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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도시 위의 붉은 선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4,058자

오프라인 책장
식당 유리창에 비친 숫자는 현우가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현우 / 71:59:58] 붉은 글자 아래에는 더 작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연동 범위: 서람시 일대 / 184,209명] 현우는 먹다 만 떡볶이 접시에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서 하린이 떡을 두 손으로 집어 먹다가 그 표정을 알아챘다. 하루 종일 위험한 일을 겪은 뒤 처음으로 편안하게 앉은 자리였다. 가은은 소은에게 어머니와 언제 만날지 묻고 있었고, 태경은 식당 벽의 오래된 달력을 보고 있었다. 그 평범한 풍경 위로 붉은 숫자가 얹혀 있었다. "왜 그래요?" 가은이 가장 먼저 물었다. "내 시간이 다시 생겼어요. 사흘이요." "하린이 건 끝났잖아요." "그렇죠. 이번에는 다른 거래요." 현우는 유리창에 떠오른 문장을 읽어 주었다. 소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태경은 즉시 휴대전화로 시내 지도를 열었다. 위성사진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행정구역 이름을 눌러도 작은 원만 빙글빙글 돌았다. "서람시라는 도시가 원래 있었나요?" 하린이 물었다. 가은은 대답하려다 멈췄다. 이곳에서 학교를 다닌 기억도 있었고, 시청 민원실에서 사건 서류를 떼었던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도시 이름이 서람시였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 가까운 도시의 이름은 선명한데 정작 자신이 서 있는 도시의 윤곽만 허옇게 흐렸다. "있었어요. 제가 여기서 일했으니까." "그럼 왜 지도에는 안 나와요?" 현우는 모른다고 했다. 모른다는 사실부터 기록하기로 했다. 가은은 수첩의 새 장에 시각을 쓰고 여섯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마지막에는 식당 주인의 허락을 얻어 영수증을 한 장 붙였다. 주소가 적혀 있었다. 서람시 중앙로 18. 영수증은 조금 뒤 다시 출력하자 중앙로 18만 남았다. "방금 전엔 시 이름이 있었어요." 주인이 말했다. 그녀는 영수증 두 장을 번갈아 보더니 계산대 뒤의 사진을 꺼냈다. 열두 살쯤 된 아들이 가게 개업식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걸 왜 꺼냈는지 모르겠네. 이상하게 주소를 보니까 애가 생각나요." 현우는 사진 속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그저 주인이 언제 가게를 열었고 누구와 첫날을 보냈는지 천천히 듣고, 허락받은 내용만 적었다. 그때 사진의 뒷배경에 있는 건물 간판이 흐려졌다. 식당 주인은 아들의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얼굴은 멀쩡했다. 없어지는 것은 아이 뒤에 적힌 도시 이름뿐이었다. "사람보다 장소가 먼저일 수도 있어요." 태경이 낮게 말했다. 밖에서는 버스 안내 방송이 울렸다. '중앙시장 다음은 서람시청입니다.' 단조로운 목소리가 두 번째로 반복될 때 목적지가 사라졌다. '중앙시장 다음은 ……입니다.' 버스 안 승객 몇 명이 창밖을 보았다. 아무도 이상하다고 소리치지 않았다. 식당 한쪽에서 전화 진동음이 울렸다. 박정호였다. 현우가 받은 연락은 짧은 문장이었다. '딸한테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학교 주소를 못 찾겠다고 해요.' 현우는 박정호에게 혼자 위험한 곳을 찾아가지 말라고 답했다. 이전에 박정호를 구했다고 그를 또다시 증인으로 내세울 권리는 없었다. 대신 아이가 직접 겪은 사실을 집에서 편안하게 기록해 두라고 부탁했다. 학교 이름이 사라지더라도 그 아이가 오늘 어떤 친구와 무엇을 했는지, 그 기억이 남아 있기를 바랐다. 그는 통화를 끊고 태경에게 물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사람들이 먼저 뭘 잃나요?" "대개는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법부터 배우게 됩니다. 기억을 못 하는 게 자기 잘못이라고요." 태경은 물컵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저도 그랬어요. 남이 저를 모르니까, 제가 정말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 의심했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런 때 더 쉽게 서명해요. 자신이 원래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같아서요." 현우는 그 말을 마음에 적어 두었다. 불안한 사람이 안전한 곳을 찾으려는 마음은 당연했다. 문제는 그 불안을 이용해 그 사람이 무엇을 포기하는지도 모르게 만드는 자였다. 밖에서는 학생 두 명이 버스 시간을 두고 말다툼했다. 