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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96화
PAYLUA ORIGINAL · 제96화

96화. 창고의 화재 경보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558자

오프라인 책장
금속판이 실린 택배차는 이미 고속도로를 벗어나 있었다. 주영은 운송업체에 정정 요청을 넣었다. 미연이 직접 접수 내용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신청 당시의 송장과 인증 로그가 필요했다. 가은은 운송업체의 보안 담당자와 연락해 운전자에게 임의 정차를 요구하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로 배송을 보류시켰다. 그런데 처리소 담당자가 보내 온 사진에는 봉투가 두 개 있었다. 송장 번호는 같고, 봉인 테이프의 위치만 달랐다. “둘 중 하나가 가짜입니까?” 현우가 물었다. “그럴 수 있어요.” 가은이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하나가 진짜인지도 아직 몰라요. 사진만 보고 선택하면 누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보존 직원이 현장에 가서 두 봉투를 확인했다. 하나는 미연의 가게에서 쓴 낡은 포장지, 다른 하나는 최근 규격의 새 봉투였다. 새 봉투의 송장은 진품과 동일했지만, 접수 시간대가 6분 늦었다. 주영이 관제 기록을 보며 중얼거렸다. “여섯 분. 누군가 운송 내역을 복제할 시간을 벌었군요.” 그때 현우의 휴대전화에 처음 보는 알림이 나타났다. [현장 조사 종료 권고] [대상: 이현우] [사유: 보호 절차 외부 간섭] 현우는 알림을 눌러 보지 않았다. 가짜 링크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화면을 캡처해 가은에게 보냈다. 가은은 발신 서버 정보와 수신된 절차 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02가 왜 지금 제게 경고를 보내죠?” “미연 씨의 증언이 현재의 사건과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추정입니다.” *** 현우는 잠깐 하린의 전화를 받았다. 하린은 학교에서 동아리 친구들과 만든 종이 모형을 보여 주었다. 작은 집의 지붕을 들자 방마다 책상이 놓여 있었다. “건물 안에 누가 있는지 다 보여 주는 집이야.” “집에는 문도 있어야지.” “있지. 그런데 문은 내가 열 수 있게 만들었어. 누가 바깥에서 잠그면 못 나오는 집은 싫어.” 현우는 웃으려다 울컥했다. 자기가 조사하고 있는 사건의 복잡한 규칙들을 아이는 이렇게 간단하게 말했다. 들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나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사이에 누군가의 허락을 빌려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빠, 모형 다 만들면 보여 줄게.” “꼭 보여 줘.” 통화가 끊긴 뒤 창고 경보 연락이 왔다. 현우는 첫걸음을 급히 떼었다가 차분히 연락처를 눌렀다. 하린과 했던 대화가 아직 손끝에 남아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시립 재난자료 창고에 화재 경보가 울렸다. 건물 안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비상 출구로 나왔다. 소방대가 안전을 확인하기 전까지 누구도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현우는 신고를 듣고 창고로 달려갈 뻔했다. 그러다 하린이 아침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급히 떠나는 사람은 늘 자신이 없으면 일이 무너질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가은에게 현장 상황을 묻고, 접근 가능한 외부 인계소에서 기다렸다. 경보는 실제 화재가 아니었다. 오래된 저장실 온도 센서가 과열을 감지했지만, 현장 온도는 정상 범위였다. 점검 기사는 센서 안에 들어 있던 작은 통신 모듈을 보여 주었다. “이건 원래 부품이 아닙니다. 최근에 교체된 겁니다.” 모듈에는 시청의 정비 물품 목록과 같은 제조 번호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정비 지시서에는 그런 장치의 교체 이력이 없었다. 나경은 창고 밖에 서 있던 직원의 말을 받아 적었다. “경보가 울리기 직전에 보관실 컴퓨터가 화면을 껐다 켰어요. 그러더니 오래된 물품이 전부 일괄 폐기 예정으로 떠 있었죠.” 창고 보관 목록에는 수문 대피소의 문턱 도면과 파란 운동화, 서림의 수첩 복제본이 한꺼번에 들어 있었다. 모두 같은 사건의 자료였다. 주영이 말했다. “물건을 태우려는 게 아니라, 잠깐 비운 사이 인계 번호를 바꾸려 했을 수도 있어요.” *** 현장에서 수거한 모듈의 기록을 비교하자 운송 송장 복제와 같은 시각에 외부 접속이 있었다. 02 운영팀의 자동 처리 서버에서 정상 업무용 계정을 호출한 흔적이었다. 주영은 접속 출처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남겨 두었다. 인증 기록이 있다고 해서 실제 조작자를 곧바로 특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연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제 가게 앞에 낯선 사람이 와 있어요.” 가은은 근처 관할 경찰서의 협조를 요청하고, 미연에게 문을 잠근 채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뒤 미연이 다시 말했다. “그 사람은 물건을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제가 잃어버린 신발이라고.” 현우는 숨을 멈췄다. “파란 운동화요?” “네. 반대쪽 짝이에요. 신발 안에 종이도 한 장 있다고…” “그 사람이 현관 앞에 그대로 있나요?” 가은이 물었다. “아니요. 제가 신고했다고 말하자 돌아갔어요. 상자만 놓고.” 가은은 그 상자를 임의로 열지 말라고 했다. 잠시 뒤 출동한 경찰이 상자를 수거했다. 안에는 운동화 한 짝과 폴라로이드 사진이 있었다. 사진에는 비가 그친 대피소 앞에서 웃는 아이 세 명이 찍혀 있었다. 현우는 그중 한 아이를 알아보았다. 다섯 살 무렵의 자신이었다. 그 옆에서 파란 운동화를 신은 아이는 얼굴 부분만 정교하게 잘려 나가 있었다. 그리고 사진 뒷면에 최근 잉크로 찍힌 글씨가 있었다. '원본의 마지막 목격자에게. 아직 48시간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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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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