 있었다. 따르릉. 미결이 우빈의 그림자 옆에 희미하게 나타났다. 지난 정산 이후 그는 벽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했다. 목소리도 한층 약해져 있었다. “통화가 아니라 직무 배정 요청입니다.” “받지 않으면요?” “부재를 동의로 계산합니다.” “거절해도요?” “거절은 유효합니다. 다만 현재 장치가 거절 기록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그 모순을 듣고 우빈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원하지 않는 일을 시키면서 거절할 길부터 없애 놓았다. 현정은 회의실의 일반 전화기로 경비실에 연결해 지하 출입을 잠시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증거 보존과 직원 안전을 이유로 적절한 절차를 밟았다. 동시에 기남에게 오늘 작업을 중지할지 스스로 결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안 할랍니다.” 기남이 말했다. “없는 사람 자리를 지키는 건 내 일이 아니에요.” 그 말이 끝나자 카트에서 울리던 전화벨이 멈췄다. 하지만 지하 출입 기록 프린터는 종이 한 장을 뱉었다. [제1보관관 대행자 지정 실패] [대체 후보: 박현정] [사유: 기록 보존 의무 보유] 우빈이 현정을 보았다. 그녀는 놀랐지만 종이를 숨기지 않았다. “제가 이 건물의 자료를 보존하는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제 것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알아요.” 우빈이 말했다. “그래서 더 위험한 거겠죠.” 현정은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지하에 내려가죠. 그런데 이번에는 제 이름을 보호하려고 자료를 없애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출입 신청서의 방문 목적 칸에 이렇게 적었다. ‘수수료 청구 근거의 보존 및 검증.’ 맨 마지막 줄에는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현정이 쓴 문장이 아니었다. [방문자 3명 / 제1보관관 후보 3명] 사람을 셋이서 데려왔다는 사실마저, 금고는 세 명의 새 보관인이 도착했다고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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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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