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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32화
PAYLUA ORIGINAL · 제32화

32화. 사진 속 여덟 번째 사람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4,099자

오프라인 책장
"방금 방송, 들으셨어요?" 윤가은은 안내소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출발표를 살펴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서람시행은 오후 여덟 시 반입니다. 아직 한참 남았는데요." "존재하지 않는 목적지라고 방송했잖아요." "그런 안내는 하지 않습니다." 직원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자신이 들은 것을 정말 듣지 못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현우는 직원의 말을 곧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가은에게는 녹음된 방송 파일이 있었고, 직원에게는 자기가 들었다고 믿는 안내가 있었다. 두 증거가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남겨야 했다. 나경은 터미널 바깥에서 숨을 고르다가 말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옛날 사진을 보관하는 분이 있어요. 지역 자료관에서 일하셨는데 은퇴하신 뒤에도 자료를 정리하세요. 수첩이나 전산에 없는 기록이 거기 있을 수도 있어요." 그들은 시장 골목을 지나 허름한 사진관으로 향했다. 유리창에는 오래된 교복 사진과 첫돌 사진이 붙어 있었다. 간판은 '다정사진'이었다. 문 아래 붙은 손글씨가 보였다. '사진은 사라진 일을 증명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누가 다시 물을지 기다려 줍니다.' 문을 연 여자는 최다정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흔 가까운 나이였지만 목소리는 또렷했다. 나경을 보자 다정은 한참 생각했다. "나경 씨. 얼굴이 조금 이상하네." 나경의 손이 외투 주머니 안에서 움찔했다. "저를 알아보세요?" "지금은 알아보지. 내일은 모를 수도 있겠다는 게 걱정이야. 지난 이틀 동안 사진첩에 없는 빈칸이 많아졌거든." 다정은 사다리에 올라가 작은 철제 상자를 꺼냈다. 상자에는 '서람초등학교 야외학습 / 해온군 항구 / 20년 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진 한 장에는 어린이 일곱 명이 부두 난간 앞에서 줄을 서 있었다. 현우는 그 가운데 어린 자신과 하린을 알아봤다. 어린 가은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소은도 있었다. 마지막 두 아이는 낯선 얼굴이었다. 그런데 여덟 번째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부두의 바다가 휑하게 보였다. 하린이 사진 끝을 잡고 말했다. "저기, 팔은 있어요." 정말 그랬다. 빈자리로부터 옆 아이의 어깨에 걸친 손 하나가 남아 있었다. 누구의 얼굴도 없는데 손이 있었다. 다정은 사진을 거울 쪽으로 기울였다. 뒷면 연필 글씨가 역광에 비쳤다. '여덟째는 증인이 아니라 문을 여는 아이.' 태경의 얼굴이 굳었다. "일곱 개의 책상만 있었죠. 그때도 우리는 일곱 아이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덟째 아이가 있었다는 뜻인가요?" 가은이 물었다. "그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확실한 건 사진에 설명할 수 없는 빈자리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다정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이십 년 동안 사진을 다루며 구별하는 법을 배웠다. 보이는 것과 사진을 찍은 사람이 주장한 것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진은 다른 두 장과 필름 번호가 같아요. 원본 네거티브도 있습니다. 하지만 네거티브에 무엇이 찍혔는지는 아직 보지 않았어요." *** 다정은 암실에 불을 켰다. 빨간 안전등 아래에서 필름통을 꺼내자 나경은 자기도 모르게 손목시계를 만졌다. 붉은 숫자는 어느새 69시간대에 들어섰다. 필름에는 바다와 난간, 아이들이 있었다. 문제의 여덟째 자리는 사진처럼 비어 있었다. 그러나 필름 가장자리에는 촬영 당시 적힌 숫자 08이 남아 있었다. 그 옆에는 어린아이의 이름으로 보이는 글씨가 절반만 찍혀 있었다. '배……' "배? 성일까요?" 현우가 중얼거렸다. 다정은 네거티브를 확대기에 끼웠다. 종이에 빛을 비추자 빈자리 아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얼굴은 없었다. 다만 구두 한 짝이 난간 뒤쪽으로 뻗어 있었다. "누가 빠졌다는 설명으로 끝낼 수는 없어요." 다정은 별도의 기록 수첩을 펼쳤다. 야외학습 때 사진 촬영 비용을 낸 사람의 명단이었다. 이름 일곱 개와 '08 보호자 접수, 미기재'라는 메모가 있었다. "왜 이름을 안 썼죠?" 하린이 물었다. "내가 적은 게 아니란다. 당시 촬영하던 사람이 적은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왜 비워 두었는지 모른다는 거지." 가은은 빈자리를 촬영하고 원본 수첩에 손대지 않은 채 사본만 가져가기로 했다. 다정은 기록을 외부 장소에서 보관하겠다는 동의서를 읽은 뒤 서명했다. 