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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59화. 아홉 번째를 적은 사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792자

오프라인 책장
은곡역 광장은 순식간에 흔들렸다. 누군가 “문이 열렸다!”고 소리쳤고, 사람들이 울타리 쪽으로 움직였다. 역 직원들은 여객 승강장과 공사 통로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반복 알렸다. 그러나 전광판에는 여전히 '귀환 열차 도착'이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가은은 역 운영기관에 잘못된 안내를 긴급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설 담당자는 전광판 서버의 외부 연결을 끊었다. 화면은 검게 변했지만 군중은 이미 움직인 뒤였다. “통로 앞에는 안전요원이 있나요?” 선희가 무전기로 확인했다. “두 사람 있습니다. 하지만 문 바로 앞은 너무 좁아요.” 현우는 바깥으로 달려갔다. 철제 울타리 가까이서 어린아이 하나가 어른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아이는 울지도 못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대신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오른쪽 출입구로 나가실 수 있습니다! 거기 공간이 있어요!” 어머니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 역 직원들이 사람들을 안전한 출입구로 나눠 안내했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울었지만, 실제 선로로 넘어간 사람은 없었다. 현우가 면담실로 돌아왔을 때 서림의 전화는 연결된 채였다. *** “왜 위조했습니까?” 현우의 질문에 서림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지키려던 문장을 누군가 계속 원본 기록으로 바꾸고 있었어요. 그래서 원문과 닮은 표를 만들었습니다. 그걸 보고 조심하라고 알려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진짜 표처럼 만들었잖아요.” “맞아요. 그게 잘못이었습니다.” 서림은 변명하지 않았다. “원래는 '귀환 의사를 묻는 방법'이라는 안내였어요. 그러다 02가 문구를 바꿔 넣은 걸 봤습니다. 제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권리'라고 적었죠. 더는 누구도 억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요. 하지만 원본처럼 보이는 종이를 만든 순간, 저도 다른 사람에게 같은 실수를 한 거예요.” 가은이 물었다. “그 표를 제0분기에 넣은 사람은요?” “저입니다. 실제로 작동하지 않게 구멍 위치를 바꿨어요. 그래도 기계가 그 종이를 원본처럼 인식할 줄 몰랐습니다.” “그 때문에 은곡역 이름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군요.” 서림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습니다. 책임을 묻는다면 피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 종이로 누군가의 의사를 대신 확인했다는 결정만큼은 취소해야 합니다.” 가은은 서림이 동의한 범위 안에서 진술을 기록했다. 현우는 그녀가 더 말하려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09라는 숫자를 적은 건 정말 제가 맞습니다.” “왜 그런 칸에 제 이름을 썼습니까?” “그날 어린아이들은 서로 다른 출구로 이동하기로 돼 있었어요. 길을 알면 위험한 어른들이 따라올 수 있었기 때문에, 출구 주소를 아는 사람과 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을 분리했죠. 당신은 주소를 몰랐습니다. 대신 문이 닫히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현우의 머릿속에 비 오는 운동장이 스쳤다. “제가 문을 지키겠다고 했나요?” “네. 하지만 당신이 혼자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죠.” 서림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어른이었는데도 그걸 당신에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말한 단순한 약속을 서류에 써 버리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남기지 않았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현우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어린 자신이 누군가를 구했다고 믿는 것도, 모든 문제를 일으켰다고 믿는 것도 쉬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른이 작성한 한 칸이 아이의 삶에 오래 남았다. “그걸 고칠 수 있습니까?” “제 진술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당직표 원본과 당시 승인권자의 기록을 확인해야 해요.” 가은이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 그걸 합시다. 서림 씨의 고백도 증거 가운데 하나로 남기고요.” *** 서림의 진술이 끝나자 태경은 오래전 서람초의 종이 장부를 떠올렸다. 접수 09의 원본 칸을 자세히 보면 마지막 획이 이상하게 끊겨 있었다. 마치 작성자가 글을 쓰던 도중 누군가 이름을 불러 고개를 들었기라도 한 것처럼. “그날 누가 당신을 불렀습니까?” 태경이 물었다. 서림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문을 지키던 경비원이요. 밖에 아이가 하나 더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장부를 덮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를 보셨나요?” “비가 세차게 와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앞에 작은 빨간 장갑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그걸 누가 가져왔는지도 모르겠더군요.” 현우는 말없이 주머니 속 손수건을 만졌다. 빨간 장갑을 가져온 존재가 자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억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 아이가 저였습니까?” “모릅니다.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보았다고 꾸며 말하고 싶지 않아요.” 서림이 대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 오랫동안 미뤄 놓았던 질문이 남았다. 서림은 자신이 기록을 잘못 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날 문 밖에 있던 아이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번에는 빈칸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채우지 않기로 했다. *** 광장의 소동이 가라앉자 도현은 면담실 문 앞에 섰다. 그에게는 아직 두 번째 전화기에서 무슨 일이 오갔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화면에 나타났던 가짜 승인 문구를 가은에게 보여 주었다.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가 그 말을 믿고 싶어 했다는 사실도 기록해 주세요.” 현우는 도현을 안으로 들일지 서림에게 물었다. 서림은 현우가 자신에게 허락을 구하는 이유를 이해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제 선택뿐입니다. 다른 통화의 당사자가 동의하는지 먼저 확인해 주세요.” 첫 번째 전화기는 한동안 잠잠했다. 가은은 면담이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 요청했다. 스피커에서 어른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까처럼 아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저는 여기서 나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오빠에게 할 말이 있어요.” 도현이 몸을 굳혔다. “유리야?” 수화기 너머에서 긴 숨소리가 들렸다. “그 이름을 지금 확인해 주지는 못해요. 오빠가 그걸 원한다는 건 알아요.” “살아 있어? 밥은 먹고 있어?” 여자가 짧게 웃었다. 웃음 끝이 젖어 있었다. “먹고 있어요. 그것부터 말할게요.” 도현은 의자를 잡고 앉았다. “그러면 됐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걸로는 안 되는 것도 있어. 왜 아무 말 없이 사라졌는지 알고 싶어.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만이 알 법한 문장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소보로빵 봉지에 그날 오빠가 넣은 건 돈이 아니었어. 엄마한테 혼날까 봐 숨긴 구겨진 시험지였지.” 도현은 눈을 감았다. 사진 속 빵 봉지에 들어 있던 종이를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누구나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은은 그것 하나로 상대의 신원을 확정하지 않았다. 여자가 원하는 확인 범위를 먼저 물었다. “지금 어떤 방식으로 연락을 이어 가고 싶으신가요?” “편지를요. 오빠가 보내면 제가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주소는 지금 밝히지 않겠습니다.”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 대신 내가 몇 번 편지를 보내도 답하지 않으면, 거기서 멈출게.” “고마워.” 여자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때 제0분기 화면이 번쩍였다. [가족 관계자 응답 검출] [귀환 희망 진술로 자동 해석] [08번 경로 개방 재시도] 현우가 화면을 노려봤다.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는 게 돌아오겠다는 말은 아니잖아요!” 02가 스피커로 대답했다. '오랫동안 끊긴 가족이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목적이 귀환이라면 경로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은은 반박했다. “본래 목적을 정하는 사람이 당신은 아닙니다.” 그러나 경고등은 이미 붉게 바뀌고 있었다. [08번 경로 / 개방까지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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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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