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온군으로 들어오는 버스 네 대에는 승객이 가득했다. 대피 방송을 듣고 도착한 사람도 있었고, 평소처럼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공통점은 아무도 자기 이름이 명단에 오르고 있는지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오미자가 시외버스 운영자에게 연락했다. 그날부터 운행 목적과 승객 안내를 실제 기사와 배차 담당자가 따로 확인하기로 했다. 해온군 터미널의 방송은 믿을 수 없더라도, 버스를 탄 사람들이 뭘 들었는지는 직접 물을 수 있었다.
"특별한 안내는 없었습니다."
첫 기사에게서 답이 왔다.
"두 번째 차에선 서람시에서 온 사람은 별도 접수하라고 했어요. 근데 제가 끈 방송이에요."
"세 번째는 아예 방송 장치가 고장 났는데 승객들이 다 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서로 다른 정보가 나왔다. 나경은 기사들의 말을 취재수첩에 옮기면서 출처를 구분했다. 하나의 음모로 합쳐 쓰고 싶었지만 실제 현장은 그보다 지저분했다.
현우는 플랫폼에 앉은 중년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서람시에서 오래 살다가 삼 년 전 해온군으로 이사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읽을 수 있지만, 어린 시절 살았다는 동네는 누구에게 설명해도 지도가 검색되지 않는다고 했다.
"제가 거짓말쟁이 된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말한 것 중 확인된 부분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나눠 볼까요?"
가은이 물었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휴대전화 사진 몇 장을 건넸다. 사진에는 철거된 골목과 간판, 이사 가기 전 포장한 상자들이 있었다. 현우는 그 동네 이름을 처음 들었다. 서람시 외곽의 열두 미연결 구역 중 한 곳이었다.
그때 전광판에서 붉은 글씨가 흘렀다.
[외부 증인 등록: 5]
[외부 증인 등록: 6]
등록 조건에 동의한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 문구조차 못 본 채 표를 끊었다.
"이게 본인 신청인지 자동 수집인지부터 확인해야겠어요."
태경이 말했다.
***
다정의 사진관에서는 나경의 수첩 사본 두 권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겼다. 그러나 사본을 맡긴 뒤 삼십 분 만에 한 권의 날짜가 바뀌었다. 같은 페이지인데 원래 적힌 날짜보다 하루 이른 날로 인쇄돼 있었다.
"이렇게 해서 미래의 동의를 과거의 서명으로 만들 수 있겠네요."
나경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그 속임수에 빠질 수 있었다는 생각에 얼굴이 굳었다.
최다정은 현미경으로 인화지를 봤다. 잉크가 물리적으로 번진 흔적은 없었다. 글자는 처음부터 그 날짜였던 것처럼 존재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한 장의 종이만 확인했다면 누구나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
"원본이란 말이 때로는 얼마나 위험한지 이제 알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원본이 불필요한 건 아니에요. 대신 원본을 누가 관리했는지도 기록해야죠."
가은의 대답이었다.
태경은 오래된 보관자 규정을 다시 읽었다. 원본과 사본을 비교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물리적 모양을 확인하는 일과, 서로 독립된 시점에서 동일한 사건을 확인한 사람의 진술을 대조하는 일. 두 번째는 다수결이 아니었다. 같은 소문을 들은 열 사람은 한 명의 독립된 목격자보다 더 강한 증거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면 사람을 더 많이 모아도 안전해지는 게 아니네요."
하린이 말했다.
"응. 서로 다른 곳에서 뭘 봤는지 정확히 남기는 게 먼저야."
그들은 현우, 가은, 나경, 다정의 기록에서 같은 문장이 반복되는지 살폈다. 모두가 '서람시는 사라질 수 있다'고 적어 놓은 날이 있었다. 그러나 그 문장을 처음 쓴 사람은 오직 관리자 02의 방송이었다. 이후의 기록은 방송의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증명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02가 하는 말을 함께 믿고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현우가 말했다.
