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람시의 일곱 점은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 있는 것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지도 위에서 북쪽 점이 꺼지면 남쪽 점이 밝아지고, 두 점 사이에 흐린 물길이 나타났다. 실제 하천 지도와는 맞지 않는 선이었다.
주영은 모니터와 종이 지도를 나란히 놓았다.
“이건 수문 일곱 개의 위치도가 아닙니다. 기록이 끊긴 일곱 곳을 수문으로 비유한 접속망이에요. 실제 시설과 연결된 곳은 그중 일부뿐입니다.”
가은은 공공시설 담당자들에게 지도를 무작정 보내지 않았다. 근거 없는 경고가 시민들을 움직이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다. 대신 실제 센서 이상이 확인된 시설은 별도로 점검하고, 미연결 기록의 명단은 외부와 분리해 검증하도록 했다.
현우는 붉은 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름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지도에서 빈칸이 된 마을, 역, 병원, 작은 쉼터가 있었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은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빈칸이 생기자 02는 그 사람들을 한꺼번에 '회수'하겠다고 했다.
“빈칸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겠죠.” 현우가 말했다.
나경은 수첩을 덮었다.
“기사 제목으로 쓰면 쉽겠네요. '일곱 지역 실종 위기'. 근데 어느 지역인지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내보내면 사람들이 찾아갈 겁니다.”
“어디까지 기사로 쓸 건가요?” 가은이 물었다.
“실제 펌프장 사고와 신원 도용 시도만요. 시설 위험 정보는 담당 기관 발표를 확인하고요. 기록의 빈칸은 아직 취재 중이라고 쓰겠습니다.”
누군가 도착하지 못한 곳에 독자가 몰려드는 것이 구조가 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 나경은 지난 사건에서 그 사실을 배웠다.
***
02는 심사 화면에 선택지 두 개를 띄웠다.
[선택 A: 미연결 구역 7개 기록 일괄 회수]
[선택 B: 기존 원본 연결 유지 / 18일 후 자동 소멸]
현우는 화면을 보자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언제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전부 가져가거나 전부 잃거나. 그는 화면 아래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선택 보류 시: 외부 검증 경로 허용]
“보류가 있네요.”
02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압니다. 다만 지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이름을 넘길 이유는 없어요.”
'기한이 끝나면 그들을 지킬 수 있습니까?'
“보장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오늘 당신에게 넘기는 게 안전하다고도 할 수 없죠.”
현우는 가은을 바라봤다. 가은은 화면 대신 일곱 구역의 관할 기관에 연락할 수 있는 목록을 만들고 있었다. 주민이 남긴 복사 기록, 지역 사회의 기억, 서로 다른 증인의 확인이 실마리가 될 수 있었다.
“다 해결하려면 열여덟 날은 짧지 않나요?” 하린이 물었다.
“짧지.” 현우가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하나만 찾아보면 안 돼요?”
일행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일곱 구역을 한 번에 구하려는 계획보다, 실제로 연락할 수 있는 한 곳을 찾는 일이 먼저일 수도 있었다.
***
그날 시청 임시 창구에는 과거의 지도를 들고 찾아온 시민 세 사람이 있었다. 한 노인은 젊은 시절 버스를 몰던 노선도를 가지고 왔다. 연필로 표시된 정류장들은 현재 지도보다 촘촘했다. 다른 한 사람은 오래된 병원 진료 카드의 뒷면을 보여 주었다. 이름은 지워져 있었지만 진료 날짜와 의사의 서명은 남아 있었다.
세 번째 사람은 두꺼운 장바구니에 작은 수첩 수십 권을 넣어 왔다. 식당을 운영했던 여자였다.
“손님 이름은 안 적었어요. 외상값이 아니라 반찬 주문을 기록한 거니까. 그래도 누가 얼마나 매운 음식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요.”
수첩에는 '오후 두 시, 고춧가루 빼고', '비 오면 장화를 신는 아저씨', '꼬마 손님 두부 많이'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법적으로 사람을 증명할 신원 자료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도에서 지워진 자리에 밥을 먹던 사람과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단서는 될 수 있었다.
나경은 그 수첩을 기사 사진으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상관없어요. 다만 누가 여기 산 적 없다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말해 줘요.”
현우는 그 부탁을 받아 적었다. 누군가의 삶은 관리자에게 선택받아야만 남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있었던 일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기는 것만으로도 빈칸을 메울 길이 조금은 넓어졌다.
첫 번째 점은 오래전 버스 종점이었다. 노선은 폐지됐지만 정류장 기둥은 남아 있었다. 관할 구청과 안전 점검을 마친 후, 가은은 나경과 함께 그곳에 갔다. 버스 종점 근처에는 작은 문구점이 있었다. 주인은 오십 대 여자였고, 서람시 기록 오류에 관한 보도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여기 원래 버스가 다녔어요. 지도에는 언제 없어졌는지 안 나와 있더라고.”
“그 노선과 관련된 자료가 남았을까요?”
“시간표가 한 장 있어요. 애들한테 종이배 접는 법 알려 주던 선생님이 붙여 둔 거.”
주인은 문구점 뒤편 서랍에서 색이 바랜 광고지를 꺼냈다. 광고지의 절반은 버스 시간표였고 나머지 절반은 아이 손글씨였다.
'종점에서 내리는 아이 이름을 묻지 마세요.'
'돌아갈 길이 있는지만 물어봐 주세요.'
가은은 지도를 다시 확인했다. 종점에서 이어지는 작은 길이 '00번 우편함'이 표시된 위치로 향했다. 하지만 실제 도로명 주소는 없었다. 그 길은 오래전에 폐쇄된 시설 부지 안쪽에서 끝났다.
“누군가 우편함을 만들어 놓고 스무 해 동안 지켰을까요?” 나경이 물었다.
주인은 한참 생각하다 대답했다.
“어떤 할아버지가 매일 그쪽으로 걷는 건 봤어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편지를 부친 건 못 봤고요. 가방에 늘 노란 우산을 꽂아 두었어요.”
노란 우산.
가은은 정연실이 말했던 문 밖 아이들의 물건 목록에 노란 우산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오른쪽 출석부에는 우산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색까지 알 수는 없었다.
***
같은 시간 서람시청에서는 갑자기 전기가 한 차례 깜빡였다. 건물의 실제 비상 전원은 정상 작동했지만 제0분기 화면에만 흰 소음이 일었다.
[임시 관리자 02가 기록 검증 담당자를 변경했습니다]
[새 담당자: 이현우]
현우는 허탈하게 웃었다. 현우에게 권한이 없다는 사실은 여러 번 확인됐다. 그런데도 자기 이름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전산 권한을 빌린 겁니까?”
주영이 접속 기록을 확대했다.
“그런데 이건 이상해요. 명령은 02가 시작했지만 서명 파일은 보류된 계정이 아닙니다. 실제 외부에서 누군가 들어왔어요.”
“누군데요?”
“아직 몰라요. 단 하나 분명한 건, 상대가 '00번 우편함'에 접근했던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마지막 남은 화면 한쪽에서 지도가 뒤집혔다. 일곱 점이 일직선으로 늘어섰고 맨 아래에 작은 주소 칸이 생겼다.
[제0구역 외부 연락소 / 우편함 00]
[우편물 수거 예정: 내일 오전 6시]
현우는 빈칸에 누군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주소를 발견했다고 해서 혼자 그곳으로 달려갈 이유는 없었다.
그는 가은에게 말했다.
“내일은 사람이 있는지부터 확인합시다. 우편함이 있다고 해서 편지 주인이 거기 있다는 뜻은 아니니까.”
제6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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