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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2화
PAYLUA ORIGINAL · 제22화

22화. 지도에서 사라진 시청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4,284자

오프라인 책장
아침이 되자 시청은 분명한 건물이면서도 누구의 목적지도 아니었다. 택시 기사에게 서람시청에 가 달라고 하면 손님을 힐끗 돌아봤다. 그런 곳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내비게이션에서 찾을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윤가은은 결국 자신이 경찰이 되기 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던 길을 따라 운전했다. 낮은 육교, 갈색 벽돌로 된 약국, 빗물이 고이는 교차로까지 모든 것이 기억과 같았다. 시청 입구의 큼직한 글씨만 반쯤 지워져 있었다. '서 시청.' "시청 건물 자체가 지워지고 있는 걸까요?" 소은의 질문에 태경이 말했다. "아니면 이 건물이 대표하던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중이겠죠." 현우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가은은 그 말에 멈췄다. 범죄 현장에서 출입문을 잠그는 일과 그 집에 살 권리를 없애는 일은 다르다. 지금 시스템이 노리는 것은 사람의 목숨만이 아니라 그들이 여기에 살아왔다고 주장할 권리일지도 몰랐다. 시청 현관의 민원안내 직원은 신분증을 내민 가은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서람경찰서라고요? 그게 어디죠?" "여기에서 두 블록 아래입니다." 직원은 잠시 메모를 하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자기가 방금 적은 '서람'이라는 글자가 잉크 얼룩처럼 번지고 있었다. 가은은 직원 손목에 붙은 사원증을 보았다. 이름은 김주영. 나이는 마흔 언저리. 사원증 뒷면에는 딸이 붙여 준 작은 토끼 스티커가 있었다. "김주영 씨, 오늘 출근하셨죠?" "네. 여덟 시 반에요." "그 전엔 뭘 하셨습니까?" "딸한테 아침을 차려 줬어요. 계란을 태워서 또 잔소리를 들었고요." 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잊지 마세요. 그런 일을 적어 놓고요. 그리고 저희는 외부 안내 문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전자문서 결재 이력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주영은 뒷문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시청 직원이 오랫동안 시민을 상대해 온 사람답게, 불분명한 일에 바로 도장을 찍어 주지는 않았다. 신분 확인을 두 차례 했고, 가은은 자신의 업무용 수첩과 손으로 쓴 사건 번호를 보여 주었다. 정상적인 경찰 조회망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다. 재난안전상황실의 모니터 수십 개에는 같은 공지가 떠 있었다. [구역 안전 이동 사전조치] [대리 동의 예상률 99.87%] "예상률? 투표도 안 했는데요?" 주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올린 문서인지부터 확인해 볼게요." 결재 기록의 작성 시각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었다. 시스템에는 사흘 뒤 오전 0시 1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승인 계정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이현우.' 현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전 오늘 여기 처음 왔습니다." "그건 제가 보증합니다." 가은이 말했다. 주영은 결재 기록을 종이에 출력했다. 프린터가 열을 식히는 동안 종이에 '미래 결재'라는 문구가 추가됐다가 사라졌다. 그런데 하단의 결재 방식은 또렷했다. '미래행동 예측 기반 대행 승인.' "실제 서명도 아닌데 서명이라고 해 둔 거네요." 현우가 말했다. "정확히는 서명한 것으로 처리할 계획이 있는 거죠." 가은은 문구를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같은 계통에 연결된 사진은 바뀔 수 있었다. 대신 김주영에게 출력을 한 장 더 부탁하고, 각각의 종이에 서로 다른 오늘의 사실을 적어 봉투에 넣었다. *** 건물 지하 기록보관실에는 2006년 이후의 도시 개발 문서가 줄지어 있었다. 태경이 보관소에서 가져온 팔찌를 문 근처에 대자 경고음 대신 아주 짧은 종소리가 울렸다. 그의 얼굴에 괴로운 기색이 스쳤다. "이 장소…… 이곳에서 누군가 어린아이들 명단을 받아 갔어요." "기억났어요?" "조각만요. 빈칸을 사실인 것처럼 메우지 않겠습니다." 가은은 태경을 한 번 바라봤다. 그는 이전과 달리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래된 상자에는 '서람구역 임시 보호 운영 협약'이라는 문서가 있었다. 당시 도시 개발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지역과 함께 운영하던 임시 시설에 관한 것이었다. 서류를 읽자 이상한 점이 드러났다. 서람시 전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었다. 특정 아이들의 보호 이력을 지키기 위한 '기록 완충 구역'이 도시의 일부 전산망에 연결돼 있었다. 완충 구역은 비인가 조회자가 이름을 찾지 못하게 시간을 지연시키는 안전장치였다. 그 기능은 원래 행정구역의 존재를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기록을 보호하려고 만든 장치가 구역 전체를 지우려고 하네요." 