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은 제4중계소의 13번 장치가 있는 위치를 영상 지도로 띄웠다. 그곳으로 가는 도로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설 안전팀은 우회로에서 접근 가능한 점검구 한 곳을 확인했다고 했다. 진입이 허용된 사람은 중계소의 정식 시설 관리자와 구조 전문 인력뿐이었다.
“현우 씨, 이번엔 무리해서 들어가지 마세요.” 가은이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곧바로 달려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가은은 지수의 대면 확인을 이어 갔고, 현우와 여은은 전산 입력 전후에 무엇이 다르게 보이는지 관찰해 따로 기록했다. 하린과 민서는 주민들에게 서류를 잃지 않도록 임시 보존 방법을 안내했다.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게, 필요한 기관의 공식 안내만 전달했다.
장치가 실제로 되살아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노인 전파사 주인에게 물어보자 그는 오래된 도면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원래는 버튼이 두 개였지. 하나는 ‘완료’, 하나는 ‘대기’. 대기를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 기록하도록 돼 있었어. 나중에 대기 버튼을 없애 버렸지. 사람이 계속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원래의 장치는 남아 있습니까?”
“남아 있지만 전기가 끊겼어. 잘못 연결하면 다른 지역 신호까지 건드릴 수 있으니까 전문가가 해야 해.”
그 말을 듣던 현우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 붉은 이름을 보았을 때부터 자신은 자꾸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을 찾았다. 마지막 순간 버튼을 누르는 사람. 닫힌 문을 홀로 여는 사람. 그런데 그들이 여기까지 온 방식은 정반대였다. 누군가는 종이를 보존했고, 누군가는 영상의 시각을 비교했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 대신 서명하기를 거절했다.
지수가 말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가은이 작은 탁자 위에 두 장의 서류를 놓았다. 하나는 본인이 확인한 사실을 보존해 달라는 요청서, 다른 하나는 공개 범위를 제한하는 동의서였다. 둘 다 읽을 시간을 주었다.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원하신다면, 오늘 하신 증언을 원본 발신인의 진술로 등록할 수 있어요.”
지수는 잠시 서류를 내려다봤다.
“이름은 가릴 수 있죠?”
“그렇습니다. 사건 검증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신원을 확인합니다.”
“그럼 하겠습니다. 대신 마지막 구조가 완료됐다고 쓰지는 말아 주세요. 그날 들은 소리가 하나 더 있었으니까.”
주영은 지수의 진술과 옛 회선의 발신 기록을 결합한 검증 요청을 정식 접수했다. 승인 번호가 뜬 것은 한참 뒤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장이 따라붙었다.
‘미완료 확인 수락. 단, 독립 감시 회선 부재로 자동 종결 보류 불가.’
한도식의 회사가 복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로 그 회선이었다.
안전팀의 무전기가 울렸다. 제4중계소 점검구의 이중 잠금이 풀렸고, 시설 관리자들이 내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바닥 일부에는 물이 차 있었지만 접근 가능한 작업 구역은 확보됐다고 했다.
“장치가 있습니까?” 주영이 물었다.
답이 오기까지 긴 시간이 흘렀다.
“있습니다. 다만 주전원은 끊겼습니다. 원래 설계에는 외부 전원을 쓰지 않는 기록 접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주영은 백도윤의 설계도에서 그 접점을 찾아 확대했다. 옆에는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모든 응답이 끝났다는 사실은, 마지막 한 사람이 직접 확인한다.’
화면에 남은 시각은 세 시간 십육 분이었다.
제19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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