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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57화
PAYLUA ORIGINAL · 제57화

57화. 약속의 전날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420자

오프라인 책장
원 발신자와의 만남을 하루 앞두고 은곡역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내일 오전 열 시 십일 분에 사라진 사람을 데려오는 기차가 도착한다는 이야기였다. 누군가는 서람시에서 온 사람들이 기계를 가동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열두 미연결 구역의 원본이 전부 복구된다고 말했다. 현우는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 화가 났다. “그런 말은 한 적 없습니다.” “그래도 퍼졌습니다.” 오선희가 대답했다. “누가 퍼뜨렸는지는 몰라요. 오래 기다린 사람들은 이런 말을 빨리 믿는 법이죠.” 가은은 역 운영기관과 안전 관리 부서에 사실 관계를 설명했다. 개인 면담 예정은 확인됐지만 열차 운행이나 대규모 귀환 행사는 없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면담 당사자의 이름이나 사정을 알리지 않았고, 소문 때문에 위험한 곳에 모이지 않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군중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역 광장에는 손글씨로 쓴 이름을 들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누가 자신을 기억해 줄까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어떤 사람은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어떤 사람은 사라진 주소 때문에 병원 기록을 찾지 못한다고 했다. 현우는 그들을 보며 02가 왜 '시간이 없다'는 말을 즐겨 쓰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의 절박함은 사실이었다. 그 절박함에 가짜 답을 주는 편이 당장에는 진짜 답보다 쉬웠다. *** 가은과 도현은 역의 오래된 매점 앞에서 마주 앉았다. 둘 사이에는 유리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내일 그 애가 정말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현이 물었다. “먼저 동생이 맞는지 확인해야겠죠. 그다음은 두 분이 서로 무슨 말을 할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안아도 되느냐고 묻는 것도요?” “네. 하지만 형님도 속상하다고 말씀하실 수 있어요.” 도현은 가은을 바라봤다. “당신은 늘 차갑게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가족이 있어요.” 가은이 말했다. “누군가 내 가족을 찾았다고 하면 가만히 있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만들어야 하는 규칙이 아니라, 감정 때문에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약속이니까요.” 도현은 사진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어린 유리가 삐뚤게 쓴 문장이 있었다. '오빠는 내 장갑을 한 짝 잃어버렸다고 자꾸 혼낸다.' “제가 화를 많이 냈어요. 그날도 유리한테 울지 말라고 했죠.” “지금은 뭐라고 말하고 싶으세요?” “울어도 된다고요.” 가은은 더 묻지 않았다. *** 오후 네 시가 넘었을 때 역 광장에 한 남자가 쓰러졌다. 사람들은 그것도 귀환 실험 때문이라고 웅성거렸다. 가은은 군중의 추측에 휩쓸리지 않고 역무원에게 구급 연락과 호흡 상태 확인을 맡겼다. 남자는 열이 있었고 아침부터 물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응급요원이 도착해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사건과 아닌 사건을 구분해야겠어요.” 현우가 말했다.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필요한 처치를 놓칩니다.” 하지만 현우가 남자를 따라가려다 멈춘 것은 단지 수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쓰러진 사람의 아내가 휴대전화 화면을 손으로 가리며 울고 있었다. “남편이 여기 오면 아들을 볼 수 있다고 해서요.” 현우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약속한 적 없는 열차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은 어쩌면 자기 몫을 지나친 사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허무한 소문을 믿고 찾아온 사실은 분명했다. “아드님을 찾는 일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내일 이 역에서 돌아온다고 확인된 사람은 없습니다.” 여자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남편이 실려 간 병원 이름을 적어 달라고 했다. 현우는 선희가 확인한 병원명과 연락 방법을 알려 주었다. 지금 그녀가 찾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 밤에 현우는 문경과 영상 통화를 했다. 문경은 세 번째 표의 코팅층 분석과 원본 안내 카드의 차이를 보고 한 사람을 떠올렸다고 했다. “윤서림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누구입니까?” “서람초 야간 우편 취급소에서 제0분기 임시 접수를 돕던 청년이었죠. 이십 년 전엔 스물셋 정도였을 겁니다. 아주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연락이 끊겼어요.” “09를 등록한 사람이 서림 씨일까요?” “가능성은 있지만, 제가 본 건 그녀의 이름이 야간 당직표에 있었다는 사실뿐이에요. 마지막 밤에 누가 현우 씨 이름을 적었는지는 모릅니다.” 문경은 오래된 당직표의 날짜를 보여 주었다. 09 등록 시각의 옆에는 분필로 쓴 듯한 작은 서명이 남아 있었다. 'ㅅㄹ'. “이것도 서림이라는 증거는 아니에요.” 현우는 화면을 확대했다. 글씨 옆에 '보호자 아님'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그 표시는 사람이 아니라 직무를 구분하는 칸에 적혀 있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기록이군요.” 현우가 말했다. “어떤 점이요?” “누가 저를 접수했든, 대신 결정할 권한까지 줬다고 적지는 않았잖아요.” 문경은 웃었다. “그래도 기록은 또 틀릴 수 있어요.” “알아요.” 통화가 끝나자 서림이라는 이름이 마음속에 남았다. 낯선 발신자가 자신을 등록했다고 했다. 그녀일 수도 있고, 누군가 그 이름을 빌렸을 수도 있었다. *** 자정 무렵 태경의 팔찌가 짧게 진동했다. 세 개의 홈 가운데 마지막 홈에 회색 불빛이 들어왔다. 해온군 대조소에서 긴급 회신이 도착했다. [원 발신자 면담: 예정대로 진행] [출입 제한: 본인 확인 완료 전 강제 열람 금지] [등록 09: 참관 요청] [등록 08: 귀환 의사 확인 대기] 가은은 화면 아래 숨은 줄을 발견했다. [가족 관계자 대리 응답 시: 긴급 집행 시도] “이 부분, 누가 넣었죠?” 대조소 음성이 답했다. '관리자 02가 임시 규칙으로 제안했습니다.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집행 시도라고 써 있어요?” '내일 열 시 십일 분, 자동 검토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태경은 팔찌를 내려놓았다. “그러면 내일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든, 02는 대리 응답을 끼워 넣을 준비를 해 둔 거네요.” 현우는 잠든 은곡역 쪽을 보았다. 역의 이름을 되돌리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는데, 내일은 수십 명의 기다림을 다뤄야 했다. 그는 휴대전화에 면담 조건을 다시 적었다. 누구도 대신 동의하지 않는다. 면담은 공개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가고 싶다고 하면 나갈 길을 열어 둔다. 마지막 줄을 쓰다가 손을 멈췄다. 그 문장들을 지키는 일만큼, 상대가 직접 말할 때 제대로 듣는 일도 중요했다. 그때 출처가 없는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내일 네가 해야 할 일은 나를 찾는 게 아니야.' '내가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사람들 앞에서 증명해 줘.' 현우는 바로 답장하지 않았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보냈는지 모르는 요구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지킬 약속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내일 면담할 사람에게 직접 물을 질문 하나를 적었다. '당신이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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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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