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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49화
PAYLUA ORIGINAL · 제49화

49화. 아무도 대신 쓰지 못할 이름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683자

오프라인 책장
제0분기 심사가 열린 날, 서람시의 외곽 지도에는 네 개의 원본 보존 구역이 표시됐다. 앞서 단절된 줄 알았던 열두 구역 가운데 네 곳은 실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시청은 그 사실만 공지했다. 정확한 위치를 전부 공개하지 않은 것은 행정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구역 사람들이 위험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가은은 현우에게 원본 로그의 복사본을 건넸다. “문경 씨가 허락한 원칙 세 줄, 01의 익명 거절 확인, 그리고 당신의 09 등록에 서명이 없다는 부분만 가져갑시다.” 태경이 물었다. “그걸로 정말 충분할까요?” “모르죠. 하지만 필요한 것과 갖고 싶은 걸 구분해야 합니다.” 하린은 빈 종이에 작은 글씨를 적었다. '이름을 몰라도, 싫다고 한 사람은 싫다고 한 사람이다.' 그녀는 현우에게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이건 그냥 제가 쓰고 싶어서 썼어요. 제출해도 되고 안 해도 돼요.” 현우는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아이가 보낸 문장을 오늘 당장 증거로 쓸 생각은 없었다. *** 심사장에는 원래 사람이 앉을 자리 열 개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실제 몸으로 그 공간에 들어갈 의무는 없었다. 문경은 병원에서 음성으로 참여했고, 나경은 기자 신분이 아니라 자격을 확인받은 기록 참관인으로 들어왔다. 주영은 송수신 장치를 이중으로 기록했다. 반투명 벽 너머에 관리자 02가 나타났다. 얼굴은 여전히 현우와 같았다. “시간을 낭비하지 맙시다.” 02는 손을 펼쳤다. 허공에 숫자가 여덟 개 떠올랐다. 각각 다른 색이었다. “저 여덟 사람이 여기서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선택을 기다리는 동안 한 아이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비극을 막으려면 마지막 목격자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목격자는 등록 09, 이현우입니다.” 현우는 자신이 마지막 목격자인지 확인된 문장을 다시 읽었다. 그 기록은 '구두 진술'이었다. 그 말을 권한 위임으로 번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가 누구를 기다렸는지, 그리고 당신이 무슨 권한을 요구하는지를 구분합시다.” 가은은 심사장에 01의 익명 거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등록자는 자신의 위치를 공개하는 연락을 거절했습니다. 이 거절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02가 주장하는 포괄적인 위임과 양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소재는 영원히 확인할 수 없겠군요.”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렇겠죠.” 가은이 답했다. 02는 화면을 바꿨다. 두 번째 문서가 떴다. [09의 구두 진술: 귀환 경로를 닫지 않겠다] [추정 동의: 원본 연결 유지에 필요한 조치 전부] 현우가 가리켰다. “첫 문장은 제가 실제로 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누군가 덧붙인 해석입니다. 저는 그 둘을 함께 승인한 적 없습니다.” 벽 안쪽의 여자 음성이 답했다. '해석과 진술의 분리 신청을 접수합니다.' “분리하면 연결이 끊겨요.” 02가 말했다. “제0구역의 원본이 잃어버린 발신자를 찾기 전까지.” 그때 심사장 바깥에서 경보가 울렸다. 해온군 우체국의 전광판이 잠시 꺼졌고, 서람시 외곽 네 곳의 원본 대조소에도 통신 지연이 발생했다는 연락이 왔다. 주영은 연락을 받은 사실만 즉시 기록했다. 화면에 뜬 위험도를 그대로 읽어 주면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또다시 임의의 피난길로 몰릴 수 있었다. 현우는 잠시 심사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먼저 고립된 주민들이 실제로 안전한지 알아봐야 했다. 02는 비웃듯 말했다. “봐요. 당신이 모든 사람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는 데 시간을 쓰는 동안 시계는 계속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사람이 확인도 안 한 동의를 했다고 만들 수는 없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은 진실입니다.” 현우는 대답할 말을 잠시 잃었다. 맞는 말이었다. 서람시의 시계는 여전히 움직였고, 문경의 이름은 지워질 위기에 있었다. 그러나 사람을 서둘러 구하겠다고 하면서 그 사람의 선택을 먼저 빼앗는 일에는 다시 한 번 의문을 가져야 했다. 가은이 현우 곁에서 말했다. “안전 확인은 우리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기관에 있는 직원들, 주민들, 당사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확인하고 있잖아요. 그 결과가 오기 전엔 불확실하다고 말하면 됩니다.” 주영의 무전기에서 회신이 왔다. 네 곳 중 세 곳은 통신 장애만 발생했고, 한 곳에서는 전원 불안정이 확인됐다. 현우 일행이 즉시 현장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역 담당자에게서 사람이 다쳤다는 보고는 아직 없었다. 현우는 심사실 중앙을 향해 몸을 돌렸다. “02, 당신은 매번 '전부 살릴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사람을 그저 살아 있다고 쓰는 것도, 이미 사라졌다고 쓰는 것도 똑같이 잘못일 수 있어요.” 02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 현우가 덧붙였다. “위험은 숨기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모른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겠어요. 모르는 사람 대신 선택하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심사장 바닥에 있던 흰 선이 두 개로 갈라졌다. 하나는 '위임 승인', 다른 하나는 '본인 확인 대기'였다. 이번에는 어느 쪽도 자동으로 선택되지 않았다. 02가 화면을 올려다봤다. 시스템이 자기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여전히 기다릴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더 싫어하는 얼굴이었다. 서랍장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장부 속 숫자들이 흐려졌다. 02가 기존 보류를 해제하려고 하자 문경의 붉은 시간이 02의 얼굴 위에 겹쳤다. [송문경 / 보류 해제 시 재산정: 00:03:00] 현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누군가를 지키려면 다시 남의 삶을 대신 결정해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태경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보류 권한을 쓸까요?” “그것도 남의 선택을 대신하는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해요.” 벽 안쪽의 음성이 즉시 대답했다. '긴급 보류는 선택을 대행하지 않습니다. 집행만 멈추고 원본 검증 시간을 확보합니다.' 태경이 팔찌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손목 위에 팔찌가 없었다. 제0분기가 스스로 물었다. '보류를 요청할 당사자가 있습니까?' 병실에서 연결된 문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제 기록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원문 규정을 증거로 제출한 일만 인정해 주세요. 그리고 제 이름의 회수를 멈춰 주세요.” '접수했습니다.' 숫자가 멎었다. [송문경 / 집행 보류] [원칙 3 개정: 효력 재심] 현우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가 문경 대신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문경이 자신의 말을 끝까지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심사가 끝나려는 순간 02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여덟 번째는요? 그 사람은 아직 한 번도 돌아오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원래 보호받던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면요?” 화면에 오래된 영상 하나가 떴다. 학교 복도 끝에서 한 아이가 빨간 장갑을 끼고 서 있었다. 그 옆에 선 사람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손목에 숫자 08이 있었다. 현우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해온군에서 만난 배준석의 손목과 똑같았다. 하지만 영상의 사람은 키가 준석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가은이 화면을 일시 정지해 달라고 했다. “화면이 원본인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02는 처음으로 빠르게 대답했다. “원본입니다. 열람을 원하신다면 책임을 져야겠지요.” 그리고 심사실의 가장 안쪽 문이 열렸다. 열두 개 중 열한 번째 문이었다. 문틈에서는 오래된 종이 냄새와 함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홉 번째는 들어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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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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