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58화
PAYLUA ORIGINAL · 제58화

58화. 열 시 십일 분의 음성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521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아홉 시 반, 은곡역 광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실종된 가족을 찾는다고 적은 종이를 든 사람도 있었고, 방송에 나온다는 '귀환 열차'를 보기 위해 온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오늘 기적을 볼 거라고 말했다. 오선희는 그 말이 가장 불안했다. 역에서 근무한 수년 동안 기차가 늦게 도착하면 승객들은 화를 냈지만,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들 돌아가라고 해야 할까요?” 가은은 광장의 안내문을 가리켰다. “돌아갈지 기다릴지는 그분들이 결정할 일이에요. 다만 없는 열차가 온다고 믿고 위험한 승강장에 들어가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역 운영기관은 공사 구간을 통제하고, 이날 실제 운행되는 열차의 시간표를 반복 안내했다. 선희는 손으로 쓴 메모를 읽으며 방송했다. '오늘 예정된 귀환 열차는 없습니다. 미확인 정보에 따라 선로로 내려가지 마십시오. 문의하실 분은 안내 창구를 이용해 주세요.' 광장 끝에서 누군가 욕설을 외쳤다. 자신들은 스무 해를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느냐는 항의였다. 선희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분노가 향하는 곳을 받아 낼 수는 있었지만 없는 열차를 만들 수는 없었다. *** 안전요원이 울타리를 살피는 사이, 대합실 한편에서는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물과 의자를 옮겼다. 실종 가족을 찾는 일과 당장 추위에 떠는 사람을 돌보는 일이 경쟁하지는 않았다. 선희가 전철로 돌아갈 계획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시 운행표를 읽어 주자, 몇몇은 자리를 떴다. 계속 기다리겠다고 한 사람들은 건물 안쪽의 의자에 앉았다. 그중 노란 모자를 쓴 노인이 현우에게 손바닥만 한 사진을 내밀었다. 그는 사진 속 남자의 이름을 읽을 수 없다고 했다. 글씨가 번진 게 아니라, 글자를 보면 그저 공백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 사진을 들고 여길 오면 이름이 돌아온다고 했는데.” 현우는 노인의 손을 살폈다. 사진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얼마나 오래 접었다 폈는지 알 것 같았다. “제가 지금 이름을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이 어디에서 찍혔고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찾아볼 수 있어요.” 노인은 지친 얼굴로 웃었다. “그걸로도 일이 하나 생겼네.” 현우는 노인을 공식 문의 창구로 안내했다.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름을 모르는 사람 모두를 자기 눈으로 구하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다음 질문이 사라지지 않도록 연결해 주는 일이었다. *** 오전 열 시. 현우와 가은, 태경은 역 안의 작은 면담실에 앉았다. 도현은 다른 방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원 발신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전에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그가 직접 선택한 일이었다. 면담실에는 오래된 전화기 두 대와 새로운 화상 장치 한 대가 있었다. 정전되더라도 통화를 이어 갈 수 있도록 별도 전원도 준비돼 있었다. 역 시설 담당자가 입회해 연결 장치의 위치를 확인했고, 보안 카메라는 복도만 기록하도록 범위를 조정했다. 현우는 맞은편 빈 의자를 바라봤다. “오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럴 수 있어요.” 가은이 말했다. “그 경우에도 미응답이라고 쓰면 됩니다.” 시계가 열 시 십일 분을 가리켰다. 먼저 첫 번째 전화기가 울렸다. '등록 09의 면담 요청에 응답합니다.' 현우는 수화기를 들었다. “이현우입니다.” “알아요.”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현우는 서람초의 비 오는 복도를 떠올렸다. 문 뒤에서 장갑을 내미는 아이,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작은 손, 그리고 그 손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는 자신.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확인할 게 있어요. 내가 누군지 모르면 문을 열지 않을 거죠?” “문을 여는 권한이 저한테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면 대화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화기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났다. 웃음 뒤의 호흡은 아이보다 어른에 가까웠다. “좋아요. 지금 내 목소리가 어린아이처럼 들린다는 것도 알고 있겠죠?” 현우는 가은을 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 장치가 목소리를 바꾸고 있습니까?” “네. 이십 년 전의 신호를 지나야 연결되는 오래된 통로라서요. 하지만 그렇게 들리게 둔 건 제 선택이기도 합니다. 옛날의 내가 한 말을 현재의 내 의사처럼 처리하려는 장치를 속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은이 물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의사를 확인하는 별도 통로를 요청합니다. 그걸 허용하시겠습니까?” “잠깐만요.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두 번째 전화기가 울렸다. *** 도현이 대기하던 방의 모니터에 갑자기 유리의 어린 시절 사진이 나타났다. 그가 켠 적 없는 화면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끔찍할 만큼 친절한 문구가 붙었다. [보호 가족 확인 완료] [강제 귀환 승인 가능] [서명 후 즉시 호출] 도현은 숨을 삼켰다. 서명만 하면 된다는 문장이 손쉽게 보였다. 그는 잠시 펜을 들었다. 그때 옆에서 선희가 가져다준 종이컵이 탁자에 놓였다. “뜨거운 차예요. 안 드셔도 됩니다.” 도현은 유리가 어릴 때 뜨거운 빵 때문에 장갑을 벗었던 일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다시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유리가 어른이 되었다면 먼저 자신의 뜻을 말할 기회도 있어야 했다. “이 종이에 서명하면 누구에게 그 사실을 알립니까?” 모니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한테 묻지도 않는 겁니까?” [보호자 응답으로 대체 가능] 도현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 애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잖아요.” 모니터의 문장이 순간 붉게 변했다. *** 같은 시각 면담실의 두 번째 전화기에서 낯선 여성 목소리가 들렸다. “이현우 씨. 저는 윤서림입니다.” 현우는 숨을 멈췄다. 문경이 알려 준 이름이었다. “스무 해 전 접수 일을 하셨습니까?” “그랬습니다. 그날 밤 당신이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고, 다음 날 새벽 두 시 십삼 분에 09라고 적었습니다.” “제가 보호자가 된 건가요?” “아니요. 당신은 목격자였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있던 자리를 기억할 사람이 하나 더 필요해서 기록했어요. 그런데 제가 '원본 관리자'라는 칸을 비워 두지 못한 게 문제였습니다.” 가은은 서림에게 실명을 기록해도 되는지 확인했다. 서림은 면담 참가자와 관리기관의 비공개 조사 기록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현우는 자신이 이십 년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더 묻고 싶었지만, 창밖에서 비명 소리가 났다. 역 광장의 전광판이 켜졌다. [10:11 귀환 열차 도착] [출입구 개방] 사람들이 공사 구간의 철제 울타리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실제 열차는 없었다. 그러나 표지판 속 화살표가 사람들을 폐쇄된 통로로 이끌고 있었다. 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02가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전화기에서 아이 같은 목소리가 급하게 말했다. “그쪽으로 가면 안 돼요. 문이 열리는 곳은 승강장이 아니라 봉인된 기록실이에요.” 그 목소리가 끊어졌다. 두 번째 수화기에서는 서림의 다급한 숨소리가 들렸다. “현우 씨, 제가 한 가지 더 말해야 합니다. 세 번째 표를 만든 사람이 저예요.”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5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5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