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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46화
PAYLUA ORIGINAL · 제46화

46화. 사라진 분기점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444자

오프라인 책장
송문경은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몸이 아픈 건 아니에요. 오래된 시스템이 내 이름을 가져가겠다는 건데 병원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가은은 문경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 않았다. 다만 도움을 거절하는 이유와 실제 상태를 따로 확인했다. 두통과 손끝 저림이 있었고, 한 시간 전부터 전화번호 두 개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 증상들이 교정 때문에 생긴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검사는 받으시죠. 병원에 가는 게 이름을 넘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국 문경은 동의했다. 하린은 검사실 앞까지 따라가겠다고 했다가, 보호자의 허락과 병원 규정에 따라 대기실에 남았다. 현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문경의 붉은 숫자가 움직이고 있는 동안 원본 로그를 무단으로 퍼뜨리는 대신, 그녀가 허락한 세 줄의 규정만 여러 곳에서 대조하도록 했다. [거절 또는 미응답 시 경로를 열지 않는다.] “이걸 읽기만 해도 위험해지는 건가요?” 주영이 물었다. “문경 씨는 원문을 가진 게 등록 사유였어요. 그렇다고 읽은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순 없죠.” 가은은 그 문장이 적힌 자료의 열람 범위를 한 번 더 확인했다. 공개 증거와 보호해야 할 당사자 기록을 혼동하면 02가 하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할 수 있었다. *** 새벽 한 시, 문경이 병원에서 퇴원하자 일행은 폐선로를 다시 찾았다. 그녀는 자신이 기억하는 통행 방법을 설명했지만, 지하 공간에 들어가는 일에는 반대했다. “분기점에서 열리는 문은 원래 통로가 아니라 접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대기소예요. 입구가 열린다고 무턱대고 들어갈 수는 없어요.” “그러면 무엇부터 하죠?” 현우가 물었다. “그곳에서 누가 우리를 초대했는지 물어야죠.” 현우는 문경의 가르침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거창한 암호나 초능력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질문이었다. 폐선로까지 가는 길에 현우는 밤길 가로등 아래에서 오래된 버스 정류장을 발견했다. 표지판의 행선지는 서람시가 아니라 '학교 임시 이동차량'이라고 적혀 있었다. 너무 오래된 글씨라 몇 글자는 읽히지 않았다. 근처 편의점에서는 야간 근무자가 자신이 본 것은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도로 보수 표지판이라고 주장했다. 둘 중 누가 틀린지는 알 수 없었다. 태경은 손전등을 비춰 표지판 아래의 바랜 도료를 보았다. 그곳에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세 번 덧칠돼 있었다. “사람들이 여기서 길을 헤맸겠군요.” “다른 안내를 받고 왔을 수도 있죠.” 가은이 말했다. 현우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잠깐 눈을 감았다. 그때 비 오는 밤의 기억이 불쑥 올라왔다. 어린 현우가 의자에 앉아 있었고, 신발끈이 풀려 있었다. 누군가 그의 앞에 앉아서 말했다. '네가 문을 지켜 주면 내가 데리러 올게.' 현우는 눈을 떴다. 누가 그 말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의 빈칸이 더 선명해지는 것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에게 맡겨 놓은 일을 지금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가은이 멈춰 선 그를 기다렸다. “또 생각났어요?” “네. 그런데 전에 없던 기억인 것 같기도 해요. 누가 저한테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 사람을 지금 찾아야 한다는 뜻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면요?” “그때 기다리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유효한지부터 확인해야겠죠.” 현우는 허탈하게 웃었다. 무엇이든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은 상대가 사라진 뒤에도 무조건 그 사람 삶을 지배할 수 있는 계약이 아니었다. 스무 해 동안 길을 지킨 사람이 있다 해도, 돌아올 사람은 돌아올 날을 정할 수 있어야 했다. 그들은 정류장 맞은편의 낡은 게시판을 촬영했다. 그 뒤에는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귀환 경로 개방은 공개 행사로 진행하지 않는다. 당사자를 찾는 사람에게도 도착 시각을 알리지 않는다.' 문경이 그 문장을 보고 손을 떨었다. 자신이 만든 원칙은 아니지만 스무 해 전 구청 회의에서 논의하던 내용과 같았다. 02가 말하는 전면 연결이 왜 위험한지 알려 주는 또 하나의 단서였다. 철길의 끝에서 문경이 멈췄다. 깨진 전철 신호기 아래에 표 세 장을 놓자 주영의 휴대전화에 오래된 안내문이 열렸다. [제0분기 연결] [반송 요청자 확인] [보관 기록을 찾으려는 사람과 주소를 찾으려는 사람을 구분하십시오.] 가은은 자신의 이름과 조사 목적을 설명했다. 문경은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 “저는 원문을 남겨 놓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 이름이 적힌 다른 문서를 모두 열람할 생각은 없습니다.” 태경은 팔찌의 홈을 세 장의 표와 맞췄다. 불빛 하나가 켜졌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화면이 새로 떠올랐다. [표 1: 출발한 사람의 동의 확인] [표 2: 기다리는 사람의 동의 확인] [표 3: 연락을 거절한 사람의 비공개 유지 확인] 현우가 말했다. “여기엔 세 종류의 선택이 남아 있군요. 한 가지만 맞춰선 안 되겠네요.” “옛날엔 그래서 문이 늦게 열렸어요.” 문경이 답했다. “누가 위급할 땐 사람들이 답답해했죠.” 그때 승강장 벽이 떨렸다. 철길 너머의 어두운 출입구가 불쑥 나타나더니, 맞은편에서 어린아이 하나가 뛰어나왔다. 옷은 오래된 교복 차림이었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내밀었다. 아이의 신발이 선로 사이에 끼어 버린 것이다. “움직이지 마!” 현우가 손을 내밀자 아이는 움찔했다. “당신이 누군데요?” 20년 전 사진 속 인물처럼 보였지만, 현우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야. 네 신발이 끼었어. 내가 도와도 될까?” 아이는 잠깐 망설이다 손을 내밀었다. 가은과 태경이 주변의 움직이는 금속판을 붙잡았고, 현우가 아이의 발을 꺼냈다. 철길은 곧 다시 평평해졌다. 하린이 아이에게 따뜻한 물병을 내밀었다. 아이는 물병을 받지 않았다. “저는 아직 나오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누가 그래?” 하린이 물었다. “내가요. 아직 이름을 부를 사람이 거기에 있어요.” 가은은 신고부터 해야 할 상황인지 판단하기 위해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나 아이는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바닥에는 젖은 양말 자국 두 개만 남았다. “실제로 본 거죠?” 주영이 말했다. 각자가 본 방향과 시각이 조금씩 달랐다. 누군가에게는 아이가 분명 존재했고, 문경에게는 과거의 그림자가 겹친 것처럼 보였다. 현우는 아이의 체온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을 증명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시 화면이 켜졌다. [임시 반송 접수 1건] [수취인 확인 실패] [귀환 선택: 유지] 문경의 붉은 숫자는 여섯 시간을 남기고 멈췄다. 동시에 제0분기 안쪽의 불이 켜졌다. 02가 스피커로 말했다. '길이 열린다면 들어오시죠. 당신들이 찾는 사람은 이미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문경은 고개를 저었다. “저건 출입 허가가 아닙니다. 미끼예요.” 현우는 어둠 속에서 들리는 아이의 발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발자국이 출입구 바깥이 아니라, 그들의 뒤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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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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