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는 새벽 세 시 십이 분에 도착한 문자를 세 번 읽었다.
'나는 그날 문 안에서 두 번 두드렸던 아이가 아니야.'
문자에 쓰인 표현이 이상했다. 스무 해 전 서람초 수문 대피소에 갇힌 아이는 구조됐고, 자신은 복도에서 기다렸다. 그 이야기를 되풀이한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안에서 두 번 두드렸다는 증언은 공식 기록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 구조 요청은 한 번의 타격으로 시작했다고 되어 있었다.
현우는 불을 켰다. 책상 위 종이배에 비치는 그림자가 선명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그림자가 끊어지는 것을 보고 있던 그였다. 휴대전화의 화면이 꺼지자 방 안은 평범하게 어두워졌다.
그 사실이 오히려 불안했다. 이제 위험은 이름 위에 표시되지 않았다.
그는 문자를 가은에게 전달하면서 '답장은 아직 안 함'이라고 덧붙였다. 가은의 답은 다섯 분 뒤 도착했다.
'잘했어요. 보낸 사람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전에, 왜 이 표현을 썼는지부터 확인해요.'
아침 일곱 시, 현우는 하린과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약속했던 아침 식사였다. 하린은 달걀말이를 한 조각 먹고 그를 올려다봤다.
“오빠, 밤에 안 잤지?”
“티 나?”
“물컵이 두 개야. 잠 안 오면 물을 계속 마시잖아.”
현우는 둘째 컵을 치웠다.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기뻐하던 밤이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또 어디론가 뛰어나가면, 아이는 이제 기다리는 일을 생활처럼 받아들일지도 몰랐다.
“오늘은 늦게 들어오지 않을게.”
“그 말을 지키려고 억지로 위험한 데 가지 마.”
현우는 달걀말이를 씹다 멈췄다. 하린은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셨다. 오래 함께 산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
서람시 기록관에서 주영은 오래된 파형 파일을 틀었다. 수문 대피소의 비상 녹음 장치가 남긴 소리였다. 첫 번째 타격 뒤, 조금 긴 정적. 그리고 짧은 두 번의 타격. 자료의 전산 표제에는 '내부 구조 신호 3회'라고 적혀 있었다.
“귀로만 들으면 세 번이죠.” 주영이 말했다. “하지만 주파수가 다릅니다. 첫 소리는 얇은 철판을 두드렸을 때 나는 울림입니다. 나머지 둘은 콘크리트 벽을 통해 전달된 낮은 소리고요.”
가은은 이어폰을 벗었다.
“녹음기가 설치된 장소는요?”
“대피소 문 위쪽. 문제는 벽 바깥으로 이어지는 배수관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겁니다.”
현우는 옛 시설 도면을 펼쳤다. 그동안 자신이 기다렸던 문만 바라봤다. 하지만 문 옆으로는 사람의 어깨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은 점검 통로가 이어져 있었다. 비가 오면 배수관의 소리가 복도 천장에서 울렸다.
“두 번은 바깥에서 들렸을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누가 쳤는지는 알 수 없죠.”
태경은 파형을 확대하다 한 장면을 가리켰다. 첫 번째 타격 직후 녹음기에는 아주 짧은 사람 목소리가 들어 있었다. 잡음 때문에 단어로 들리지 않았다. 그 뒤의 두 타격은 간격이 완벽하게 같았다.
“사람이 이렇게 정확히 두드릴 수 있습니까?”
주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연습했거나, 정해진 신호였거나.”
그때 기록관의 행정 전화가 울렸다. 접수 직원이 가은을 불렀다. 누군가 서람초 수문 대피소의 조사 기록 열람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요청서에 신청자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다.
신청 사유에는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문밖의 신호를 더는 문 안의 아이에게 돌리지 말 것.'
***
가은은 기록 공개 담당자에게 익명 신청서를 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청자 확인이 되지 않은 자료를 바로 내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글을 남긴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회신 경로는 요청서에 기입돼 있었다.
답장을 보내기 직전, 현우가 말했다.
“제가 직접 만나겠다고 하면 안 됩니까?”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먼저 그 사람이 만나고 싶어 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가은은 질문을 짧게 적었다. '신호의 출처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대면, 서면, 익명 진술 중 편한 방법을 선택해 주세요. 어떤 방식도 원하지 않으면 연락을 중단하겠습니다.'
현우는 그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 문 앞에 섰던 아이는 누가 문을 두드리면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고 믿었다. 오늘의 자신은 대답할 시간을 남겨 둘 수 있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현우는 자료실 서가 사이를 걸었다. 작은 게시판에는 미아 방지 안내문과 오래된 재난 대피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포스터 한 장은 문이 닫혔을 때 가장 가까운 어른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 어린 현우는 그 말대로 했던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기억 속에는 늘 자신이 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정작 도움을 청한 장면은 흐릿했다.
가은이 그를 발견하고 물었다.
“무슨 생각 해요?”
“제가 그때 모든 걸 혼자 결정한 것처럼 기억하고 있었어요. 사실은 누가 제 말을 들었는지도 모르면서요.”
“기억에 구멍이 있다고 나머지까지 거짓은 아닙니다. 구멍은 구멍대로 표시해 두면 돼요.”
현우는 수첩 한쪽에 '직접 기억'과 '나중에 들음'이라는 두 칸을 만들었다. 익명의 발신자가 누구든, 이번에는 그 구분부터 지키려고 했다.
점심 무렵 답장이 왔다.
'대면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그날의 세 번째 소리를 지우세요.'
가은은 '세 번째 소리'라는 표현에 밑줄을 그었다.
“세 번의 소리가 아니라 세 번째 소리라고 했어요.”
그때 주영이 새로 정리한 파형을 화면에 띄웠다. 세 번째 타격 직후 아주 미세한 클릭음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내린 소리였다.
주영은 오래된 비상 설비 목록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자동 녹음 장치보다 더 오래된 수동 경보 절차가 있었다.
'외부 차수판 점검 신호: 동일 간격 2회.'
현우는 두 번의 울림을 다시 들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믿었던 구조 신호가 실은 누군가의 작업 중지 경고였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같은 간격의 두 번 두드림이 현우의 현관문에서 들렸다.
제9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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