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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108화
PAYLUA ORIGINAL · 제108화

108화. 서명보다 오래된 이름

빚을 먹는 금고 · 2,927자

오프라인 책장
폐기 전산실은 두꺼운 방화문 뒤에 있었다. 정식 관리인이 문을 열자 낡은 컴퓨터 본체와 자석테이프 보관장이 보였다. 현정이 요청한 보존 입회인이 기록을 남기는 동안 우빈은 전산실 안쪽을 살폈다. 창고의 다른 물건들은 먼지를 뒤집어썼지만, 맨 아래 서랍 하나에는 손자국이 선명했다. “누군가 최근에 열어 봤네요.” 관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자산 목록 확인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어느 업체인지는 명부를 봐야 합니다.” 현정은 서랍의 상태를 촬영하고 입회인에게 확인을 구했다. 안에는 마른 녹음테이프들과 오래된 데이터 출력물이 있었다. 자료를 즉석에서 실행하지 않고 목록만 정리했다. 한 장에는 잉크가 거의 지워진 표가 남아 있었다. [1998년 / 미확인 물품 반환] [수량: 1 / 인계처: 수익자관리실] [수익자 등록: 보류] 그 다음 줄에 다른 시기 출력된 듯한 새로운 글자가 붙어 있었다. [2010년 / 보류 해제] [후손 수령인 자동 대체] “이거야.” 우빈이 속삭였다. 1998년 문서에는 자신의 이름이 없었다. 물건의 최종 수익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누군가 아무도 받지 않은 물건을 '보류'라는 이유로 오래 붙들고 있다가, 열두 해 뒤 존재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지시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소라가 한쪽에서 기록을 더 살폈다. “보류를 해제한 날짜가 나와요. 2010년 11월 17일. 이날 위탁 관리회사가 바뀐 기록이 있어요.” “그 회사가 이름을 적었나요?” “등록 시점은 겹치지만 확인이 필요해요.” 현정은 1998년 표의 머리글과 2010년 표의 인쇄 상태를 비교했다. 앞쪽은 점이 고르지 않은 오래된 도트 프린터 출력물처럼 보였고, 뒤쪽은 글자 가장자리가 정교했다. 한 장에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문서라 생각하기 쉬웠다. 우빈은 아버지가 기계 부품을 고칠 때 새 나사와 낡은 나사의 마모 정도를 늘 비교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누군가 옛 종이 옆에 새 종이를 덧붙이면 과거가 바뀐 것처럼 보이겠죠.” “맞아요. 그래서 원본 보존이 중요해요.” 현정이 말했다. “보이는 것과 증명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있거든요.” 소라는 또 다른 서류를 발견했다. 위탁 관리회사의 이름이 지워진 신청서였다. 수수료 산정 방식에는 작은 문장이 있었다. '미확정 권리의 관리 기간에 비례하여 정액 수수료 지급.' 돈을 더 오래 보관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가 나가는 구조였다. “이러면 누가 수령인을 찾아주겠어요?” 우빈은 서류에 적힌 계산 예시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불어났지만, 누구에게 왜 비용이 청구되는지는 없었다. 여기에 후손의 이름을 연결하면 비용의 주인 없는 부분까지 새로운 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미수령을 해결할 생각이 없었나 봐요.” 우빈이 중얼거렸다. 미결이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결되면 계약이 종료됩니다. 일부 운영자는 종료를 손실로 정의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고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우빈은 기계에서 나는 소리가 전기 모터의 떨림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이 종이를 넘기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산실의 형광등이 한 번 깜박였다. 서랍 아래에서 작은 바퀴 소리가 났다. 우빈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낡은 기계 캐비닛이 움직이더니 복도를 가로막았다. 기계 표면에 하얀 글씨가 나타났다. [반환 수령인 확인] [인명 대체 성공 시 관리 권한 자동 종료] “끝내는 방법까지 알려 주네요.” 우빈이 말했다. “아뇨.” 소라가 기계의 하단 문구를 읽었다. “조건을 좀 보세요.” [대체 실패 시 316명에게 책임 배분] 기계의 문이 벌어졌다. 안쪽에서는 작은 이름표들이 층층이 매달려 있었다. 모든 이름표에는 다른 이름이 있었고, 파란 실 끝이 금고처럼 생긴 검은 구멍으로 들어가 있었다. 한 이름표가 눈앞으로 날아왔다. 이명숙의 이름이었다. 우빈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소라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걸 잡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모르겠어요.” “그럼 먼저 물어야죠.” 우빈이 손을 거두자 기계가 대답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 수령하면 후손 연결이 종료됩니다.” 우빈의 머릿속이 뜨거워졌다. 어머니 이름을 내려놓기만 하면 316명에게 갈 위험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금고가 처음 가족의 빚을 지워 준 날과 무엇이 다를까. “난 우리 엄마를 대신해서 받겠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가족을 방치하시겠습니까?” “그런 말로 날 몰아가지 마.” 기계에서 붉은 실이 쏟아졌다. 실은 바닥을 미끄러져 우빈의 발목을 감았다. 기계가 딸깍거리며 이름표를 끌어당겼다. 그때 소라가 우빈의 어깨를 잡았다. “지금 여기서 우리 둘 다 떨어져 나와야 해요.” 두 사람은 급히 문 쪽으로 움직였다. 바깥에 있던 관리인과 입회인이 문을 열고 퇴로를 확보했다. 미결은 금속 바닥의 글자를 읽으며 소리쳤다. “수령인 미지정은 결함이 아닙니다. 당시 문서의 원래 상태입니다.” 기계가 잠깐 멎었다. 현정이 보존 목록을 들어 올렸다. “1998년 출력물에는 수령인이 없어요. 2010년 기록과 섞을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시기의 기록입니다.” 이명숙의 이름표가 앞으로 흔들리다가 정지했다. 그러나 기계는 다른 글자를 띄웠다. [최종 대체 승인 요청 / 현재 명의 연결자: 정우빈] 그 순간 우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버지 정태수였다. “우빈아, 나 지금 집에 들어왔는데, 네 엄마가 없어.” “어디 가신대요?” “모르겠어. 전화는 여기 두고 나갔어. 식탁에 쪽지 하나만 있어.” 우빈의 숨이 막혔다. “뭐라고요?” 아버지가 종이를 읽었다. '내 이름은 내가 확인하러 갈게. 아들에게 대신하라고 하지 마.' 전산실 시계가 저 혼자 움직여 오후 세 시 십칠 분을 향했다. 우빈은 금고가 만든 선택을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이미 자기 이름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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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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