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193화
PAYLUA ORIGINAL · 제193화

193화. 완료되지 않은 구조

사라질 사람의 이름이 보인다 · 2,405자

오프라인 책장
오윤정의 집 거실에는 커다란 상장이 걸려 있지 않았다. 벽에는 초등학교 운동회 사진과 가족 여행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오래된 찬장 안에서 윤정은 얇은 서류철을 꺼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맡긴 겁니다. 이름을 꺼내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다시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서류철에는 병원 진료 기록, 퇴직 통지서, 미처 제출하지 못한 이의 신청서가 섞여 있었다. 사고 당일 오세준의 팔에 화상 치료가 이루어진 기록도 있었다. 치료 시각은 지수가 구조됐다고 진술한 뒤였다. “저희 아버지가 그 아이를 꺼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 윤정이 물었다. 가은은 지수의 사전 동의를 확인한 뒤, 서로 다른 자료들을 차례로 설명했다. 지수의 명찰 기억, 사진에 남은 흠집, 02석의 수첩, 사고 후 치료 기록, 구조 요청을 거부한 구술 기록. 그 모든 자료가 오세준을 가리켰다. “법적으로 최종 판단이 나온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마지막 구조 담당자는 오세준 씨로 보는 게 가장 타당합니다.” 윤정은 서류철을 덮었다. 울 것 같았지만 얼굴을 들었다. “그럼 그걸 남겨 주세요. 그리고 구조받은 분이 지금 어떤 이름으로 사는지는 꼭 필요한 곳에만 알려 주세요.” 현우는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찾아냈는데도 누군가의 오늘을 빼앗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단순한 사실이 이상하게 가슴을 찔렀다. 지수는 영상 통화로 윤정과 짧게 만났다. 화면 너머에서 윤정이 먼저 말했다. “저희 아버지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지수가 대답했다. “저 혼자 나왔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윤정은 손끝으로 화면 가장자리를 만졌다. “아버지가 거기에 들어간 건 어른이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셨어요.” 지수는 더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그녀가 수첩의 빈칸에 글자를 적었다. ‘마지막 구조 담당자의 이름: 오세준.’ 그러나 화면에 떠 있던 자동 종결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한지수 / 07:05:18] 주영이 전화를 걸었다. “사람 이름을 찾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자동 종결 절차는 누가 구했는지보다 마지막 발신인이 확인됐는지만 보고 있어요. 지금 지수 씨의 이름을 그 발신인으로 확정하고, 완료되지 않은 구조 신호를 오류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게 틀렸다는 증거를 찾았잖아요.” 현우가 말했다. “우리에게는 있어요. 하지만 열두 지역의 처리 규칙에 이 사실을 반영할 길이 없습니다. 회선 0000에서 받아야 할 마지막 응답이 비어 있거든요.” 가은이 말했다. “그렇다면 서류를 고쳐 쓰는 문제가 아니네요. 자동 종결을 멈추는 절차를 찾아야 해요.” 주영은 백도윤이 남긴 설계 서류를 펼쳤다. 기계가 어떤 이름도 마음대로 발신인에 넣지 못하게 막는 장치가 하나 있었다. 13번 감시 회선. 열두 개 지역이 '완료'를 보내더라도 한 곳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음'을 유지하면 전체 완료를 보류하도록 만든 별도의 독립 회선이었다. “제4중계소에서 찾았던 그 장치.” 하린이 말했다. “맞아요. 다만 13번 회선을 여는 키는 버튼이 아닙니다. 실제로 남아 있던 사람이 원본 구조 요청에 대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확인해야 합니다.” “그걸 지수 씨가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주영이 말끝을 흐렸다. “운영 02는 이미 모든 후속 응답을 자동 승인으로 바꿉니다. 지수 씨가 거절하면, 시스템은 거절한 사람을 '신원 미확인'으로 처리하고 다시 묻지 않습니다.” 현우는 수첩의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완료 처리 거부. 아이 하나가 더 있음.’ “그럼 당시의 거절이 이미 남아 있잖아요.” 주영이 눈을 들었다. “네. 종이에도, 녹음에도, 사고 직후 장비에 남은 흔적에도요. 그런데 지금 그걸 해석할 사람이 없는 겁니다.” 가은은 곧바로 지역 재난 본부에 연락했다. 단순한 데이터 정정 요청이 아니라, 미완료 구조 신호를 근거로 한 긴급 보류 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당자는 난색을 표했다. “그 요청이 시스템상 성립하려면 원본 구조 담당자의 신원과, 아직 응답이 끝나지 않았다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담당자가 사망했다면 대리 서명으로는 곤란합니다.” 현우의 머리에 오래된 함정이 떠올랐다. 또 누군가 대신 답해야만 문이 열린다는 것.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지수가 말했다. “대리 서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직접 증언하겠습니다. 저는 그날 거기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소리를 낸 사람이 접니다.” 전화 너머의 담당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렇다면 실시간 대면 확인을 준비해 주세요. 단, 기록을 유지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권리도 있습니다.” 현우는 지수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다음 말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밖의 하늘이 조금씩 밝아졌다. 남은 시간은 일곱 시간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93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9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