그 말은 견디기 어려웠다. 자기가 목격한 것조차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설명에 맞춰 생각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오후 다섯 시, 터미널 한쪽에 임시 안내 탁자가 놓였다. 가은과 오미자의 요청으로 운영 업체가 마련한 자리였다. 안내에는 '서람시행 및 해온군행 버스는 정상 운행 중이며, 이상 안내를 들었다면 창구에서 목적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적혔다. 누군가 한 줄짜리 방송을 모든 사람의 결정으로 바꾸지 못하게 하려는 작은 노력이었다.
하지만 어떤 승객은 그 안내를 보며 화를 냈다.
"어제는 위험하니 떠나라고 하더니 오늘은 안전하다고요? 무엇을 믿으라는 겁니까?"
가은은 그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어제 방송은 승인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안내는 현재 운행 여부에 관한 내용입니다. 도시 전체가 안전하다는 판단은 여기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승객은 뭔가 더 따지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듣고 싶은 확답을 주지 않는 설명이 짜증 났지만, 거짓으로 안심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은 알 것 같았다.
현우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오랜 시간 그는 빨간 숫자만 보이면 반드시 해야 할 행동이 하나 있다고 믿었다. 구하고, 데려오고, 원본에 이름을 되돌려 놓는 일. 그런데 어떤 사람은 현재 있는 집에서 떠나기 싫어했고, 어떤 사람은 위험을 알면서도 일을 하러 갔다. 현우가 할 일은 다른 사람의 목적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도 처음엔 모두 같은 버스를 타는 게 안전한 줄 알았죠."
태경이 말했다.
"그때는 남의 대답을 듣지 않았습니다."
가은이 덧붙였다.
현우는 문득 아직 해결되지 않은 주소 하나를 떠올렸다. 빈 버스에 탔다고 기록된 마흔세 명 가운데, 아이를 찾지 못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주영에게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열두 구역의 문서를 열기 전에, 이미 이름을 잃은 사람의 오늘부터 알아야 했다.
***
그날 오후, 서람시의 김주영에게서 영상 통화가 왔다. 주영은 시청 서고에서 두 개의 안내문을 찾아냈다고 했다.
첫 문서에는 '보호구역 간 연결 시 개별 동의와 독립된 안전 검증이 필요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에는 '기억 보유자의 연결은 자동 승인으로 간주함'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서명자는 둘 다 '관리자 00'. 하지만 날짜가 이상했다. 첫 문서는 이십 년 전, 두 번째 문서는 아직 오지 않은 다음 주였다.
"미래 문서가 현재 절차를 바꾸고 있는 거군요."
가은이 말했다.
"맞아요. 그런데 00의 서명까지 모방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목소리만 믿어도 되는 걸까요?"
주영은 원본 보존소에 직접 대조 요청을 올려 보겠다고 했다. 그날은 담당자가 바뀌지 않았는지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한 뒤 제출했다.
저녁 무렵, 터미널에 또 한 명의 여자가 찾아왔다. 서람시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였다. 그녀는 아이들이 사는 곳이 안전한지 알고 싶다고 했다. 두 아이는 졸린 눈으로 대합실 바닥의 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명단에 올리면 보호받을 수 있습니까?"
그 질문에 누구도 확답하지 못했다.
현우는 대신 현재 확인된 안전 장소와 실제 운행 중인 노선을 안내했다. 우체국의 비밀 기록과 연결하지 않아도 도움받을 길을 먼저 찾았다.
여자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등록 명단은 그들이 떠날 때 그대로 여섯 명이었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증인으로 만들 필요는 없어요."
가은이 말했다.
그러나 밤 열두 시가 되자 화면의 숫자가 스스로 바뀌었다.
[외부 증인 등록: 7]
일곱 번째 등록자는 이름이 없었다.
[성명: 공란]
[등록 근거: 미래 증언 예정]
현우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의 미래 발언을 근거로 누군가를 등록한 것이었다. 여덟 번째 등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3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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