소은이 중얼거렸다. "장치가 그런 건지, 누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건지는 나눠서 봐야죠." 현우는 종이를 넘겼다. 덜컥, 낡은 철제 파일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안에는 당시 서람초등학교 건물 사진이 있었다. 일곱 아이가 공부하던 그곳이었다. 사진 모서리에 빨간 우산이 걸려 있었다. 서류에는 시설 폐쇄 조건이 인쇄돼 있었다. '보호의 필요성이 사라진 경우, 당사자 동의 및 독립적 외부 검증 후 완충 기록을 종료한다.' 그 아래 누군가 덧붙인 문장은 의미가 전혀 달랐다. '보호 연장 기한 만료 시, 완충 기록에 연동된 구역을 일괄 교정한다.' 주영이 파일을 읽고 말했다. "이건 시청 조례가 아닙니다. 법령 번호도 없어요. 컴퓨터에서 출력한 안내문에 가까워요." 가은은 눈을 들었다. "원본 규정엔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고 쓰여 있군요. 그런 절차를 막으려고 도시 이름부터 지우는 겁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서류 마지막 장에 날짜가 적혀 있었다. 2026년 10월 31일. 삼 일 뒤였다. 현우 머리 위의 숫자와 일치했다. *** 시청 지하에서 올라왔을 때, 민원실에는 열 명이 넘는 시민이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주민등록 등본의 주소가 달라졌다는 사람, 출생 신고가 처리되지 않는다는 사람, 방금 발급받은 서류에서 이름이 빈칸으로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주영은 먼저 대기 번호표를 나눠 주었다. 이상한 현상과 관계없이 사람은 한 명씩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어야 했다. 가은은 임시 책상에 앉아 허위 문서가 유포됐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가족관계를 대중 앞에서 밝히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필요하면 별도로 상담을 받게 했다. 그때 젊은 남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 "서류에는 아빠 이름이 없는데 우리 애는 분명 저를 압니다." "그럼 오늘 바로 이름을 다시 적을 수는 없겠어요. 하지만 서류 오류를 접수하고 확인이 끝날 때까지 불이익을 막는 방법을 함께 찾겠습니다." 주영은 관계 기록 이상 접수 번호를 발급하고 시청 소관 부서와 협의할 곳을 적어 주었다. 접수증의 번호가 화면에서 한 번 흐려졌지만 종이에는 남았다.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빠, 그거 잃어버리면 안 돼. 내가 볼게." 남자는 접수증을 반으로 접어 아이 주머니에 넣었다. 아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지퍼를 닫았다. 주영은 그 모습을 보고 자기가 오늘 출근한 이유를 다시 떠올린 듯했다. "저건 한 명의 서류가 아니라 하루의 일이에요. 전부 정리될 때까지 누가 무엇을 겪었는지 묻겠습니다." *** 문서함 뒤쪽 작은 철문을 열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좁은 복도가 나왔다. 먼지 위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신발 앞코가 아니라 구두 굽만 선명한 발자국. 마치 발 앞부분을 땅에 대지 않고 걸어간 사람 같았다. 복도 끝에 작은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었다. '오전 10시: 시민 대상 대피 안내. 오후 3시: 제1차 수송. 접수 완료 시민부터 이관.' 가은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9시 51분. "수송이 시작되기 전에 대피가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합니다." 주영이 두 사람을 따라 나왔다. "저희 시청 이름이 사라져도, 오늘 제가 출근한 사실은 사라지지 않게 도울게요. 부하 직원들한테 확인받겠습니다." 현우는 처음으로 시스템 밖의 공공기관 직원이 자기 일처럼 나서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진짜 도시가 서서히 반격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때 재난안전상황실 스피커에서 공지가 흘렀다. '안전 이동 전용 버스가 오후 세 시부터 운행됩니다. 탑승을 원하시는 시민께서는 별도 신청 없이 승차하십시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안내 방송이 덧붙였다. '버스에 오른 행위는 신청서 제출로 간주됩니다.' 주영이 주먹을 쥐었다. "승차만 하면 동의했다고 하는 거잖아요. 이런 안내를 누가 허가했죠?" 상황실 모든 모니터에 같은 얼굴이 떴다. 양복을 입고 웃고 있는 남자였다. 현우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화면 속 남자가 말했다. "여러분께서 지금까지 내린 선택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안전을 선택하실 분들입니다." 그가 오른손을 들자 모니터에 시내 지도가 펼쳐졌다. 붉은 노선 위에 작은 버스 그림들이 순서대로 놓였다. 첫 버스의 목적지는 '0번 환승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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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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