이 일행이 지난번과 달라진 점이었다. 아무리 절박해도 남의 자료를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결론을 대신 적지 않았다. 문을 나서려던 순간 다정이 가은을 붙잡았다. "윤 형사님. 나는 일곱 명과 여덟 명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혹시 이 사진이 가리키는 아이가 살아 있다면, 먼저 그 아이에게 물어봐야 해요. 누구에게 보여 줘도 되는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정은 현우에게 오래된 인화 기계의 사용법을 짧게 설명했다. 필름에서 인화지로 넘어갈 때 먼지 한 점이 얼굴을 가릴 수도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사진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사진에도 촬영자의 각도와 확대기의 흔적, 보관자의 실수가 남는다. "이상한 사진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서운 힘을 붙여 생각하지는 마세요. 원래도 사진은 완벽하지 않아요." 다정이 말했다. 현우는 자신이 처음 본 어린 시절 사진을 떠올렸다. 구 서람초등학교의 낡은 복도, 울고 있던 하린, 자신이 손을 잡고 뛰어가던 장면. 기억이 없는 순간을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하려 하다가, 사진 바깥에 있던 사람들의 선택을 놓친 적이 있었다. "사진관은 왜 계속하시는 거예요?" 하린이 물었다. "오래된 사진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가끔 있거든. 누가 찍혔는지 모르겠는데 찾아달라고 하기도 해. 그럴 때 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 그러면 어떤 사람은 실망하고, 어떤 사람은 사진 속 장소부터 다시 찾아보자고 하더라." 나경은 그 말에 수첩을 들었다. 누가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자신의 기사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린은 빈자리의 팔이 걸쳐진 아이를 가리켰다. "저 아이가 여덟째를 기억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 그러면 기다리면 돼." 다정의 대답에 하린은 사진을 한 번 더 보았다. 자신도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정답을 찾아야만 사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랐다. *** 시장 맞은편 빈 점포에서 나경의 전화가 울렸다. 편집장이었다. "나경아, 무슨 취재를 하고 있니? 네 자리에 새 사람이 오기로 했는데 누가 짐을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지금 기자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노트북도 거기 있고요." "네 이름이 사원 명부에 없어. 고용 기록도 없어." 나경은 통화를 끊지 않았다. 자기가 설명하는 동안 상대가 무엇을 모르는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편집장은 그녀의 목소리를 낯설어하면서도 인터뷰 원고를 내일 오전까지 보내 달라고 했다. 일은 기억하면서 일한 사람을 잊고 있었다. 현우가 나경의 기록을 들여다봤다. 그녀는 어느새 기자수첩을 두 권째 쓰고 있었다. 첫 페이지에는 대문짝만 한 글씨가 있었다. '나는 이나경이다. 그러나 이 문장이 나를 전부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 아래에는 '직접 본 것'과 '남에게 들은 것'을 구분한 칸이 있었다. "이 수첩을 누가 봐도 검증할 수 있겠네요." "제가 아무리 사라져도 기사를 거짓으로 쓰고 싶진 않아서요." 나경은 웃어 보였지만 입술이 하얬다. 하린이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가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와도 제가 이름을 불러 줘도 돼요?" 나경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그때 내가 싫다고 하면 안 해 줘도 돼. 대신 내가 왜 싫다고 했는지는 물어봐 줘."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인화 사진에서 남아 있던 팔 하나가 조금 더 흐려졌다. 동시에 나경이 찍은 영상 속 터미널 현수막의 지명이 바뀌었다. '서람시 시민 긴급 이동 안내'가 '인근 지역 긴급 이동 안내'로. 누군가 서람시만 지우는 게 아니었다. 서람시가 있었다는 증거를 손에 쥔 사람들을 따라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현우는 가은에게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제 경계를 넘어왔어요." 그 순간 나경의 휴대전화에 새 문장이 나타났다. [외부 증인 001 / 이나경] [제3차 교정 동기화] [예비 대상 추가: 최다정] 다정의 사진관 안에서는 붉은 안전등이 누구도 만지지 않았는데 혼자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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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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