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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8화
PAYLUA ORIGINAL · 제38화

38화. 세 번째 교정의 조건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902자

오프라인 책장
이현우는 반사적으로 자기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허공에는 숫자가 없었다. 하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비친 그의 그림자 위에는 분명 붉은 글씨가 있었다. [외부 증인 008 / 이현우] [등록 예정 시각: 23:59] "제가 왜 외부 증인이죠? 저는 서람시에 살아요." 현우가 대조소 스피커에 물었다. '거주지에 의한 구분이 아닙니다. 등록 기준은 보호구역 기록을 구역 바깥에서 인증하려는 의사입니다.' "저는 여기서 인증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인증할 가능성이 높게 산정됐습니다.' 가은이 고개를 들었다. "가능성은 동의가 아닙니다. 이 명단은 실제 동의 없이 등록되면 안 됩니다." 스피커는 잠시 조용했다가 말했다. '예측에 의한 동의는 지난 이의 심사에서 불인정됐습니다. 해당 절차는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누가 명단을 올렸죠?" 가은이 물었다. '접수 원본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임시 관리 기록만 존재합니다.' 현우는 서람시에서 보았던 관리자 02의 얼굴을 떠올렸다. 승인 권한을 제한해도, 그가 미리 만들어 놓은 절차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덟 번째 등록을 그가 직접 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 "그 임시 관리 기록을 볼 수 있습니까?" '관련자의 청구와 원본 관리자의 열람 범위 확인이 필요합니다.' 현우는 처음으로 안도했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누군가가 이유를 묻고 절차를 받을 수 있었다. *** 임시 관리 기록에는 짧은 행이 열두 개 있었다. 열한 개는 구역 번호였고, 마지막 하나는 날짜였다. 표시된 접수 주체는 '외부 연계 관리 대행'. 실제 사람 이름은 없었다. 가은은 나경과 준석이 옆에서 듣는 가운데 물었다. "08 등록을 승인한 사람의 실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승인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무슨 뜻이죠?" '등록 전 단계의 예측값이 이미 접수된 기록으로 잘못 표시됐습니다.' 태경은 종이 팔찌를 내려다봤다. "그럼 여덟 명이 됐다는 표시도 거짓이군요." '명단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자동 회수에 사용하는 것은 부정확합니다.' 현우는 그 말을 듣고 02가 써 놓은 명령을 떠올렸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미래를 현재의 결정으로 취급했다. 그리고 그 오류를 누군가 검증하지 못할수록 강하게 이용했다. "이 기록을 정정해 주세요." '정정 신청의 접수는 가능합니다. 집행 정지 여부는 별도 판단합니다.' 나경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럼 저는 먼저 이의를 신청하겠습니다. 제 이름으로 만들어진 동의서가 있습니다. 제가 작성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갖고 왔습니다." 그녀는 메일 발송 시각, 사진관 출입 기록, 자신의 인터뷰 원고를 차례로 제출했다. 가은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것만 증언했다. 현우도 아무 말이나 보태지 않았다. 자기가 나경의 곁에 있었다는 사실과 시스템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추측을 구분했다. 그렇게 하나의 거짓 동의를 바로잡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다른 여섯 명은요?" 하린이 물었다. 가은은 나경을 보았다. "우리가 대신 정정할 수 있는 건 제한돼. 당사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도와야 해." 여덟 번째 문 앞에서 나경은 손목시계를 풀었다가 다시 찼다.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그만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본 것을 일부러 모르는 척할 수도 없었다. 붉은 숫자는 그녀에게 위험을 예고하는 동시에 남은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고통스러운 기준이 되었다. "시계가 없으면 조금 나을까요?" 하린이 물었다. "처음에는 그럴지도. 그런데 위험이 끝난 건 아닌데 제가 못 보는 것뿐이겠죠." "그렇다고 매분 보면 더 무서울 것 같은데요." 나경은 웃었다. "맞아. 그래서 가끔은 다른 사람한테 시간을 물어봐.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 저 숫자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려고." 