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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56화
PAYLUA ORIGINAL · 제56화

56화. 여덟 번째 좌석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111자

오프라인 책장
도현은 새벽에 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르는 남자가 신청서를 건네고 갔다고 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는 사과부터 했다. “한 번쯤 서명하고 싶었습니다. 가족이 동의했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서명하셨나요?” “아니요. 유리한테 직접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내가 돌아오라고 말하면 미워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왜 안 오냐고 물을 기회를 얻고 싶었습니다.” 가은은 도현에게 신청서를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위조된 절차인지 확인할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도현이 가져온 종이는 제0분기 공식 문서처럼 보였지만 발행처와 발행 시간이 빠져 있었다. “이런 건 누가 만들어도 흉내 낼 수 있겠네요.” 도현이 말했다. “네. 그래서 어떤 권한을 약속하는지보다 누가 실제로 허용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현우는 도현이 신청서를 꺼내 놓은 모습을 보며 어제의 자신을 떠올렸다. 누군가를 찾아가는 것과 그 사람을 강제로 끌어오는 것의 차이를 말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에게 그 차이는 추상적인 원칙으로 들릴 수 있었다. 그는 먼저 물었다. “형으로서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게 뭡니까?” 도현은 한참 뒤 대답했다. “밥은 먹고 사냐고요.” 현우는 마음이 아팠다. 스무 해 동안 참았던 질문이 그토록 평범하다는 사실 때문에. *** 은곡역 구 반송 검사실은 지방 공공기록 관리자의 입회 아래 개방됐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문 두 개가 나란히 나타났다. 하나에는 '접수', 하나에는 '반환'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 최근 벽을 칠한 흔적이 있었지만 문틀은 오래된 것이었다. “좌석이 여덟 개 있습니다.” 태경이 말했다. 작은 대합실 안에는 긴 나무 의자가 두 줄 놓여 있었다. 각각 네 칸씩 분리된 좌석이었다. 여덟 번째 자리의 등받이만 다른 색이었다. 오래전 장식천을 덧댄 흔적이었다. 현우는 그 자리에 앉지 않았다. 좌석 번호가 곧 등록번호라는 증거도 없었다. 가은은 관리대장과 사진을 대조했다. “여기서 08이 어떤 의미였는지 확인할 기록이 남아 있어요.” 의자 아래에 낡은 번호판이 있었다. '반송 대기표 수량: 8장.' 이 숫자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종이의 수였다. 가은이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우리가 또 너무 빨리 사람을 세려 했네요.” 태경이 손전등을 비추자 좌석 밑 작은 홈에 종이 조각이 끼어 있었다. 파란색이었다. 준석의 시계에서 발견한 파편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크기는 훨씬 컸다. 관리자의 동의를 받아 조심스럽게 꺼내 보니 반쪽 표의 윗부분이었다. [출발 확인: 제0분기] [도착 확인: 보류] [수취인 서명: 없음] 뒷면에는 다른 잉크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둘을 합치지 마. 내가 아직 내리지 않았으니까.' “승차했다는 뜻인가요?” 태경이 물었다. “아뇨. 문장을 쓴 사람이 자기가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어디에서 내리지 않았는지는 모릅니다.” 가은이 답했다. 현우는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겼다. 기록이 한 장 더 생길 때마다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틈에서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시스템을 위한 것인지 살아 있는 사람의 것인지 아직 구분할 수 없었다. *** 여덟 번째 좌석에는 다른 자리에서 보이지 않던 흠집이 있었다. 등받이 뒤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두 줄의 칼자국이었다. 태경이 손전등으로 살피자 그 사이에 낡은 껌종이가 접혀 들어가 있었다. 누구도 소유를 확인할 수 없는 물건이었기에 임의로 펼치지 않고 관리자의 입회 아래 보존했다. 껌종이에는 글씨가 없었다. 대신 동그란 원 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 중 가장 왼쪽 원만 검게 칠해져 있었다. “이게 세 번째 표의 구멍과 관계 있습니까?” 현우가 물었다. “그렇다고 볼 증거는 없어요. 아이가 장난으로 그린 그림일 수도 있죠.” 가은이 말했다. 태경은 수첩에 그림을 베껴 놓았다. 그의 팔찌에도 홈은 세 개였다. 그런데 둘의 거리는 전혀 같지 않았다.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장치라고 착각하지 않기 위해 그는 실제 치수를 쟀다. “서로 다르네요.” 현우는 작은 실망을 느꼈다가 이내 웃었다. 틀린 연결 하나를 지웠을 뿐인데도 수사는 조금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이 여덟 번째 좌석에서 반드시 특별한 비밀을 얻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 해가 기울 무렵 오선희는 조용히 현우를 불렀다. 역의 옛 매점 앞이었다. 그녀는 차유리의 사진을 보고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 아이는 어릴 때 빵을 무척 좋아했어요. 형이 생일이라고 소보로빵을 두 개 사 준 날이 기억나네요.” “그날도 계셨어요?” “아뇨. 나중에 형한테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비슷한 목소리가 역에 전화를 걸었어요. 자기 이름을 묻지 말고, 은곡역 매점이 아직 있냐고요.” “누가 전화를 받았습니까?” “제가요. 매점은 없어졌다고 했죠. 그랬더니 새로 생긴 가게에서는 어떤 빵을 파느냐고 묻더군요.” 현우는 그 질문이 이상하게 가슴에 남았다. 누군가 스무 해 전의 장소를 찾는다면 표나 암호보다 빵을 물어볼 수도 있었다. “어떤 빵을 판다고 하셨나요?” “지금은 편의점에 있는 것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 사람이 웃더군요. '그럼 굳이 돌아갈 이유는 없겠네요'라고요.” 선희는 잠시 침묵했다. “전 그 말을 농담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울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 그날 밤 낡은 반송 검사실의 모니터가 켜졌다. 사람은 모두 퇴실한 뒤였다. [출발 반쪽: 발견] [도착 반쪽: 미확인] [자동 결합 보류] [원 발신자 확인 예정: 18:00:00] 화면 아래에 작은 질문이 붙었다. [귀환 요구자가 여러 명일 경우, 누구의 의사를 우선 확인합니까?] 순간 관리자 02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현우의 얼굴이 아니었다. 역무원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그는 질문을 보며 낮게 말했다. “가장 크게 울고 있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됩니다. 적어도 그쪽은 지금 여기 있으니까.” 옆 화면에서 여자 음성이 답했다. '귀환 당사자의 응답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영원히 응답하지 않는다면?” '미응답 상태로 남깁니다.' 02는 미소 지었다. “그 미응답을 사람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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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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