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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42화
PAYLUA ORIGINAL · 제42화

42화. 받지 않은 편지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496자

오프라인 책장
봉투를 열기 전에 해온군에서 전화가 왔다. 배준석이었다. 그는 시청에 도착한 등기와 같은 송장 번호가 자신의 집하장에도 찍혔다고 했다. 해온군에서 발송한 적 없는 물건이 서람시에서 배달 완료로 뜬 것이다. “배달 책임이 제 이름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날 운행한 차는 정비소에 있었어요.” “서류 사본을 보내 주실 수 있나요?” “가능한 부분만요. 다른 사람 주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현우는 그 신중한 말투가 고마웠다. 준석은 손목 안쪽의 08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전에, 자기 직업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일을 했다. 가짜 배송을 가짜라고 주장하기보다 실제 운행과 기록의 차이를 증명했다. 그날 오후 다정사진의 최다정, 해온군 기자 이나경이 영상 통화로 봉투 개봉 과정에 참석했다. 가은은 현우에게 직접 물었다. “이 편지가 당신 앞으로 왔다고 해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안 읽겠다고 결정해도 돼요.” 현우는 밀봉된 종이를 한참 보았다. 누군가 자신에게 쓴 글이 아닐 수도 있고, 읽는 순간 대리 동의의 함정에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뒷면의 장갑 그림이 마음에 걸렸다. “봉투에 제 이름은 없어요. 다만 제가 수취인으로 지정된 경위에 대한 열람을 신청하겠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제 동의라고 기록되지는 않았으면 해요.” 가은이 동석자들과 그 조건을 확인했다. 봉투를 개봉하자 안에서 편지보다 작은 표 세 장이 떨어졌다. 기차표처럼 생겼지만 행선지는 인쇄돼 있지 않았다. [출발: 제0분기] [도착: 원 발신자에게] [재발행 불가] 표 뒤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첫 번째 표의 구멍은 오른쪽 위, 두 번째는 가운데, 세 번째는 왼쪽 아래였다. 태경은 오래된 보관자 팔찌의 홈과 표를 맞대 봤다. 구멍의 크기가 정확히 같았다. “팔찌를 열쇠로 쓰라는 뜻인가요?” 하린이 물었다. “그렇게 보이지만, 아직은 맞물린다는 것만 확인됐어.” 태경은 팔찌를 표에 끼우지 않았다. 한번 작동하면 무엇을 취소할 수 없는지 아무도 몰랐다. 세 장의 표를 탁자에 늘어놓자 서로 다른 구멍에서 창문 빛이 새어 나왔다. 하린은 표 밑에 흰 종이를 깔고 작은 점 세 개를 찍었다. 점을 잇자 비뚤어진 삼각형이 됐다. “지도처럼 생겼어요.” “그렇지만 지도라고 확정하면 곤란해.” 가은이 말했다. 하린이 씩 웃었다. “알아요. 그냥 제가 떠올린 거예요.” 태경은 표를 보며 서람시 수문 옆에 있던 세 개의 신호등을 기억했다. 그곳은 물길과 철길, 사람이 걷는 길이 교차하는 자리였다. 자신이 보관자로 일하던 시절 세 가지를 따로 점검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하지만 무슨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는지는 알지 못했다. “기억이 난다고 해서 정말 옛날 일이라고 보장되지는 않죠.” 가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실마리로는 쓸 수 있습니다. 태경 씨가 기억한 신호등이 실제 있었는지 찾아보죠.” 그때 주영이 자료실에서 오래된 수문 설계도를 들고 왔다. 세 개의 신호등은 그림 속에 없었다. 그러나 수문 옆에는 '화물 전용 분기점'이라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철도청 기록에도 더는 나오지 않는 폐선이었다. “표가 지도를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옛 분기점이 있었던 건 확인됐어요.” 태경은 자신이 엉뚱한 기억을 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 동시에 장부에서 지워진 분기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현우는 세 번째 표에 손을 뻗었다가 움찔했다. 그 표에는 다른 둘과 달리 가장자리의 종이가 찢겨 있었다. 구멍뿐 아니라 사람 손으로 뜯은 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검은 연필로 아주 작게 적힌 글씨를 주영이 확대해 보았다. '돌아가지 않을 권리.' 하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돌아오는 표에 돌아가지 않을 권리도 써 있어요?” “돌아가는 길이 있다는 것과 꼭 그 길을 이용해야 한다는 건 다르니까.” 현우가 대답했다. 그 문구를 보고 그는 어렴풋이 안도했다. 이름 없는 편지가 단순히 사람을 끌어들일 함정이라면 굳이 선택을 거절할 길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 그 문구를 흉내 낸 것일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가은은 표를 투명 보관함에 넣고 사진을 남겼다. 자기가 속을 수 있음을 아는 일은 무서웠지만, 그래서 작은 증거들이 더 중요해졌다. *** 나경은 영상통화 속에서 자신의 기사를 보여 주었다. 제목은 '내일의 동의를 어제 받았다는 기록'. 기사에는 누군가 사라진다는 선정적인 문장이 없었다. 대신 허위로 만든 동의서와 실제 배차 기록이 서로 모순된다는 사실을 차례로 실었다. 편집장은 취재 내용은 승인했지만 기사 작성자 칸의 '이나경'을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다음 기사에도 이름이 안 실릴지 몰라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지만 말끝이 흔들렸다. “그래도 직접 취재한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현우가 말했다. “맞아요. 그런데 사실과 사람이 따로 남으면 그 사이가 벌어지더라고요. 그걸 다시 붙이는 데 시간이 아주 많이 들어요.” 통화를 마치고 시청을 나서던 현우 일행은 정문 앞에서 낯선 남자를 만났다. 회색 우편 가방을 멘 그는 서람시청으로 편지를 가져왔다며 가방 안을 뒤졌다. 가방에는 봉투가 한 장도 없었다. “이상하네. 분명 여덟 통을 실었는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가은이 물었다. 남자는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자기 직장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듯했다. 명찰에는 '허동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은은 무작정 그를 붙들지 않았다. 지금 무엇을 기억하는지 확인하며 가까운 의자에 앉혔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이 있나요?” 동식은 가방 바닥을 더듬었다. 손바닥에 올린 것은 젖은 종이 조각이었다. '7건 배달 완료 / 1건 배달 불가.' “‘못 배달한 한 통’이 어디 있죠?” “발송인이 받지 말라고 했어요.” 동식이 대답했다. “발송인이요? 누구인지 기억합니까?”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을 부르면 안 된다고…….” 그가 고개를 움켜쥐자 시청 건너편 우체통의 글씨가 회색으로 변했다. '우편'이라는 두 글자만 사라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나쳤지만 아무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가은은 우체통을 촬영하고 동식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남자의 이름은 명찰과 신분증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그의 휴대전화 통화 목록에서는 하루치 연락처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그때 현우에게만 보이는 문장이 우체통 위에 떠올랐다. [제0구역 원 발신 기록 반송 시도] [미배달 1건 / 강제 수령 예정] [남은 시간: 23:59:59] 현우는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내일까지 발송인을 찾아내겠다는 약속이 아니었다. 누가 편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는지, 받지 않을 방법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우체통 주변에 사람들 출입을 막으세요.” 가은에게 말했다. “사유를 먼저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식 씨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요.” 남자의 우편 가방 맨 안쪽에서 물에 젖은 어린아이의 그림이 한 장 나왔다. 그림에는 문이 아홉 개 있었다. 여덟 개는 잠겨 있었고, 마지막 문에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여기는 출구가 아니라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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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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