한 아이가 '시청 앞에서 내리면 돼'라고 말하자 다른 아이는 '그런 정류장은 없다'고 했다. 잠시 뒤 둘은 휴대전화 화면을 나란히 놓고 서로의 경로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것이 작은 희망처럼 보였다. 한쪽의 기록이 지워져도 다른 쪽 사람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가은은 식당 밖으로 나가 시청 방향을 가리켰다. 멀리 네모난 시청 건물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런데 두 도로를 잇는 가로등 사이로 얇은 붉은 선이 걸렸다. 횡단보도 대기선과 평행한 선이었다. 현우에게만 보이는 줄 알았는데 하린도 몸을 움츠렸다. "선이 있어요. 어제 시장의 선하고 달라요." "보여?" "네. 저건 사람을 끌어가는 선이 아니라 울타리 같아요." 소은이 가은의 팔을 잡았다. "이 선이 사라지면 안에 있던 것도 없었던 것처럼 되는 거예요?" "모르겠어. 아직은." 가은은 단정하지 않았다. 하린의 일을 해결하면서 배운 것이었다. 규정이 무섭게 보인다고 규정을 만든 자의 설명을 진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됐다. *** 현우가 도로 표지판 사진을 찍는 동안 낯선 알림이 도착했다. [제2차 교정 사전 안내] [관리구역 시민의 안전한 이전을 위하여 개별 응답을 수집합니다] [응답하지 않은 시민은 관리자가 대리합니다] 맨 아래에는 푸른색 단추가 있었다. [안내 확인] "누르면 안 돼요." 현우가 휴대전화를 든 채 말했다. 같은 시각 식당 주인도 계산대에서 자기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시청 안내처럼 보이는 문자였다. 주인은 망설이다가 묻는다. "이거 재난문자예요? 누르라고 하는데." 가은이 화면을 살폈다. 발신 번호는 없었다. 상세 약관을 누르자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확인 행위는 현 관리구역 소속을 종료하고 새로운 보호구역으로의 이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건 안전 안내가 아니에요. 권리 이전 동의서에 가까워요." "그걸 누르면 어디로 가는데요?" 주인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현우는 메뉴를 내려 보았다. 거절 단추가 없었다. 닫기도 되지 않았다. 전원을 끄고 다시 켜도 같은 화면이었다. 그런데 주인의 아들이 가게로 들어오는 순간, 문구가 흔들렸다. 열다섯 살이 된 소년은 엄마에게 밀린 숙제를 변명하고 있었다. 주인은 화를 내다가 아들의 젖은 교복 소매를 보고 수건을 가져왔다. 그 사이 휴대전화의 단추가 사라졌다. "왜 사라졌지?" "누군가를 계속 기억하고 관계를 확인하면, 아직은 자동 이관을 못 하는 것 같아요." 현우의 추측이었다. 가은은 그 말을 그대로 수첩에 적되 끝에 '가설, 확인 필요'라고 달았다. 길 건너 버스 정류장에는 방금까지 다섯 사람이 서 있었다. 노인이 손수레를 세우고 그들 사이를 지나자 갑자기 정류장 전광판이 번쩍였다. [서람시 시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72시간 후 구역 재정비가 완료됩니다] 노인이 고개를 들어 안내문을 읽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위에 이름 대신 작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점은 붉었다. 가은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르신, 어디 가세요?" "딸네 집이지. 그런데…… 딸이 어느 동에 살더라?" 현우는 멀찍이 서서 이름을 확인했다.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삭제 대상으로 정해진 사람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 노인의 전화가 울렸다. '우리 딸'이라고 표시된 통화화면을 보고 노인은 웃었다. "그래, 네가 아빠라고 부르면 되지. 어디 있는지만 다시 말해라." 붉은 점이 꺼졌다. 현우는 그 광경을 보고 안도하지 못했다. 열여덟만도 아니고 십팔만 사천 명이 넘는 사람에게 모두 전화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가족이 없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름을 기억해 줄 사람이 곁에 없을 것이다. "한 사람씩 붙잡는 방법으로는 부족해요." 그가 말했다. "그래서 먼저 이걸 만든 사람이 무슨 일을 시작했는지 알아내야죠." 가은이 시청을 바라보았다. 한밤중인데 건물 꼭대기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붉은 글씨가 도시 전체를 향해 흘렀다. '서람시민 여러분, 내일부터 단계적 안전 이동이 시작됩니다.' 마지막 문장만 유난히 오래 남았다. '동의하지 않으신 분도 안심하십시오. 여러분의 뜻은 이미 예측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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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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