현우는 그 말을 듣고 자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제1차 사건 때는 시계가 멈추면 구원받는 줄 알았다. 이제는 숫자를 정지시키는 일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절차를 고치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은은 나경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 그녀 역시 자신의 이름이 붉게 변했던 밤을 기억했다. 그날 가장 두려웠던 것은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기록되는 일이었다. "이번엔 증언도, 원고도 직접 결정하세요. 우리가 빨리 끝내자고 재촉하지 않겠습니다." 나경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꼭 해야 할 질문은 하겠습니다. 빠뜨린 게 있으면 알려 주세요." 그들은 각자 담당할 일을 다시 확인했다. 현우는 열람 범위를 묻고, 가은은 동의 기록을 조사하고, 준석은 운송 문서의 출처를 확인했다. 하린은 자기 공책에 오늘 보았던 것만 적겠다고 했다. 팀이 있다는 것은 한 사람이 모든 대답을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 열두 문 앞에 있던 사람들은 더는 보이지 않는 시계를 바라보지 않았다. 나경은 원고의 제목을 바꿨다. '사라지는 도시를 기억한 사람들'에서 '내일의 동의를 어제 받았다는 기록'으로. "제가 겪은 일을 쓰되, 누군가를 더 위험하게 만들지 않을 만큼만 공개할게요." 그녀는 편집장에게 전화해 검증되지 않은 이름과 주소를 기사에서 뺀다고 설명했다. 편집장은 처음에는 조회 수가 떨어질 거라고 불평했지만, 나경의 목소리를 듣더니 조용히 물었다. "나경아. 혹시 네가 정말 우리 회사 기자였니?" 나경은 눈을 감았다.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네. 제가 쓴 기사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이 기사에 잘못된 사람 이름이 실리지 않게 하는 게 먼저예요." 편집장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취재 협조 요청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서면으로 업무를 주는 일이 우스웠지만, 나경은 그 절차를 받아들였다. 그때 대조소의 여덟 번째 문이 조금 열렸다. 안에는 기계 대신 빈 책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흰 편지봉투가 있었다. '08에게.' 준석이 그 봉투를 보자 뒷걸음쳤다. "그건 제 거예요." "확실합니까?" 가은이 물었다. "제 글씨예요. 어릴 때 왼손으로 글씨를 썼거든요. '에게'의 ㄱ을 저렇게 쓰는 사람은 드물어요." 나경은 그 말이 과거의 기억인지 지금의 판단인지 물었다. 준석은 한참 고민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저 봉투를 열고 싶은 건 확실합니다." 현우는 문 앞에 멈췄다. "저 봉투에 준석 씨 이름이 쓰여 있지는 않아요. 열람 신청을 먼저 하시죠." 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해 보일 만큼 느린 절차였지만, 자기 과거를 알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남의 편지를 훔치고 싶지는 않았다. 대조소는 열람 요청을 받았다. [신청자: 배준석] [문서 08 / 당사자 확인 필요] [열람 허가 전까지 봉인 유지] 책상 위 봉투는 그대로 남았다. 그 순간 열두 번째 문 아래에서 아주 느린 발소리가 났다. 누군가 문 너머의 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래의 동의를 먼저 받아 놓는 사람은 누구인가?' 여자의 목소리도, 관리자 02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현우는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사람은 무엇을 얻는가?' 문 아래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제3차 교정 자동 회수 재검토] [위험 분류: 보호되지 않은 원본 노출] [대리 행위자 신원 확인 필요] 가은은 종이를 보며 생각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02가 모든 일을 만든다고 여겼다. 그러나 02가 사용하는 낡은 기계, 서람시의 기록을 다른 도시로 실어 나르던 사람들, 원본의 빈칸을 이용하는 누군가가 따로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현우의 그림자에 있던 숫자가 그 순간 멈췄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외부 증인 008 / 승인 대기] 그 아래에 새로운 글씨가 생겼다. [대리 행위자 확인 요청 / 해온군 분류 담당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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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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